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랜드에서 뷰티서플라이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인 신 모씨 부부가 K2로 불리는 합성 마리화나를 운반 및 판매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소식이 지난 13일(목) 보도된 가운데, K2가 마약이냐 아니냐를 두고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달라스 모닝뉴스 등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과 갈랜드 경찰국 수사 리포트에 따르면 신 모씨 부부는 적어도 지난 2013년부터 자신들이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업소와 편의점에서 K2를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갈랜드 경찰은 신 씨 업소에서 200 파운드에 달하는 시가 25만 달러 상당의 K2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랜드 경찰국은 2년 전 신 씨의 업소에서 K2가 판매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은 후 수사에 착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들 가운데는 경찰국 정보원과 일반 시민 등이 포함돼 있었으며,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타 한인 업주도 제보자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신 씨 부부는 지난 13일 체포돼 갈랜드 경찰국 구치소에 수감된 후, 남편과 부인이 각각 5만 달러와 2만 5천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다.
이번 신 씨 부부 사건은 지난 5월 ‘개스 파이프’(Gas Pipe)라는 마약관련 업체의 업주들이 K2 제조 및 유통 혐의로 기소된 이후 가장 큰 K2 관련 사건으로 기록됐다.
연방 마약단속국은 K2가 엄연한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위험한 물질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이번 신 씨 부부의 사건을 일반적인 ‘마약 사건’으로 규정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여론도 한인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업주 김 모씨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K2 판매가 금지되기 전인 5년 전만해도 우리 업소에서 K2를 판매했다”고 전하고 “K2가 무엇인지, 또 K2가 금지된 제품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는 한인들이 많다. K2가 엄연히 판매가 금지된 제품이고, 또 K2로 인한 부작용도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신 씨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우스 달라스에서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한인업주 박 모 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K2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전하고 “우리 업소에서는 처음부터 K2를 다루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신 씨 부부가 평소 덕망 높은 인물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번 일은 어찌 보면 자영업을 하는 모든 한인들이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신 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신 씨 측은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언론 노출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 ‘개스 파이프’ 사건 = ‘개스 파이프’(Gas Pipe)는 담배 및 마약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해온 체인점으로, 이 업체의 소유주인 제랄드 슐츠(Gerald Shults) 씨와 그의 딸 에이미 린 헤리그(Amy Lynn Herrig) 씨는 올해 5월, 17건의 K2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개스 파이프’가 미 연방 마약단속국(DEA)의 표적이 되기 시작한 때는 2013년 말. ‘개스 파이프’는 ‘샤완 DTO’(Shahwan DTO)로 알려진 마약제조업체로부터 K2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 ‘샤완 DTO’가 K2 제조를 중단하자 ‘개스 파이프’ 업주들은 달라스 ‘메이플 에비뉴’(Maple Ave.) 5800 블록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을 개조해 그 곳에서 직접 K2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샤완 DTO’ 업주였던 로렌스 샤완(Lawrence Shahwan) 씨는 루이스빌 거주자로, 달라스에서 마약 유통 비즈니스를 운영했다. 북텍사스 일대 다수의 비즈니스에 K2를 공급해오던 ‘샤완 DTO’는 지난 2013년 9월 ‘개스 파이프’와 독점계약을 맺고 ‘개스 파이프’에만 K2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총 4백만 달러 규모에 이르는 이 독점계약 내용에 따르면 ‘샤완 DTO’는 ‘개스 파이프’에게 3 그램씩 포장된 K2 제품 50만 개를 개당 8 달러의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샤완 DTO’에서 일하던 몇몇 조직원들이 마약과 관련 없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샤완 DTO’ 업주는 ‘개스 파이프’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그러자 ‘개스 파이프’ 업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 K2 제조 시설을 직접 설치하고 K2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개스 파이프’는 북텍사스에 9개, 어스틴에 두 개의 업소를 보유하고 있다.
‘샤완 DTO’ 업주들은 지난 해 6월 K2 제조 및 유통 혐의로 기소됐고 ‘개스 파이프’ 업주들은 올해 5월 17개의 K2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개스 파이프’ 수사는 연방 당국이 북텍사스 지역에서 K2를 판매하는 여러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표적 수사의 일환이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 5년 전만해도 합법적으로 판매 = K2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주유소나 편의점 등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됐던 제품이다. 향 대체 제품으로 판매됐던 K2는 그러나 대마초의 주성분이 함유돼 있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환각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지난 해 5월 달라스에서는 이틀 사이에 40여 명이 K2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5월 1일(목)과 2일(금) 달라스 베일러 메디컬 센터에 20명,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에 18명이 K2 과다복용으로 입원했다.
당시 달라스 경찰국은 환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K2 과다복용이 의심된다고 발표했고, 병원 관계자들도 K2가 마약 테스트에는 양성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K2 과다복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베일러 대학병원 응급실을 총괄했던 짐 디에틴(Dr. Jim d’Etienne) 박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응급차에 실려왔으며 진정제를 주사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일부 환자들은 K2 환각작용으로 인해 폭력적인 반응을 보여 물리적인 제재를 받기도 했다.
같은 시기인 작년 4월 30일(수)과 5월 1일(목)에는 어스틴에서도 15명이 K2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K2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주정부 및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자 북텍사스 지역 각 시의회는 자체적으로 K2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북텍사스에서 가장 먼저 K2 판매를 금지한 도시는 맨스필드. 맨스필드 시의회는 지난 2010년 6월, 21세 미만에게 K2를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달라스는 같은 해 8월 맨스필드 K2 판매금지 조례보다 더 강력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달라스 시장이었던 톰 레퍼트(Tom Leppert) 시장은 데이빗 브라운 경찰국장, 드웨인 캐러웨이(Dwaine Caraway) 부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K2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달라스 조례는 K2를 소지하거나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 최대 2,000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당시 톰 페러트 시장은 “K2가 대마초와 같은 환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합법적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K2의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K2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갈랜드를 포함한 북텍사스 지역 대부분의 시의회가 K2 판매 및 소지를 금지하는 조례를 속속 통과시켰다.
텍사스 주정부 차원의 K2 금지 법안은 이듬해인 2011년 3월에 통과됐다. 이 법안을 발의한 주인공은 플레이노에 지역구를 두고 있던 플로렌스 샤피로(공화) 주 상원의원이다. 샤피로 의원은 K2에 대마초의 주성분인 THC와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 함유돼 있어 K2를 금지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샤피로 주 상원의원은 ‘텍사스 독극물 통제센터’(TPCC)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2010년에만 555건의 K2관련 응급신고가 있었다고 전하고 “K2로 인한 부작용으로 청소년들이 위험에 처했다. 조속히 K2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K2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된 것은 지난 2012년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K2 등 유사 대마초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 후 마약 제조업체들은 혼합물의 종류를 바꿔가며 신종 유사 마약을 제조하기 시작했고, 미 연방마약단속국은 유사 마약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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