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국가간 전쟁은 기원전 1800여년경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에서 일어났다. 당시 가나안땅 사해 (Dead Sea)남단에 형성된 싯딤 골짜기에서 벌어진 이 전쟁은 일명 여러 도시국가로 구성된 동맹국간 전쟁이었다. 교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성경에 나타난 전투편성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투내용과 결말을 언급하기 앞서, 먼저 동맹국가간 환경과 전쟁 발단배경을 소개한다.
동쪽 동맹군은 4개 국가로 구성되었다. 일명 메소포타미아 동맹군으로 바벨론(Babylon), 라르사(Larsa), 엘람(Elam), 그리고 소부족 연합체인 고임국(Goiim)등의 연합체이다. 이들 국가는 주로 티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강 유역에서 형성, 발전된 강대한 도시국가들이다. 지리적으로는 메소포타미아강 북쪽에는 아수르, 히타이드족속, 중원지역에는 바빌로니아, 라르사 동쪽으로는 엘람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시, 이 국가들은 도시간 정기무역을 통하여 상호발전및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도시국가중, 바빌로니아가 가장 강성하였던 바, 당시 함무라비왕 (별칭: 아므라벨)의 통솔하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유능한 지도자로서,법전을 편찬하여 관료제도, 세금제도, 중앙정부체제를 갖추어 국가를 안정적으로 통치하였다. 군사적으로도 강성하였다. 이미 말이 끄는 전차대와 자유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보병이 있었고 지역의 부유한 시민과 신관들의 지원이 있었다. BC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러한 군사적 역량이 신교역로의 개척과 영토확대가 가능케 하였던 것이다.
한편, 서쪽동맹군은 사해 평야일대에 형성된 5개 도시국가들 이었다.,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각 도시는 사해 서쪽에 연하여 위에서 아래로 소알(Zoar), 소돔(Sodom), 고모라(Gomorrah), 아드마(Admah) 그리고 스보임(Zeboiim)순으로 배치된 듯하다. 이 지역은 당시에 (BC 2000경~1500경)에 농사를 지을 충분한 양의 신선한 물을 사해로 흘려보내는 비옥한 땅이었다. 성경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하나님의 동산같은 땅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히브리 족장 아브람의 조카 롯은 땅 선택의 우선권을 부여받았을때, 그의 양떼를 위하여 이 풍요로운 땅을 택하였던 것같다. 이러한 지리적 잇점이 농경시대에 이지역 도시국가들에게 경제적 풍요함을 주었지만, 소돔과 고모라의 타락에서 보듯이 배부름에 뒤따르는 도덕적 타락은 피해갈 수 없었다.
전쟁의 발단은 조공문제였다. 군사적으로 약세인 서쪽5개 도시국가가 동쪽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 특히 당시 가장 강대국인 엘람(Elam)에 반기를 든것이다. 경제적 풍요가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12년 동안 바치던 농작물과 지역특산물을 더 이상 주지못하겠노라 선포한 것이다. 이에 동쪽 4개 도시국가들은 엘람(Elam)왕 그돌라오멜(영어식표현: Chedorlaomer, 엘람어: Kudur-Nahhunte)이 주축이 되어 이들 조공국에 대한 징벌을 위하여 군사적 동맹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1150km이상 떨어진곳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들이 많다. 이들 동맹국은 1년 가까이 전쟁을 준비를 한다. 진군할 이동로를 포함한 식량현지조달여부, 식수, 숙영지, 천연장애물, 최초 전투전개선등 치밀한 작전계획도 수립했다.
드디어 기원전 1784년에 메소포타미아 동맹군이 출전한다. 당시 전쟁의 관행은 연합군을 구성할 시 최강국의 왕이 당연직으로 총사령관이 되며 나머지 도시국가의 왕들은 동행을 해야되었다. 그러므로, 엘람왕 그돌라오멜이 총사령관이 된다. 메소포타미아 연합군은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유지하며, 일명 왕의 대로(The Way of King)를 주이동로로 선택하여 가나안지역 싯딤으로 이동할 계혹이였다. 첫 전투는 지금의 골란고원 옆에 위치한 아스드롯(Ashteroth-Karnaim)일대 였다. 거주민 르바족속(Rephaim)을 쉽게 제압후 여세를 몰아 함(Ham)지역 에서 수스족속(Zuzim)을 사웨-기랴다임(Shaveh-Kiriathaim)지역에서 엠족속(Emim)을 항복시켰다. 여세를 몰아 기세좋게 남진 중 축선상의 모든 전략적 요충지를 접수한다. 내친김에 사해남단을 휘돌아 서진하여 카데스(Kadesh)에 거주하는 아멜렉족속 그리고 그 윗쪽 하사손-다말(Hazezon-Tamar)에 거주하는 아모리족속 마저 최종 굴복시킨다.
이즈음, 비옥한 평원에서 유유자적하던 5개 도시국가왕들은 드디어 올것이 왔다고 판단하고 결전을 준비한다. 이들은 최초 전투 접촉점을 국가의 초입(진입로)이 되는 사해남단 싯딤골짜기(The Valley of Siddim)로 정하였다. 이 지역은 서쪽으로는 남과 북으로 연하는 산악, 동쪽으로는 60cm 정도 깊이의 역청분지가 포함된 평지이다. 지형지세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해볼만한 전투였다. 그러나, 전투경험이 풍부한 메소포타미아 동맹군과 농업국가인 구성된 서쪽동맹군은 예초에 여러면에서 견줄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초전에 서쪽 동맹군은 분열, 와해된다. 소돔과 고모라왕과 그의 군사들은 역청구덩이에 빠져 대오가 흩트려졌고, 나머지 동맹군은 산으로 후퇴하였다. 전투경험이 전무하였던 이들은 지휘역량, 부대배치, 그리고 편제운용에 있어 적의 기세에 눌려버린 것이다.
서쪽 동맹군의 입장에서 이 전투의 결정적인 패인은 군형(軍形)의 실패이다. 산지, 골짜기, 늪지, 호수등 네가지 지형을 피해야 한다는 전투배치원칙을 몰랐던 것이다. 이런 곳은 지키더라도 실익이 없고, 그 곳을 지키더라도 적의 공격에 휘말려 위험하고 병력이 몰살할 수 있기때문이다. 장기간 원정으로 지친 적군을 충분히 상대해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형의 선택으로 서쪽 동맹군은 패하였다. 전투에서 이긴 메소포타미아 동맹군은 많은 전리품과 포로를 얻고 기세를 몰아 북쪽으로 진군하여 갈리리호수 북단 ‘단’을 거쳐 아시리아의 ‘다마스쿠스’까지 진격하였다.
전쟁의 패배로 말미암아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이브람의 조카 롯이 포로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그의 사병 318명을 인솔하여 추격한다. 통상 부대이동제대는 선두에 전투부대가 이어서 지원부대, 그리고 후방에는 보급부대순으로 편성하게 된다. 그리고 후방부대가 전리품및 포로취급을 담당한다. 메소포타미아 동맹군은 너무 많은 전리품과 포로 그리고 식량, 물자로 인하여 이동종심이 길어졌고 이동속도 또한 느렸다. 그러므로 경량화되고 소수정예화된 아브람 사병들은 단시일내에 적 후방지역에 근접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아브람의 지혜를 발견한다. 아브람은 계곡을 감지할 수 있는 고지일대에 병력을 매복시킨후, 정탐병을 보내어 적의 동정을 살피게 했다. 동시에 적의 무장상태, 포로수용소 위치, 보급품저장소등을 주도면밀하게 파악할 것을 지시한다. “싸우기전에 신중히 계획하라”는 전쟁의 첫번째 원칙이 잘 적용된 것이다. 드디어, 야간기습공격을 감행하여 아브람은 롯을 포함한 포로들을 구하고 더불어 많은 전리품도 탈취한다. 후방부대만 공격하였다면 가능한 작전이다. 그러나 성경의 기록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창세기의 “아브라함이 그돌라오멜과 그와 함께한 왕들을 파하고 돌아올 때에” (14:17) 라는 구절이다. 동쪽동맹군 전체를 격파함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가능성을 두가지다. 첫째는 호바(Hobah)라는 곳은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였기 때문에 대규모의 병력이 기동및 전투를 하기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브람은 게릴라전으로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현지에서 괴멸케 하였을 것이다. 두번째 가설은, 적의 병참부대가 아브람으로부터 전멸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적군은 전투의지를 상실하여 와해되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 전쟁을 통하여 우리는 영적 교훈을 얻는다. 아브람의 승리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셨다는 것이다. 전투후 아브람을 축복한 살렘왕 멜기세덱의 말을 인용해보자. “하늘과 땅의 소유자시요 지존자 하나님이시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아브람의 대적을 그의 손에 붙이신 지존자 하나님을 찬송할지어다” (창 14:19-20).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의 요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그들은 아군이 강하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라고만 알 뿐, 승리하도록 제어하는 보이지 않은 힘을 모른다.
이방국가들의 전쟁인 싯딤골짜기 전투에서는 하나님께서 군사적으로 강한자에게 승리를 안겨주셨지만, 그가 선택한 아브람에게는 하나님의 지혜를 주심으로 적은 병사로 대군을 이기게 하셨다. 이는 하나님이 이전에 아브람과 약속하신 그의 말씀을 이루기 위함일 것이다. <이 칼럼의 무단 불법 전재를 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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