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학 시절, IMF로 인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생활비가 거의 바닥이 났는데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진 겁니다. 음식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통장에 돈이 없는 것을 알고 난 후 고민하다가 아내와 함께 도매시장에 들러서 제일 싼 마요네즈 한 통과 싸고도 양이 제일 많은 스파게티 국수 한 아름을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허기진 배를 달레기 위해 스파게티 국수를 정성스럽게 삶았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접시에 담아 놓고 마요네즈 한 숱가락을 국수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괜찮은데~’ 생각하며 스파게티를 골고루 비벼서 한 입을 먹었습니다. “웁~”… 와~ 이것을 맨 정신으로 먹기에는 너무도 느끼하고 비위가 상했습니다. 그래도 배는 채워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먹었습니다. 한 참을 먹다보니 마요네즈의 고소한 향이 입 안 가득히 퍼져 입맛에 맞는 겁니다. 그렇게 몇 주를 버틴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목회를 하면서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 또는 나태해 지거나 습관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가끔 영국 유학시절을 생각하며 마요네즈와 국수를 찾곤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말이지요. 신앙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예수 없이, 십자가 없이 형식적인 일상생활로 우리의 삶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예수도 십자가도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습관에 젖어 감동 없는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활력과 감격이 없는, 그리고 아무런 영혼에 대한 부담도 가책도 없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우리가 영적 침체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교회를 나올 때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또 자녀를 위해, 건강을 얻기 위해, 그리고 사업이 잘 되기 위해 어린아이 같이 기도하면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져서 더 흥미도 생기고…. 하지만 1년, 2년… 그리고 어느덧 10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나면 이제는 누군가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누군가를 영적으로 섬겨 주어야 하고, 함께 기도하며 영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의 열매이고, 신앙생활의 활력이 되는 겁니다. 만약 자신의 신앙이 침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영혼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식고, 관심있는 사람도, 섬기는 사람도, 그리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도 자신 안에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옷집이나 백화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마네킹입니다. 코도 있고 입도 있고 손발도 멀쩡하고 우리보다 더 잘생기고 늘씬하고 옷도 잘 입고 있는데… . 문제는 말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왜 그런가 하면 생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앙 생활을 하는데 내 자신 안에 사랑을 나눈 흔적도, 베풀고 섬긴 모습도, 관심있는 사람과의 관계도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안에 살아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마치 마네킹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지요. 교회는 점점 커지고, 사람들도 있는데 도대체 하나님 심정의 른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들의 신앙이 매일 매일 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영혼을 살리고, 십자가 사랑의 흔적이 넘쳐나고, 손해 보더라도 웃을 수 있는…. 그런 몸부림이 이제 우리들 일상에서 다시한번 회복되어야 할 때입니다. 그 때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가 되고 내 영혼도 살아있는 영혼이 되는 겁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어야 할 때입니다. 다시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817-966-1308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