지난 한 주 달라스가 떨었고 울었다. 무고한 경찰관 5명이 사망한 저격 사건의 충격과 애도 물결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갔다. 오바마 대통령도 급히 달라스의 추모식에 참석했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또 그 후폭풍과 대책도 숙제로 남았다. 달라스 한인사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추모 열기에 동참하면서도 또 다른 분쟁의 ‘불씨’로 점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매우 슬프지만 불편한 현실도 돌아보게 한다. 단순하게 이를 ‘흑백 갈등’으로, 또는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대한 대항으로 여겨야 할까. 실제 범인은 흑인이었고, 피해자는 백인 경찰들이었다. 사건 현장은 최근 발생한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대한 시위 장소였다. 그게 전부이고 끝인걸까.
진실을 쥔 범인은 경찰과 대치 중 폭탄 로봇에 의해 죽었다. 전직 군인으로 아프카니스탄 참전, 그리고 성추행으로 제대했다는 것 외에 총격 의도도, 배후도 별반 알려진 게 없다. 진짜 흑인 권리를 외치는 ‘테러’였는지, 단순히 경찰에 대한 ‘반발’이었는지, 아니면 ‘외로운 늑대’의 고립된 항거였는지, 참전 군인의 흔한 후유증으로 세상을 향한 저격질이었는지.
달라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 중 목청을 높였다. 경찰들이 얼마나 힘든 지 아느냐고, 경찰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피해자가 경찰인 마당에 더 이상의 의문도, 주문도 필요없다는 말이다. 이는 폭탄 로봇 사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경찰 몇명을 사격해 죽인 범인은 당장 죽어 마땅했을 터.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내린 ‘정당한’ 결정이었고, 다시 그 순간이 와도 그렇게 결정하겠다고 경찰국장은 당당히 말한다.
미국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이 영화에 사용된 첨단 무기는 ‘무인항공기’ 드론이었다. 적을 향해 드론에서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대식 전술로 사람이 직접 투입되지 않고 적을 타격한다. 문제는 그 미사일 타격 대상 주변 민간인까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자살 테러를 감행하려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드론이 미사일을 날리려는 순간, 한 어린 소녀가 그 주변에서 빵을 팔고 있었다. 테러범들을 타격하려면 소녀의 목숨이 위험하고, 그 소녀를 살리려 지체하면 나중에 자살 테러가 발생해 더 많은 현지인이 죽을 수 있다는 갈등의 순간. 군인들은 ‘당장 공격’을 원했다. 정치가들이 우려하는 윤리성, 명분, 후속 비난은 중요치 않았다. 전쟁에서 이런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미사일은 날아간다.
이 영화는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가 남긴 “전쟁의 첫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는 명언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 그들은 괴로워한다. 뱅크시의 “이 세계의 거대한 범죄는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율을 따르는 것에 있다. 명령에 따라 폭탄을 투하하고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거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는 말을 알았던걸까.
달라스의 범인은 저격용 무기를 사용됐다.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 전쟁 무기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현실이 무섭다. 무기 생산과 소지, 그리고 사용이 합리화되려면 ‘적’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적으로부터의 공포가 모든 걸 합리화했다.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가 했던 것처럼 미국은 오래 전부터 자국 국민들에게 여러 형태의 공포를 확산시키는데 성공적이었다.
달라스 총격 사건을 ‘전쟁터 같았다’고 묘사하는 목격자들도 있다.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게 만든다. 단, 추모식에서 보인 부시 전 대통령의 행동은 예외다. 추모식 말미 모두 기립한 상태에서 그는 노래에 맞춰 홀로 흥겹게 몸을 흔들며 웃으며 춤췄다. 그 자리에서 할 행동이냐는 비난이 있었다. 그런 그가 추모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가장 나쁜 예를 들지 말라고, 또 스스로를 판단할 때는 가장 멋있는 의도를 예로 들지 말라고. 무슨 뜻인지 모호하지만 이래 저래 의미심장하다.
부시 전 대통령의 월남전 참전 회피 의혹에 대한 영화가 ‘트루스(Truth)’다. 그 의혹을 CBS ‘60분’에서 방송했다가 조작 방송으로 역풍을 맞아 방송 관계자 모두 해고되고 기소된 실화다. 방송이 제기한 월남전 회피 문제 본질은 사라지고, 증거 종이의 진위만 따지던 요상한 시절, 명앵커 댄 래더도 그 때문에 결국 방송국을 떠난다. 마지막 방송 인사에서 그는 말한다. “진실을 보도하려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데서 일하는 나의 모든 동료 언론인들에게, 용기를!”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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