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후 개인 하늘에서, 혹은 화창한 날 계곡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옆에서 무지개를 보신 적이 흔히들 있으실 겁니다. 무지개는 몇개의 색깔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일곱가지 색이라고 답하시겠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이작 뉴턴(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17세기 영국의 과학자)은 최초로 ‘프리즘이’라는 유리조각을 통해서 빛을 여러 색으로 분리해 내는 실험에 성공했고, 이것이 하늘에 뜬 무지개와 일치하는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뉴턴은 스펙트럼을 통해서 무지개 색깔을 처음 보았을 때, “다섯가지” 색깔이 참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그리고 보라색이었습니다. 즉, 처음엔 무지개가 다섯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 후 뉴턴은 주황과 남색을 추가해서 일곱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을 바꾸었습니다.
왜 뉴턴은 무지개를 일곱가지 색깔로 보았을까요? 그 이유는 7을 완전수로 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수 철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일주일만에 창조하셨다는 창세기의 기록에 착안했다고 하는 설(說)도 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숫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서, 여러가지 관찰하는 여러가지 현상에 적용해 보길 좋아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음계가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의 칠음계로 나눈 것도 7이라는 숫자에 유래한 것이죠. 그래서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은 뉴턴도 자연의 빛은 일곱가지 색성분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일곱가지가 아니라, 뉴턴의 눈에 일곱가지로 보였던 것이죠. 그리고 그 눈은 피타고라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의 생각에 지배당한 것이구요.
여러분은 무지개가 몇 가지 색으로 보이시나요? 다섯가지? 일곱가지? 엄밀히 말해, 무지개는 빨강으로 보이는 색의 끝에서부터 보라색이라고 하는 색의 끝에 이르기까지 단 한줄도 같은 색이라고 부를 수 없는, 변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근자에 이르러는, 이 다양한 색깔의 층을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알버트 먼셀’(Albert H. Munsell) 이라는 교수가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가지고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표기하는 ‘먼셀 색분석표’(Munsell color system)를 고안해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먼셀 교수에게는 무지개가 100가지 색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무지개의 색깔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에 따라, 혹은 선입견에 따라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마치, 장님들이 코끼리의 부분들을 더듬고 나서는 서로가 만진 부분이 코끼리라는 동물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모습과 같은 건 아닐런지요. 아이들이 어릴적부터 잘 그리는 일종의 그림 공식이 있습니다. 산, 집, 해, 그리고 가족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이 그림으로부터 미술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적 이 그림을 그릴 때, 해는 항상 빨강색으로 칠했습니다. 아들 녀석이 그린 그림에는 항상 주황색입니다. 대체로 서양 아이들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중국에서는 주로 흰색으로 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늘의 무지개 색깔도, 도화지 위의 태양 색깔도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의 태양, 하나의 빛줄기에서 나온 색깔들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색은 그것을 단지 편리하게 임의로 일곱가지로 나눈 것 뿐이지요.
그런데, 무지개는 일곱가지 색이어야만 한다는 식의 생각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모습인 것 같습니다. 무지개가 다섯가지 혹은 열가지 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의 자리가 필요합니다.
해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고, 그런 해를 그린 아이의 생각을 들 줄 아는 귀도 필요합니다. 언젠가 무지개를 보실 기회가 있으시면 몇가지 색으로 보이는지 다시 한번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들에 마음을 열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무지개에 담아봅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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