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아 차와 조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 차를 몇번 몰아본 적은 있었지만 기아 차량을 직접 몰아본 적은 없었다. 최근 기아 차들에 대한 좋은 소문이 들려오고 있는 시점이었고, 또 기아 차를 구매한 지인들의 반응도 일색으로 호평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미니밴 세도나의 시승 기회를 갖게 된 건 나름 천우신조였다.
게다가 이전에 일제 차량의 미니밴을 여러 종류 몰아본 경험 때문에 기아 세도나와의 비교는 기대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 몰아본 적도 없는 기아 미니밴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이번에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을 기회라 생각됐다.
몇달 전 이 지역에서 열린 2015 LPGA North Texas Shootout 이벤트를 통해 전시된 2015년 세도나 모델을 본 적은 있었다. 깔끔한 디자인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어서 직접 타보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모든 걸 해소해 보리라 다짐했다.
신형 세도나를 받았을 때 기존 기아 차량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게 됐다. 유럽 차량이나 미국 고급 세단형 느낌의 세련됨이 기분을 좋게 했다. 그 어느 일제 차량 미니밴보다 럭셔리하다는 첫 인상에 어디 몰고 다녀도 자부심이 느껴질만한 디자인과 품격을 갖췄다는 인식을 줬다.
이미 여러 곳에서 소개된 최신 세도나는 기술적인 면이나 전문적인 면에서 충분히 감동스럽고 압도적이었다.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는 이해가 안가는 자동차의 기술적, 전문적 용어는 문외한이기에 이번 시승기에는 단순히 내가 접하고 몰아본 체험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일단 장기 여행을 하면서 세도나와 친해지기로 했다. 이틀간 달라스-휴스턴 600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하며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 모두 세도나를 보자 그 위용에 짐짓 놀란 듯 했다. 한국 차인데 이렇게 멋지고 크냐(사실은 길었다. 날렵하게 느껴지는 게 그 길이 때문이리라)는 말을 한다. 디자인부터 세련됐다는 말은 세도나를 보는 사람마다 했다. 앞면의 헤드라이트를 포함한 날렵한 디자인과 밝은 하얀색 조명의 미는 솔직히 마력적이었다. 아이들도 앞에 가서 다시 한번 쳐다보며 감탄할 정도였다.
덕분에 흥분되는 마음으로 세도나에 올랐다. 왕복 9시간 정도의 경로에서 얻을 세도나에 대한 진솔한 체험의 기대감으로.
그래도 출발에 앞서 차와 익숙해지기 위해 인포 시스템과 각종 옵션 사항은 파악하는 게 예의 같았다. 최고급 모델이라 다양한 옵션들이 포진해 있었는데 얼마전 신문사 행사를 위해 렌트했던 Cadillac Escalade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장치들이었다. 캐딜락에 비해 절반 가격밖에 안하는 세도나에 동일한 사용자 편의 장치가 모두 담겨 있다니, 이건 대박이다 싶었다.
이번 장거리 여행에 가장 큰 도움을 줬던 편의 장치는 차간 거리 조절이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이었다. 정면에 차량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 차간거리를 확보해주는 기능이다. 전면에 차량이 나타날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크루즈 기능을 비활성화시키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여행 내내 최대의 도움이었다. 물론 선택 사항으로 무단 차선 변경의 경우 경고해주거나 앞뒤 360도 사방으로 설치된 감지 카메라에 의한 안전 운전 및 사고 방지 기능은 완벽하다 싶어 지나치다 싶은 장치들이었다.
그러나 왜 이렇게 안전에 신경을 썼을까 싶은 의문은 세도나를 몰아보면서 금세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세도나가 미니밴인데도 너무 잘 나간다는 발견이었다. 안전 장치가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스포츠카를 몰듯이 오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하면서 우선 두 가지에 크게 감탄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이중의 느낌이 묘하게 조화된 승차감과 속도감. 한편 고급 세단의 느낌인가 싶다가 일순간 유럽형 스포츠카 같은 주행감. 그런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안락한 승차감과 소음 차단 능력에 놀라고 만 것이다.
가속페달 반응이 1/3 지점까지는 부드럽게 반응하다가 1/3 지점 넘게 밟으면 깜작 놀랄 정도로 강력한 반응으로 가속이 되기에 하이웨이에 진입하거나 경사를 오를 때, 또는 차량을 추월해 나갈 때 부족함도 미안함도 전혀 안 들었다.
변속 충격도 적고 초기 응답성도 빨라 세단을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주행감은 상상하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반응해 웬만한 요철에는 차체가 흔들리지 않았다.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은 마치 요동이 없는 안락한 소파에 앉아있는 듯 평온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단언컨대 차는 몰아보면 더 몰고 싶은 차이어야 기분이 좋다. 세도나는 그런 느낌이 배가되는 장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심플해 보이고 평범한 느낌으로 엑셀을 밟기 시작했는데, 속도가 붙으면 붙을수록 다양한 감각을 주면서 운전의 기쁨을 만끽하게 하는 묘한 충격이 전해졌다고나 할까.
운전대 감성도 훌륭하게 세팅된 게 느껴졌다. 돌리는 만큼 정확하게 반응해 코너링을 포함한 핸들링의 불편함이나 불안함이 전혀 없었다. 아스팔트와 같은 평평한 도로에서의 정숙함은 완벽했다. 물론 비탈길이나 시멘트 도로에서의 소음 차단이 완벽하지 않은 듯 했다. 대형 크기의 바퀴가 주는 소음이 그 정도도 없으면 안되겠지 싶었다.
계기판은 항공기를 연상케 하는 형태였다. 실내 인테리어의 만족감은 물론이지만 넓은 계기판과 운전석 및 보조석의 공간은 가족 여행을 위해서는 최적이었다. 차안에서 보이는 바깥 시야는 충분히 넓어서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바깥 구경의 즐거움도 선사받았다.
운전에 빠져 집중하느라 다양한 계기판 옵션들을 탐구할 기회는 옆의 동승자인 아내에게 넘겨줬다. 보조석에서 계기판 버튼들을 이리 저리 눌러보고 음료수를 이것 저것 먹어대는데 운전자에게 전혀 방해를 주지 않는다 싶었다. 이는 중요한 발견이다. 이전 다른 미니밴에서 옆에서 아내가 지도를 찾고 네비를 포함한 각종 계기 장치를 작동하면서 약간 좁다는 느낌으로 신경전이 벌여졌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기에. 앞 좌석에 모자라던 컵홀더가 세도나에는 충분히 많아서 그 자리 싸움도 없었다는 작은 편리함까지 돋보였다.
날씨 탓에 만끽하지 못했지만 운전석과 뒷좌석이 함께 즐기도록 선루프가 2개나 장착된 것은 여타 미니밴이 시도하지 못한 럭셔리라고 해야 했다. 그만큼 패밀리 밴으로서 동승 가족 모두를 고려한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이는 좌석 배치에서 절정이었다. 특히 뒷자석 2열의 자리 배치가 환상적이었는데 양 옆 두 좌석이 비행기 1등석처럼 발받침이 제공되는데다 전후는 물론 좌우 양옆으로도 움직인다는 것은 자동차 여행을 잠자는데 주로 할애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가운데로 좌석을 몰았을 경우 완전히 뒤로 젖혀져 침대처럼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것은 나중에 내가 발견한 뒤라서 아이들은 미처 맛볼 수 없었던 기쁨이기도 했다. 장거리 운전시 운전자 취침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연예인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을 들은 게 우연이 아니다 싶었다.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해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이 적재용량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유럽형으로 제작되다 보니 폭이 다른 미니밴에 비해 좁은 편이었다. 골프채가 종으로는 충분히 실리지만 횡으로 실리기엔 좀 아슬아슬하다. 그리고 3열 시트를 눕혀서 카고 형태로 사용할 경우 바닥이 편평하게 펼쳐지지 않아 짐을 실을때 바닥에 걸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패밀리 밴으로는 훌륭한 좌석 배치를 가졌지만 짐차로 활용하기엔 좀 아쉬울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골프채가 아니라면 그것도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한 이미 아이스박스와 몇개의 여행용 가방을 채워놓아도 공간이 넉넉한 트렁크는 바닥까지 낮아진 디자인이어서 그 활용도는 충분했다.
예상보다 연비 효율도 좋았다. 양 도시 왕복에 일반 세단에 주입했던 개스보다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몇시간을 달려도 편안함과 마력에서 일관성을 보여준 성능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요인이었다.
여행은 끝났다. 고백하자면 중간에 과속으로 교통 딱지도 받았다. 속도감을 잊은 듯 시원스럽게 달리던 나의 과욕을 잡아세운 건 휴스턴 경찰이었다. 교통 딱지를 주는 그 미국 경찰에게도 은근 차를 자랑하고픈 마음까지 있었다고 말하면 오버라는 소리를 들을만 하다.
개인적으로 2016년 세도나 모델의 강점은 수려한 디자인과 주행감, 그리고 편의 사항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도심형 미니밴으로 다운타운 빌딩숲을 누벼도 시선을 끌만한 외형을 갖췄고 편안한 시트와 주행감성은 장거리 운전에도 강점을 보였다.
무엇보다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차량에서 만날수 있는 편의 사항들을 절반 가격에 누릴수 있다는 점은 진정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셋이라 오랫동안 여러 패밀리 밴을 이용해본 경험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음 번 미니밴은 기아 세도나일 것이라고.
기아 세도나의 매력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절대 타보지 말라는 것이다. 한번 타보면 이전 선입겸이 일순간 사라지고, 기존 여타 차량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을 쉽사리 대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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