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K 글래스 김정식 대표, 세월호 참사 후 ‘고정형 유리 파괴기’ 발명 … ‘2015 대한민국 안전기술 대상’ 수상 유력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 침몰하는 여객선 객실에서 의자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려는 한 승객의 모습이 텔레비전 전파를 타고 방송됐다.
유리만 깨면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는 끝내 깨지지 않았다. 마지막 삶의 몸부림을 치던 그 승객은 결국 수 백여 명의 다른 승객들과 함께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한 장면이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는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동포사회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모두가 슬픔에 잠겼고, 한국정부의 무능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객실의 창문을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 승객의 모습이 달라스의 한 유리 시공업자의 뇌리를 강타한다.
“강화 유리에 자그마한 흠집을 낼 수 있는 장치만 있었어도 그 승객은 구조될 수 있었을 텐데.”
달라스에 소재한 유리 시공업체인 ‘JSK 글래스’의 김정식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차량이나 선박의 유리를 깰 수 있는 ‘유리 파괴기’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침수된 차량이나 선박에 갇혀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부터 40년간 유리 시공업에 종사해온 김 대표는 2014년 5월 ‘고정형 유리 파괴기’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운송수단에 사용되는 강화 유리는 자그마한 흠집만 생겨도 파괴된다는 원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유리 파괴기가 발명돼 특허를 획득했지만, JSK의 ‘고정형 유리 파괴기’는 다르다. ‘고정형 유리 파괴기’는 말 그대로 차량이나 선박과 같은 운송수단에 고정으로 설치되는 장치다. 운송수단이 침수될 경우, 안전핀을 제거하고 레버를 돌리면 유리가 파괴되는 원리를 갖고 있다. 노약자나 여성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레버를 돌려 유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고정형 유리 파괴기’에 대한 특허를 미국과 한국에서 출원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특허를 획득했고, 미국에서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김 대표는 특허를 출원한 후 본격적인 마케팅 행보에 나섰다. 먼저 ‘고정형 유리 파괴기’ 실험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수 없이 많은 실험과 연구를 반복했다.
김 대표는 올해 7월 열린 인천 해양안전 박람회에 ‘고정형 유리 파괴기’를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기세를 몰아 오는 11월 26일 개막하는 제1회 대한민국 안전기술 박람회에도 출품하게 됐다.
제1회 대한민국 안전기술 박람회는 대한민국 국민안전처가 기업 및 개인이 개발한 우수 안전관련 기술 및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주최하는 행사다. 이 박람회에 출품되는 기술이나 제품들은 ‘대한민국 안전기술 대상’에 응모할 수 있는데, 총 320여 응모 업체들 가운데 상위 20위 안에 JSK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선정됐다.
상위 20위 업체들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최종 관문인 3차 종합심사가 상위 20위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미 실시된 상태로, JSK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대한민국 안전기술 대상’에 사실상 선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정식 대표의 ‘고정형 유리 파괴기’는 40년 유리시공 외길을 걸어온 장인정신의 결실이다. 김 대표는 20세가 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유리 시공업에 종사했다. 한국에서 김 대표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만한 랜드마크 빌딩의 유리 시공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업계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가족과 함께 달라스로 이주한 김 대표는 달라스에서도 유리 시공업에 종사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만의 전문기술과 지식으로 인정을 받는다. 김 대표는 유리 시공 기술과 지식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승화시켰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간단한 장치만 있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미국에서도 연간 수 백여 명이 침수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상용화 돼서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정식 대표는 올해 8월 한국에 ‘고정형 유리 파괴기’ 사업자 등록을 했다.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는데,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한국 마크를 달고 해외로 수출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에 살고는 있지만 내 몸 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한국이 ‘안전 불감증’이니 ‘사고 공화국’이니 하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고정형 유리 파괴기’가 한국의 마크를 달고 세계로 수출돼 한국의 안전기술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평소 “큰 고객보다 작은 고객을 소중히 여긴다”는 철학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는 김정식 대표는 홍보모델로 발탁된 모델 유승옥 씨와 상의해 1만 달러의 후원금을 달라스 한국학교에 전달하기로 했다.
“유승옥 씨와 홍보모델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가운데 1만 달러를 좋은 일에 기부하기로 뜻을 같이 했습니다. 오늘날 내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달라스 동포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환원하고자 달라스 한국학교 후원을 결정했습니다.”
1년 6개월여 동안 ‘고정형 유리 파괴기’를 개발해오면서 단 한번도 후회하거나 흔들림이 없었다는 김정식 대표. 어떤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식들에게 몸소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정식 대표가 ‘대한민국 안전기술 대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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