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쩌다보니 슬초네 집을 거쳐간 이런 저런 동물들도 많습니다. 아마도 딱한 사정의 동물들에게 매정히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가족의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운전하다 하늘에서 새끼 참새가 떨어진 적도 있고, 차 바퀴 앞에 새끼 토끼가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 있기도 하고… 하여튼 그 녀석들도 모두 슬초네 집을 거쳐 갔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딱한 처지에 놓인 강아지 홀트를 임시보호하게 되어 슬초네 동물 식구가 총 다섯 마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가정에서 녀석을 재입양하기로 결정이 되어서, 현재 홀트는 슬초네 집에서 정서적인 회복과 배변 훈련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사랑스럽게 변해가는 홀트를 보면, 아.. 이 녀석 정들어서 어떻게 보내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토네이도가 기승을 부린 후, 무던히도 추웠던 지난 성탄절 무렵의 일입니다. 교회 현관을 나서는데 맥없이 앉아 있는 작은 무엇인가가 보입니다. 비둘기 새끼입니다. 왜 저러고 있지..? 하며 들여다 보았더니, 아, 이런…! 가슴과 날개 죽지에 큰 상처가 있어 날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밤 사이의 토네이도로 둥지가 망가져 땅에 떨어졌다가 야생동물에게 변을 당한 것 같습니다. 기진맥진해 있는 것이 이러다 곧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에는 이미 동물이 다섯 마리. 이 녀석까지 오면 여섯 마리..? 이제 진짜 동물원일세.. 하며, 결국 또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두부의 철제 개장을 잠시 빌려 새장으로 만들고, 모이와 물을 주니 잘 받아 먹고 이틀 만에 기운을 차립니다. 달라스 중앙연합 감리교회 앞에서 데려온 관계로 녀석의 이름은 ‘달중이’라고 붙여 주었습니다. 이 달중이가 과연 잘 회복되어서 다시 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하여튼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주. 드디어 달중이의 개장을 활짝 열어주는 날이 왔습니다. 놀랄만큼 빠른 회복을 보인 달중이가 실내에서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뒷정원에서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잘 보이는 곳에 먹이도 챙겨 놓은 후, 드디어 개장 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붕 위까지 훨훨 날아가 버린 달중이의 뒷모습에, ‘나는 박씨 말고 당첨 복권 한 장이면 된다…!’ 라고 소원을 빌어 봅니다만, 녀석은 무심히 날아가 버리고 휑~한 개장만 남았습니다.
올 해에도 교회를 통해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게 될 것 같습니다. 먼저는 난민 아파트 내에 오픈하게 될 선교 센터를 통해, 달라스로 보내진 난민들과 함께 숨쉬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며, 그들에게 날개짓을 가르치는 일에 동참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 타국에 건너와 열악한 환경을 버티고 살아가며, 새벽 찬 바람 속에 외로이 서 있어야 하는 수많은 인력 시장의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도넛을 건네며 함께 대화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내 눈 앞에 쓰러져 있고, 내 귀에 들려온 그들을 찾아가 싸매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세상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뭔가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님은 확실합니다. 마치 상처가 회복된 달중이가 뒤도 안 돌아보고 훨훨 날아가 버리고, 새 집에 입양될 홀트가 슬초네를 곧 잊게 될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보상이 있다면, 그 일들에 같은 마음으로 동참한 ‘수퍼 오지랖’ 그리스도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 그리고 상처받은 새를 치료하여 다시 창공에 날려 보내는 가슴 벅찬 기쁨입니다. 바로 이 만남과 기쁨으로 인해, 역시 ‘수퍼 오지랖’ 슬초맘의 올 한 해는 기대 만빵입니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