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주변에서 듣고 보고 배우는 게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한인 2세들은 어떤가? 모든 부모들이 2세들만큼은 주류사회에서 멋진 커리어를 갖기 원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인 2세들은 부모들이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민 1세대 직종’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한인 2세들이 더 크고, 원대한 커리어의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한인전문가 네트워크(KAPN)와 연계해 주류사회에서 촉망 받는 직업을 10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⑦ 정현종, Senior Manager / 회계법인 BDO, Risk Advisory Service
“영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향상이 관건”
Q: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 지금까지 인터뷰한 다른 KAPN 회원들과는 좀 다르다. 대구에서 태어났고, 미국은 만 30세에 학생으로 왔다. 학부 과정을 마치고 2004년에 달라스로 이주한 후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Q: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 BDO라고 하는 회계법인에서 Risk Advisory Service 팀의 수석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짧게는 ‘RAS’로 불리는 팀인데 내부감사, 기업 리스크 관리, SOX(Sarbanes-Oxley), 계약 리스크 관리, 재무혁신, 그리고 정보보안에 관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BDO는 미국에만 약 4,500 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59,000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이다. 매출 규모는 미국 7위, 세계 5위의 글로벌 회계법인이다.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은가 = 회계법인은 기업경영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일한다는 건 어느 기업에 가든지 적용될 수 있는 경험을 쌓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일반 기업의 회계, 감사, 재무분야에서는 회계법인 경력자들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덕분에 회계법인에서 다년간의 경력을 쌓은 사람은 이직이 많이 수월한 편이다.
모든 회사의 경제활동은 결국 숫자로 환산되어 재무제표에 표기가 되고, 이 재무제표는 회사의 고위경영진, 투자자, 채권단 등에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상장된 주식회사는 법률에 따라 공인회계사에게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미국증권거래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도 대출이나 투자를 위해서 공인회계사에게 재무제표를 감사 받는 경우가 많다.
그 뿐만 아니라 재무제표를 만드는 과정을 문서화시키고, 내부감사를 집행하며, 재무나 회계 프로세스를 개발하거나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대한 많은 수요가 회계∙재무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지속되는 한 이 계통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는 높을 수 밖에 없다.
회계법인은 미국 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는 도시에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활동이 활발한 도시일수록 수요는 높아지기 때문에 계속 성장세를 보이는 텍사스, 특히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은 이 분야의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Q: 연봉은 어떤 수준인가 = 회계법인의 규모나 서비스 라인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조금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력이 없는 대학 졸업생이 5만 달러 초∙중반의 초봉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되면 보통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데, 경력이 쌓이고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에 100만 달러 이상 받는 파트너의 숫자도 적지 않다.
Q: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려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나 = 회계법인의 경우 근접 지역 대학의 회계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구인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턴으로 고용한 다음 정직원 자리를 제시하는 형태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브리검영 대학 하와이 캠퍼스(Brigham Young University-Hawaii)에서 회계 학사학위를 받았고, 텍사스대학–달라스(UTD)에서 회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Q: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떤 경험을 쌓았나 = 삼성에서 약 4개월 정도의 인턴십을 하고 ‘셀라니스’(Celanese)라는 화학회사에서 내부감사관과 회계사로 약 5년 정도의 경력을 쌓았다. 그 후 예전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회계법인으로 이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회계법인으로 와서 경력을 쌓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조금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Q: 한인 2세 청소년들이 이 분야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는가 = 내가 일하는 달라스 오피스는 약 200명의 전문직 종사자가 있는데, 그 중 동양인의 숫자는 적지 않다. 한국인은 아마 나를 포함해 4명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최 고위직 파트너 중에서 동양인은 한 명도 없다. 업계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보더라도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동양인을 보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예전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에 근무하는 오영석 전 KAPN 회장이 언급한 ‘대나무 천장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회계법인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리더십과 높은 수준의 ‘소통의 기술’(communication skills)을 요구하는 업계 특성상 조용하고 수동적인 인상으로 다가오는 동양인, 특히 한인들은 불리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Q: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1.5세 한인 청소년들이 이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는지 = 많은 동양인들이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지만 좀 더 높은 직책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통의 기술’ 부족이다.
‘소통’(communication)과 영어 실력은 좀 다른 부분인 것 같다. 언어로서의 ‘영어’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로서의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Q: 회계법인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성격이 있다고 보는가 = 작년 회사에서 주최한 내부 훈련모임에서 내성적인 성향과 외향적인 성향 중 어느 쪽이 회계법인에서 더 성공적일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객과의 소통(communication)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 훨씬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내성적인 성향이 조금 더 성공하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내성적인 성격이 좀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진 않다. 어떻게 자신의 성향을 잘 적용시키느냐가 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Q: 이 분야에서 일하는데 육체적 부담은 없는지 = 출장을 자주 가야 한다. 내가 있는 팀은 일년 중 약 30~40% 정도의 기간 동안 출장을 간다. 서비스 라인에 따라 좀 다르긴 하다. 텍스 서비스(tax service)를 제공하는 팀은 회사 세미나를 제외하면 출장을 가지 않는다.
Q: 회계법인 분야 진출을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회계법인에 취업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꼭 인턴십을 권하고 싶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계 법인은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내부평가를 거쳐 정직원으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캠퍼스 취업박람회는 회계법인이 인턴을 채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가는 행사이기 때문에 꼭 참석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게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인터뷰 정리 = 토니 채 기자
인터뷰 정리 = 토니 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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