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재 목사 목회자 단상: 聖 춘향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신의를 지켜야 하고 신앙생활에서는 믿음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성경에서 거룩한 무리인 성도를 신부로 예수님을 신랑으로 이야기한다.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4장 3절에서,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오마’ 말씀하신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된 성도의 모습은 모진 학대에도 불구하고 이도령을 끝까지 기다리며 참아낸 춘향이를 연상하게 한다. 

예전에 춘향전을 신앙연극인 ‘聖 춘향전’으로 각색해 보았다. 그리고 교회의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올려보았다. 성도의 믿음과 인내를 주제로 한 연극이라 거룩할 ‘성(聖)’자를 붙여서 ‘聖 춘향전’이라고 이름하였다. 성춘향을 성도로 묘사하였고 이몽룡을 예수님으로 묘사하였다. 

허물과 죄로 죽었던 죄인이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성도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과의 가슴 벅찬 사랑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고을 기생인 월매의 딸 성춘향과 지체 높은 집안의 귀공자인 이도령의 사랑으로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아가서에 나오는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의 사랑처럼 말이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이렇게 고백하였다,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아가 1:15). 이도령도 부채를 잡고 춘향이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어허 둥둥 내 사랑 어여쁜 내 사랑이야.”

한편, 이도령의 부친이 동부승지에 임명되어서 이도령은 짐을 꾸려 한양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도령은 떠나면서 춘향이에게 자신이 꼭 장원급제하여 데리러 올 것이니 참고 송죽같이 곧은 절개와 믿음으로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라고 말한다.  이도령은 춘향이와 헤어지기 전날 밤에 춘향이에게 혼인술잔을 건넨다. 연극에서 이 장면을 성만찬으로 연결시켜 보았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나누시며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누가복음 22:20)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이도령과 백년가약을 맺은 춘향이에게 고난이 시작된다. 새로 부임한 변사또는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명을 내리고 춘향이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모시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변사또는 춘향이에게 이도령은 이미 떠나갔으니 너의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을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회유한다. 그러나 춘향이는 일편단심 이도령만을 생각하며 그의 수청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변사또는 고을 수령의 명을 거역하는 죄로 춘향이를 형틀에 올려 주리를 틀며 고문을 가한다. 이 때 연극에서 새찬송가 493장 1절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모습은 성도가 이 세상에서 사단에게 당하는 온갖 유혹과 고난을 떠올리게 한다. 사단은 지금도 하나님을 거역하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인 성도가 믿음을 저버리도록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미혹하고 있다. 때로는 달콤한 유혹으로 때로는 가혹한 핍박으로 끊임없이 성도를 믿음의 자리에서 실족하도록 만들고 있다. 

결국 ‘다시 오마’ 약속했던 이도령은 어사가 되어 나타난다. 이 때 연극에서 ‘헨델의 메시야’ 중 ‘할렐루야’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사 이도령은 온갖 악행을 저지른 변사또를 벌하고 파면시킨다. 그리고 고된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과 믿음을 지킨 춘향이는 꿈에도 그리던 어사가 된 이도령을 만나는 광명한 날을 맞이한다. 이것은 세상의 온갖 유혹과 고난을 이겨내고 믿음을 끝까지 지킨 성도가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맞이하는 영광이리라. “이것들을 증언하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요한계시록 22:20). 세상에서 어려움과 고난을 당할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믿음으로 승리하는 이 시대의 춘향이가 되길 바란다. 

윤석재 목사

던컨빌제일교회 담임

682-521-4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