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여보게, 방금 자네 친구에 대해 어떤 애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순간, 소크라테스가 그의 입을 막으며, 말하길,
“잠깐만! 내게 그 얘기를 해주기 전에 우선 세 가지 질문을 통과해 주었으면 좋겠네.
그건 ‘세 개의 채’라는 질문일세.”
“‘세 개의 채’라고…? “
소크라테스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세 개의 채’ 방법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나는 누군가가 타인에 대해 내게 이야기하려고 할 때, 그 내용을 듣기 전에 그 사람이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걸러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네. 내가 ‘세 개의 채’라고 부르는 질문을 통해서지. 첫번째 채는 ‘진실의 채’일세.
자네는 지금 내게 얘기해 줄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했는가? “
“아니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네”
“그럼, 자네는 그 얘기가 진실인지 모른다는 말이지. 좋아. 이제, 두 번째 채를 사용해서 다른 방식으로 걸러 보세. 이번에는 ‘선(善)의 채’일세.”
“자네가 말하려고 하는 내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뭔가 좋은 내용인가?”
“천만에, 그 반대야!”
“그럼, 자네는 내 친구에 대해 나쁜 것을 얘기해 주려 하고 있군.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실히모르면서 말이야. 자, 이제 마지막 시험, ‘유용성의 채’가 남아 있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람들이 내 친구가 했다고 주장하는 그것을 내게 말하는 것이 유익한 일인가?”
“뭐,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말하길,
“그렇다면 자네가 내게 알려 주려는 내용이 진실한 것도 아니고, 선하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은 일이라면 왜 굳이 그걸 말하려고 하는 건가?”
최근,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그리고 한국에서 터진 거대한 정치 스캔들의 폭풍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쏟아져 나오는 말들에 귀를 곤두 세우고 있습니다. 작금의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대중매체의 발달, 특히 SNS의 등장으로 인해 수많은 말들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가 되어 우리의 의식을 덮칠듯한 기세로 덤벼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보의 질은 그 양에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반복해서 듣게 되거나 그외의 다른 많은 정보들과 함께 주어지게 되면 그 내용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죠. 더우기, 쏟아지는 정보들 중에는 불필요한 내용은 물론이요 거짓 내용들, 혹은 악의(惡意)에서 나온 내용들도 간과할 수 없을만큼 상당할 것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솅크(David Shenk)는 이처럼 수많은 정보와 함께 불필요한 정보, 허위 정보가 섞인 세상을 예측하며 이를 ‘데이터 스모그’ (Data Smog)현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지식과 정보가 바다의 등대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야를 흐리는 탁한 미세먼지가 되어 사회를 덮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걸러 들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야말로 소크라테스의 ‘세 개의 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비단 정치나 세상사에 대한 뉴스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저 귀만 간지럽히는 말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내 유익을 챙기려고 하거나, 근거없는 말들에 휘둘리거나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면, 대화는 금새 그 밑을 알 수 없는 탁류(濁流)가 되어 우리의 관계에는 의심과 경계의 흙탕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내용”(진실성), “의도”(선을 추구함), 그리고 그 말의 “결과”(상대방에게 유익이 됨). 소크라테스가 말한 이 ‘세 가지 채’를 들고 말을 하거나 듣는다면 우리 사는 세상의 데이터 스모그가 좀 걷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972-488-0191
http://www.newskorea.com/bbs/board.php?bo_table=christian&wr_id=989&sfl=wr_name&stx=%EC%8B%A0%EC%9E%90%EA%B2%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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