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르스 사태, … 달라스는 안전한가? 극소수 달라스 한인들 올 여름 한국여행 취소 … 미 CDC 한국여행 ‘주의’ 권고, “여행 취소는 과잉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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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CoV)로 불리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 한국을 강타한 가운데 북텍사스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있는 가족∙친지들의 안전도 걱정이지만 달라스는 메르스로부터 안전한지, 또 여름방학을 맞이해 자녀를 한국에 보내는 게 옳은 선택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달라스의 여행∙항공∙의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메르스 때문에 올 여름 한국여행을 취소한 한인들은 극소수이며, 메르스 때문에 한국여행을 취소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달라스 지점의 박경진 지점장은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3∙4월부터 한국행 수요가 빠지기는 했지만 메르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메르스로 인한 큰 변화는 없다. 한국행 수요가 감소한 것은 불경기로 인한 전체적인 현상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캐롤튼에 소재한 대한관광여행사의 애나 오 에이전트에 따르면 어린이 및 노약자가 있는 일부 한인 가정들이 한국행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나 오 에이전트는 “지금까지 약 15명 정도가 한국행 항공권을 취소했다”며 “대부분 어린이와 노약자가 있는 가정들이다. 한국 메르스 사태 때문에 동요하는 한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캐롤튼 연세 클리닉의 윤진이 박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예매한 한인들이 한국에 가도 되느냐고 문의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운을 떼고 “의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 보도되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메르스를 의심해 진료나 상담을 요청하는 한인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진이 박사는 “올 여름 달라스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감기에 걸린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그런 경우 최근 한국이나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먼저 물어보는데,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윤진이 박사는 “만약 메르스가 의심된다면 일단 응급실이나 대형병원으로 직접 가야 한다”고 전하고 “미 보건당국에서도 아직까지 메르스와 관련된 공지사항이 내려온 게 없다”고 밝혔다.
윤진이 박사는 그러면서 “나도 올 여름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운을 떼고 “당뇨∙폐질환∙신장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좋지 않은 경우면 모를까, 건강한 사람이 이런 일로 한국행을 취소하는 것은 과잉반응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CDC)는 지난 8일(월) 공지문을 통해 “지난달부터 한국 정부가 메르스 발병 사태에 대해 조사해오고 있고, 한국이 중동 외 메르스가 가장 크게 발병한 지역”이라며 한국으로 가는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여행 계획을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CDC는 다만 한국 여행 중 열이 나고 호흡기에 이상 증세를 느끼면 즉시 한국 의료진에 연락하고 여행경로 등을 소상히 먼저 알릴 것을 권고했다. CDC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지난해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서도 여행 제한 권고를 하지 않았다.
캐롤튼에 거주하는 한인 김민선(44세, 여) 씨는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을 한국에 보냈다. 김 씨는 “한국이 메르스로 난리다. 처음에는 딸아이의 한국여행을 취소할까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연락했더니 걱정 말고 보내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 여행을 취소한 한인 가정도 있다. 덴탈랩에서 근무하는 50대 한인 박 모 씨는 “그토록 기다렸던 영주권이 올 봄에 나와 온 가족이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었다”며 “하지만,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계획을 미뤘다.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한국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DFW 국제공항은 작년 8월 CDC의 권고에 따라 공항 내에 메르스에 대한 경고문을 비치했다. 지금까지 북텍사스 지역에서 메르스 감염자는 보고된 바 없다.
작년 5월, 미국서 첫 메르스 환자 발생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인디애나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각 1명의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 하지만, 2차 감염자는 단 1명도 없었던 터라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메르스 확산을 철저히 막을 수 있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첫 메르스 환자가 나타나자 확진 이전 상태에서부터 환자를 완벽히 격리∙치료함으로써 질병 확산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초기 봉쇄한 한 인디애나 주 병원은 연방 보건당국과 현지 언론들로부터 ‘모든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표본’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이 병원은 인디애나 주 북서부에 기반을 둔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헬스케어 시스템 3개 병원 가운데 하나로, 시카고에서 남동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작년 5월 워싱턴 포스트는 “이 병원이 430개 침상을 갖추고 연 7만 명의 응급 환자를 받지만 메르스 환자는 분명 예상치 못한 존재였을 것”이라며”언제든 새로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사태 악화를 막았다”고 평한 바 있다. 
이 병원 최고의료정보책임자(CMIO)는 당시 “어떤 바이러스든 의료진이 전염성 질병에 대처하는 기본 원칙과 표준을 알고 그대로 따른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무방비 상태에서 환자와 접촉한 50명의 의료진을 즉각 격리시키고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출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병원은 의사부터 청소원까지 몸에 RFID(전자식별체계)를 부착해 위치를 확인하고, 입원실 출입시 매번 기록을 남겨 환자에게 접근했던 대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미국 남성’으로 확인된 환자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그러나 작년 4월 말 런던을 경유해 시카고로 재입국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인디애나 주 자택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호흡 곤란과 기침, 고열 증세가 나타나 다음날 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 
병원 측은 환자를 응급센터 내 격리진료실에 수용했다. 격리진료실에는 음성 공기흐름 시스템(negative airflow system)이 갖춰져 있어 병실 문을 열더라도 바이러스가 섞인 내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대신 외부 공기가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병원 측은 “병실 내 공기는 일반 환기구가 아닌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궤멸 필터를 갖춘 특수 시스템을 거쳐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입원 병동으로 옮겨진 후에도 특별 환기구를 갖춘 독방에서 주치의의 관리를 받았고, 그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의료용 장갑과 가운, 마스크, 보안경 착용이 의무화됐다. 
전염병 전문가는 환자의 최근 여행지를 근거로 메르스 검사를 실시, 주 보건 당국과 CDCP에 보내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집중 치료 끝에 환자는 일주일 만에 회복세를 보였고 11일 만에 퇴원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환자 치료 사실이 공개되면서 병원을 회피하는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외부 홍보기관의 도움을 받았고, 환자와 접촉한 50명의 의료진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이 수그러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내 2번째 메르스 환자를 확인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필립스 병원 측은 이 병원에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신장 · 면역결핍 · 당뇨 등 4개 질환 
환자에게 치명적

바이러스는 폐질환 등 4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증상이 약하거나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다고 의학 전문가가 밝혔다.
대니얼 루시 조지타운대학 메디컬센터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지난 8일(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누리집에 올린 ‘한국의 메르스 발병이 곧 중단될 수 있는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루시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했으며, 조지타운대학에선 신종 전염병 및 생물학적 유해인자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든 이 분야 전문가다.
루시 교수는 “폐질환∙신장질환∙면역결핍∙당뇨 등 4개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에선 크게 네 가지 이유로 발병이 곧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이 바이러스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의 먼 친척벌로 사스나 독감 바이러스보다 훨씬 전염성이 약하다.
둘째, 발병이 대부분 병원과 연관돼, 적어도 6개 나라에서 공중으로 전파되지 않고 차단됐다.
셋째, 폐질환 등 4개 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넷째, 지금까지 적어도 한국인 환자 2명으로부터 얻어진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변형이 이뤄졌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추가 발병이 중단되려면 전 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포괄적이고 신속한 보건당국•병원의 대응과 시민들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그리고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첫 발병지인 요르단에선 최소 9명이 감염됐으나 보건당국이 엄격한 감염 통제와 예방조처를 취하면서 확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의 사례 분석에서 메르스는 낙타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며, 주로 병원에서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그는 말했다.
정확한 전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반인들은 손 위생이 예방에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아직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메르스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픈 사람들을 분리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격리하는 전통적인 전염병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병원 종사자들에게 적절한 훈련과 수칙, 보호장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추가 발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병원 간, 그리고 보건당국과 병원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과의 의사소통에서는 투명성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병원 지도자들이 시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하며 격리된 개인들도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 보건당국에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 및 치료 

현재까지 메르스 전용 예방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미 국립보건원에서 백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지만 실용화 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DC에서는 일상적인 호흡기질환의 예방 조치를 취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20초 정도의 시간 동안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고,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을 수 없는 경우에는 알코올이 함유 된 손 살균제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 침이 튀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하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키스, 또는 컵을 공유하거나 식기를 통한 접촉을 삼가야 한다.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집안의 문 손잡이와 같이 자주 만지는 물건은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메르스 백신 개발 걸음마 단계

현재 메르스 백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기해지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
메르스의 경우 불과 3년 전인 2012년 4월 최초의 환자가 보고된 탓에 1990년대부터 개발되고 있는 에볼라 백신보다도 개발 진행 상황은 더욱 더디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 영국과 서아프리카, 중동 의료진이 메르스와 에볼라 백신 개발을 위해 유전체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으며, 최근 하버드대 면역학자인 웨인 마라스코 박사가 메르스를 막을 항체를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진원생명과학’이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DNA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백신전문매체에 따르면 이노비오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의 내약성과 안전성, 면역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씩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초기 개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과거 수막염균 백신은 백신 후보 물질을 도출한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에만 6년 이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백신을 개발하려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메르스는 한국을 제외하고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다 백신이 개발될 무렵에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로 합병된 미국 제약사 카이론은 메르스와 유사한 사스(SARS)가 크게 유행할 무렵 백신 개발에 나서 동물시험까지 거쳤지만, 임상시험을 앞두고 사스가 통제되면서 그간의 개발 노력이 수포가 되기도 했다.

취재·기사정리 = 토니 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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