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를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 전 국립오페라단 연출감독 이호현 씨와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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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즐기는 것,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을 사명으로 가슴에 안고 인생을 뛰어 왔다.
한 편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숨은 공로자들이 존재한다.
무대 위에서 빛나지는 않지만, 미술 소품부터 분장·의상·조명·지휘·안무 등 수 많은 사람들이 한 편의 오페라를 완성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호현 씨, 그도 이들 중 한 명이다. 물론 그는 오페라를 눈으로 그리며 진두지휘하던 연출감독 출신이다. 그의 지휘에 따라 오페라의 색깔이 달라지고 같은 작품도 그 재미와 맛이 달라졌다.
이 감독은 1999년 한국의 국립오페라단의 ‘초인종’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그는 작품마다 성공적인 변신으로 자신만의 분명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갔고, 오페라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전국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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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참가했던 오페라의 리스트는 전혀 낯설지 않다. 도니제티의 <초인종>을 비롯, 헨리 퍼셀의 <디도와 아에네아스>, 푸치니의 <라보헴>,<쟌니 스키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비제의 <카르멘>,베르디의 <아이다>,<라 트라비아타>,<비골레토> 모짜르트의 <돈 죠반니> 등 1999년부터 2010년까지 30여 편이 넘는 오페라와 춤극, 창작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출해 무대에 올렸다. 
특히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측 장예모 감독과 함께 한국대표로 연출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한국 오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호현 감독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나 대학에서는 전공보다 연극과 밴드 활동, 그리고 문화생황에 주력했었다. 여기 저기 밴드와 연결돼 공연판에서 손을 거들었고, 이 때 음악과 연극의 기본을 잡았다. 그러다 충격적으로 오페라와 만나게 됐고, 그 후 그의 인생은 그 궤적을 달리하게 됐다.
“오페라와의 만남은 자연스러웠어요. 교사 출신이신 아버지는 공부만을 강요하신 분은 아니셔서 가곡과 클레식 소품, 그림을 즐겼던 분이셨고, 형은 성악을 전공하고 시립합창단과 오페라를 거쳤던 정통 음악가 출신이죠. 결국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접하고 살았었죠. 그러다 우연히 유럽의 오페라 영상을 보게 됐어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영상을 통해 만난 유럽의 오페라는 한국과 엄청난 격차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그는 연기와 연출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아버지와 형을 통해 어릴적부터 예술적 기초를 쌓았고, 대학 때 만난 벗을 통해 연극과 음악의 세계로 들어갔다. 이후 이탈리아에서 조우했던 유명 연출감독들과의 영화 같은 순간은 그의 인생에 큰 족적을 남겼고, 이 감독의 연출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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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피렌체 국제 문화교류협회(AICS)연기자 과정과 밀라노 KUNIAKI IDA 국제연극학교 연기과를 거쳐 밀라노 EUROPEA 연극영화학교 연극연출과를 졸업했다. 
이론적인 연기 연출공부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페스티벌을 따라 전국을 돌며 미친듯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 생생한 현장 가운데 연출실기를 몸으로 습득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공연을 쫓아 다니느라 교회 처마 밑에서 잠을 자던 시기도 있었지요. 꼭두새벽부터 연출감독을 만나고자 마음을 설레고요. 열정적으로 청춘을 불태웠던 시기였어요.”
이런 그가 2010년 한국 국립 오페라단의 오페라 <맥베스>를 마지막으로 2011년 달라스로 이주했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간에 오페라는 삶을 드러내고, 또 연출은 '그것을 얼마나 충실하게 드러내는가' 하는 작업이죠. 그러나 이젠 인생에 있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과 가족, 그리고 오페라를 실제 삶 속에서 느끼고 체험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오페라와 삶,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이러한 관조의 과정 가운데 나오게 될 또 하나의 이야기가 기대됐다. 
"치열한 이민생활 속에 서 있는 한인동포들은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타국에서 영원히 타인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부족한 것에 대해 서로 채워주고 도닥여 격려한다면 외롭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연기·연출학교를 이끌고 또 오페라 연출을 통해 삶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호현 감독은 웃으며 그룹사운드 ‘퍼스트 노트’는 현재 음반을 준비 중이며 멤버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감했다. 이호현 감독이 보컬로 활동하는 그룹 사운드 ‘퍼스트 노트’는 대학가요제 출신의 쟁쟁한 뮤지션들로 이뤄진 밴드로 작년 11월 ‘달라스 7080콘서트’를 통해 달라스 한인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 바 있다. 

켈리 윤 기자 press2@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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