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박은아 사모 칼럼_침묵

imagesCASUVW0O.jpg
17세기 일본, 천주교의 박해가 한창이었던 그때에 목숨을 걸고 선교를 위해 두 선교사가 일본으로 떠납니다. 스승이었던 신부의 실종소식과 각종 소문에 직접 찾아 나서기 위함이 첫 번째 걸음의 시작이었지요. 그러나 그곳에서 믿음이 강하고 많은 제자들의 귀감이요, 모범이 되었던 스승 페레이 신부가 배교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일본 선교를 시작했으나 그들이 접한 충격적인 소식과 상상을 초월한 일본 지도자들의 기독교 박해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일본 순사들은 마을 마다 기독교인 색출을 위해 신고자에게 돈을 제공하거나, 각종 방법으로 예수님을 거부하게 하지요. 예수님과 기독교를 거부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간주하여 엄청난 고문을 하며 죽입니다. 그렇게 많은 순교자들이 생겨났지요. 
두 선교사들은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하나님이 어째서 이런 고통 가운데에서 침묵하고 계시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고통과 고문에 대한 두려움, 극심한 공포와 하나님에 대한 간절함, 그 가운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까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선교사들에게 쉴 새 없이 교차되지요. 피흘리는 순교의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납작 엎드려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지, 왜 이러한 상황을 그냥 두시는지…. 고통 중에 자신들의 신앙이 바닥까지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 지도자는 회유를 위해 한 선교사에게는 눈 앞에서 기독교인들을 물에 빠뜨려 죽게 합니다. 선교사에게 배교하기를 요청하였고, 결국 선교사는 물에 뛰어들어 그들을 구하려다가 순교하고 맙니다. 
또 한명의 선교사에게는 성화를 밟으면 일반인들과 기독교인들을 살려주고, 성화를 밟지 않으면 기독교인들을 죽이고 심지어 아직 예수를 알지 못하는 이들까지 고문하며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만감과 고민이 교차하는 그 순간 고민 끝에 결국 마지막 남은 선교사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절대 버리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성화를 밟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과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연명하게 되지요. 그토록 배신감에 떨며 비난했던 자신의 스승처럼, 스스로도 배교하는 순간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픔의 그 순간 선교사가 밟아야 하는 십자가 동판위에 계신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멀리서 닭이 울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란 책 이야기 입니다. 오래 전 학교다닐 때 읽었던 ‘침묵’이란 책이 최근에는 영화로도 개봉되어 다시 살펴보게 되었지요 ‘고통과 절규의 상황에서 왜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시는가’라는 큰 물음이 책의 전체를 끌고 갑니다. 그러나 고통의 한계에서 하나님은 단지 침묵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아파하는 사람들 중에 함께 계셔서 아파하시고, 고통을 함께 겪으시며 극심한 고통과 아픔의 현장에서 친히 우리에게 밟혀주시며 눈물 흘리시는 하니님이었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의 삶에는 기쁘고 감사할 일도 많지만, 죄와 슬픔, 고통과 아픔, 내부적인 외부적인 두려움이 생기는 일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때마다 마음의 당혹감이 찾아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일 때도 있지요. 하나님은 어째서 침묵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하나님은 지금 함께 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옛날 모세를 뒤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만 믿고 가나안 땅을 정복하기 위해 나아갑니다. 여호수아만을 주목하는 수십만의 사람들을 인도해야 하는 책임감과 승리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전쟁터의 두려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 속에 맡겨진 것들에 대한 의무감들이 교차했을 그 때에 하나님은 계속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재차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시지요. 
그런 하나님은 고통과 슬픔의 사회와 개인의 환경에서 지금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 함께 하시고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믿음의 눈을 들면 보여질 것입니다.

박은아 사모
달라스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사랑이 강물처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