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종교문제가 분쟁또는 전쟁과 연결되면 본래의 두 가치는 증오와 무자비한 폭력으로 변질된다. 인류가 창조된 이래, 전쟁과 종교는 평행선을 달리며 공존하여 왔다. 그러나, 두 실체가 어떤 한 목적을 위하여 수렴되어 전쟁이 종교를 또는 종교가 전쟁을 오용하게되면, 그 결과는 그 어떤 재앙보다도 참혹하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인류에게 보여 주었다. 종교적으로는, 중세 유럽에는 기독교가 종교전쟁의 중심에 있었지만 현재 양상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가 분쟁에 얽혀 있다. 다시 말하면, 냉전 종식 이후 독립국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에 잠재했던 다양한 갈등요소들이—종교적으로 구분된 지역간, 국가간, 민족간, 인종간, 종교간 분쟁들—크고 작은 형태의 분쟁으로 표출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위그노 전쟁(1562-1598)이래 5세기가 지난 오늘날 유럽의 종교전쟁은 멈췄지만 아제르바이잔, 케냐, 나이지리아, 이집트,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등에서의 종교갈등, 그리고 최근 국제문제가 되고 있는 ISIS(Islamic State of the Iraq and Syria)와 같이 유혈사태를 동반하는 종교분쟁은 현재까지 끊이질 않고 있다.
인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종교’
종교와 전쟁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각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종교란 각 인종과 국가의 신앙과 문화체계, 그리고 세계관을 결정하여 실존적 존재이유를 부여한다고 브리테니카 사전은 정의한다. 그러므로 종교는 그것이 성립되기위한 3가지 필수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인류에게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리가 선포되어야 한다. 두번째는, 인류의 자유, 평등,그리고 정의가 실현되어 인류 공존 공영과 평화를 이룩하기위한 비전이 제시되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사람다워지고 사람답게 살도록 가르치는 실천적인 윤리적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하에, 종교는 인류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생성되어, 하나의 영적인 또는 무형적 객체로 끊임없이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14세기 무렵부터 촉발된 인문주의 사조로 말미암아, 인간의 이성에 기반한 경험적/과학적/물질적 사고체계가 인간의 전 삶의 영역에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인구의 84%가 종교인이라는 사실은, 개별적 종교적 가치와 규범이 인류의 삶의 방식, 의식구조, 그리고 가치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종교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신성한 영적 축복으로서 자리매김하였왔으나, 한편으로는, 인간의 욕망이 종교를 수단으로 이용될 때에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보다도 심각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한 인류의 역사
전쟁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전쟁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전쟁은 나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위다.” 다분히 목적달성을 위한 적대적 의도성을 강조한 개념이다. 동양사상에서 나타난 전쟁의 개념은 손무의 병법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이란 “인간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그 승패의 결과가 나라와 민족의 흥망에 직결되는 중대사라고 설파하였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전쟁은 그 자체로 목적성 또는 동기가 있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이 견해를 뒷받침하듯, 미국의 역사학자 로널드 웰즈(Ronald Wells)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전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가 될수 없지만, 전쟁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역사를 논할 수 없다.” 이는 이데올로기 전쟁,” “냉전전쟁”등은 20세기의 유물이 됐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도 명분만 제공된다면 전쟁의 불씨는 언제라도 지펴질 수 있다는 역사적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종교와 전쟁의 간략한 정의 하에, 이제 종교전쟁이란 주제로 들어가 보자. 과연 “종교전쟁”이란 무엇인가? 개념은 간단하다. 여러가지 전쟁의 명분 중에 종교가 개입되었다면, 이것이 소위 말하는 “종교전쟁”이다. 문명이 발생된 이래 치러진 무수한 전쟁중에 “역사에 비극으로 남을 전쟁들은” 종교가 그 중심에 이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그리하여, 영국의 전쟁 분석가 Mike Woodridge는 지금까지 치러진 모든 전쟁의 95%는 종교와 결부된 인종차별, 자원착취, 부당한 대우및 탄압등과 결부된 종교전쟁이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제시된 근거들 중, 우리가 주목해야할 몇가지 주요원인은 다름과 같다. 첫번째는 종교가 특정한 소수 지배계층의 통치/권력구조를 통일화 또는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로마제국의 콘스탄틴대제에 의한 기독교의 공인화이다. 두번째로는 종교는 특정국가의 영토및 세력확장과 자원확보와 병행하여 전쟁의 합리화도구로 이용되었다. 15세기 에서 16세기에 걸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항로개척시대에서 보여준 피지배국가에 대한 잔인한 통제에는 종교가 전후에 있었다.
세번째로는 성전(Holy War) 또는 정의의 전쟁( Just War)이란 명목하에 이종 종교간에 갈등해결방법으로 무력과 병행되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 이 책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전쟁의 목적과 필연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독교인이 아닌분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전반적 역사에 분명한 지시에 의하여 때로는 내밀하게 전쟁에 개입하심으로 그 분의 인격과 존재성을 나타내셨다. 따라서, 이 기고의 목적은 인류역사 전반에 일으난 전쟁을 신의 섭리의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서 불신앙의 시대에 살아가는 모든 독자에게 역사의 주관자의 존재를 알리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이 글의 주제(Theme)는 일관되게 전쟁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맞추어져 있으며, 다음 질문들에 대한 해답찾기로 이 주제의 사실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1) 모든 전쟁은 성전(聖戰)이 될 수 있는가? (2) 전쟁은 악(惡)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하나님의 최종수단 인가? 그리고 (3) 전쟁에 개입한 하나님은 과연 선(善)하신가? <이 칼럼의 무단 불법 전재를 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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