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자국’ 살인범 25년만에 무죄로 석방된 이유는? 증거로 이빨 자국이 효력없다는 치과의사들의 견해 … 과거 부당 기소된 수감자에 대한 재심 허용으로 누명 벗어

달라스의 스티븐 마크 채니(Steven Mark Chaney) 씨는 25년간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무죄로 석방됐다. 그를 살인범으로 교도소로 보낸 건 이빨 자국에 대한 잘못된 과학 때문이었다. 

치과의사인 짐 해일즈(Jim Hales)는 달라스 카운티 배심원 앞에서 “피해자 존 스위크(John Sweek)의 몸에 난 이빨 자국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채니 외에도 ‘1명에서 백만명’까지 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채니를 이빨 자국 때문에 범인으로 지목한 당시의 과학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증언이었다. 

지난 12일(월) 자유의 몸으로 법정을 나선 채니 씨는 가족들과 포옹을 했다. 그 중에는 아내와 모친, 그리고 4명의 형제들이 있었다. 채니는 모친 달랴(Darla) 채니 씨를 껴안으면서 “그동안 엄마를 안아보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채니가 1987년 기소된 이유는 존 스위크와 샐리 스위크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였다. 당시 증거 가운데 존 스위크의 몸에 난 물린 자국이 채니의 이빨로 인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증언했는데, 이제는 그 과학이 폐기처리된 것이다. 

채니에 대한 재판 당시 검사 측은 채니가 마약 판매상인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기 싫어서 살인을 했다고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재판에서 2명의 범의학 치과의사 2명을 고용해 존 스위크의 팔에 난 물린 상처가 채니 이빨의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증언하게 했다. 

그런데 당시 증언했던 달라스 카운티 검시소의 수석 치과 컨설턴트인 해일즈는 그 때 자신이 배심원에게 했던 증언은 이제는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가 제한되지 않은 경우 한 특정 개인이 어느 이빨 자국의 주인이라고 단정해서 말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건전한 게 아니다”고 그는 말한다. 

당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치과의의 증언을 너무 신뢰하는 바람에 채니가 사건 발생 때 자신들과 함께 있었고 스위크의 집에 있을 수 없었다는 9명의 알리바이 증언조차 무시했다. 

그 후 법정에서의 과학 사용을 감독하는 패널인 텍사스 과학수사위원회는 이빨 자국이 증거가 돼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이 증거로 더 이상 다른 조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고한 것인지, 또 이 증거로 잘못 기소된 사건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였다. 

미과학수사학회 역시 지난해 법치의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는데 어떤 게 물린 자국인지조차도 제대로 결정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결론내렸다. 

2009년에 미 과학학회도 이빨 자국으로 사람을 지목하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한 일이라는 보고서를 출판했다. 

2013년 텍사스 의회는 발전한 과학이 이전 기소 당시 증거들을 뒤엎는 것이 분명하면 해당 수감자에 대해 무죄 석방할 것을 허용했다.

채니의 변호사는 달라스 카운티 검사들이 의도적으로 거짓 증거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채니의 신발에 피가 묻어있었다는 허위 증언이었다. 

결국 채니의 기소는 잘못된 것으로 무죄 판결이 사건 25년만에 다시 내려졌다. 전 건설사 직원이었던 올해 59세의 채니는 이로써 억울한 판결의 희생자로 판명난 셈. 

달라스 카운티에서는 채니처럼 잘못 기소됐다가 무죄로 드러난 건수가 현재까지 30건이 넘는다. 이들의 무죄 판결은 DNA 증거로 인해 드러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채니처럼 이빨 자국 관련 증거로 인한 부당한 기소에 대해서는 달라스 검찰도 처음 인정하게 된 셈이다. 

특히 채니의 재심에 대해서는 지난 1월에 달라스 카운티 새 지방 검사장으로 임명된 수산 호크(Susan Hawk)가 취임한 이후로 첫 부당 기소 사건이어서 세간의 주목이 집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