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고른 이 이야기' | 앞니가 앞으로 향하고 있어요

<출처=http://jamja.tistory.com/6259>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걸스데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혜리라는 가수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여주인공 혜리의 앞니가 좀 어색해 보인 적은 없으신지요? 혜리를 포함해서 여러분들이 방송에서 접하게 되는 아이돌 그룹 맴버의 대부분은 윗니 앞니를 여섯개에서 많이는 여덟개 까지 싹 다 갈아서 인공치아 크라운으로 새로 해 넣은 경우가 허다합니다.(사진) 

이렇게 해 넣은 인공치아는 아무래도 자연치아처럼 자연스런 빛의 투과나 음영효과가 없기 때문에 특정한 조명이나 조건에서는 가짜인 것이 티 날 정도로 그저 마냥 하얗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마치 형광등 색과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요즘 이렇게 앞니를 싹 갈아 엎고(?) 새로 해 넣는 게 트랜드입니다만 이렇게 이를 해 넣을 때 대부분은 앞니를 위 아래로 수직으로 바짝 세운 상태로 하는 게 유행입니다. 다시 말해서 앞니를 옆에서 보면 깎아지는 절벽마냥 아주 90도로 바짝 수직으로 서 있는 상태로 종종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해 줌으로서 앞니가 최대한 들어가 보이는 효과와 더불어 코가 좀더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무의식 중에 우리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바로 서양인들의 옆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외모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감수하는 세태이니 어찌 하겠습니까마는, 앞니를 깎아 새로 해 넣는 것과 제가 하는 교정치료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바로 이 글의 제목처럼 종종 제 환자분들에게 듣게 되는 질문 때문입니다. 윗 앞니가 앞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신다는 겁니다. 어쩌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앞니가 수직으로 바짝 서 있어야 예쁘고 정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앞니가 앞으로 조금 향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인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교정치료를 할 때 치료의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서 보통 의사들은 정상교합 인구집단의 평균치를 참고하여 그 정상치에 근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인구집단 정상수치에는 윗 앞니의 각도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사진)

<출처=디아트치과>

사진에 나온 것처럼, 앞니의 각도를 의미하는 두가지 수치, 즉 Mx1 to SN의 한국인 정상 수치는 남자 108.73도, 여자 106.9도이며, Mx1 to FH의 정상 수치는 남자 116.28도, 여자 116.02도 입니다.  두가지 경우 모두 봐도 90도로 바짝 서 있는 앞니는 완전히 비정상입니다. 

<출처=디아트치과>
그럼 만약 90도에 가깝게 앞니가 바짝 서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사진처럼 앞니의 뿌리의 일부가 오목한 모양인 윗잇몸 뼈 밖으로 나와 버리는 상황이 됩니다. 당연히 잇몸이나 치아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뿌리가 반토막으로 짧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출처=디아트치과>
두 번째로 더 심각한 문제인 턱관절(TMJ)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쉽게 말씀 드려서, 아래턱이 앞뒤로 움직임을 할 때, 위아래 앞니가 맞닿아서 마치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하게 미끄러져 주어야 주변 구조에 무리가 없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됩니다(그림). 그런데 만약 위 앞니가 수직으로 바짝 서서 미끄럼틀이 아니라 담벼락처럼 꽉 막은 형태가 된다면 아래턱이 앞뒤로 움직일 때 윗니에 충격을 주거나 아니면 아래턱 관절에 무리가 갑니다. 

외모는 한때의 유행이나 시대에 따라 그 트랜드가 변하지만 치아 및 주변 구조의 건강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변치 않는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교정치료를 통해 앞니를 최대한 세워서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모양새에 맞추어 드리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아이러니한 사실은, 또 어떤 분들은 바짝 선 앞니를 ‘옥니’ 라며 싫어하는 분도 계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선호가 어떠하든 치아나 주변 구조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교정치료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앞니 각도를 정하는데 있어서는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앞니는 약간 앞으로 향하는 것이 맞습니다. 좀 더 이뻐보이자고 건강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연예인으로 데뷔하실 거라면 고민이 깊어지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