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가스 모니즈 (Egas Moniz)는 뇌의 전두엽 일부를 잘라내어 정신병을 치료하는 이른바, ‘뇌엽 절제술’에 관한 연구로 1949년 노벨 의학상을 받는 포르투칼의 신경학자입니다.
이 수술은 주로 정신분열증, 공항장애, 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시행되었습니다. 194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미국에서만 40,000여 명이 수술을 받았고, 영국에서는 17,000여 명, 북유럽에서는 9,300여 명에게 시행되었습니다.
수술을 받은 정신질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용하고 온순해지긴 했지만, 대신 지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지는 부작용을 낳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례들도 발생해 결국, 1970년대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이 뇌엽 절제수술은 금지되었습니다. (참고로, ‘존 F. 케네디,’ (前)대통령의 여동생, ‘로즈마리 케네디’도 이 수술을 받고 나서 후유증으로 인해 평생 무능력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모니즈는 수술하는 과정에서 전두엽 피질을 제거하면 환자가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뇌 피질의 이 부위는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상상하게 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이 발견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공포감이나 불안감은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의 지각능력에 기인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경험합니다. 액션 히어로 놀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영웅이 됨과 동시에 무서움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늘을 나는 신나는 상상을 함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악당 괴물도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상상력에 의한 불안감은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공과금은 어떻게 처리하나? 이러다가 당장 병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불경기가 언제까지 가려나? 이러다가 내 인생 끝나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감의 엄습은 모두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점을 바탕으로 모니즈는 다음과 같이 불안과 공포에 대해서 말합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길이다.’
그러나, 저는 모니즈의 결론에 대해 또다른 면을 들추어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래를 꿈꾸기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이죠.
전두엽 피질을 제거 당한 채, 전혀 불안이나 공포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보며, 행복하다거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액션 히어로 놀이를 하는 세 살배기 막내녀석이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서 저와 함께 등산을 하거나 어깨를 겨누고 자전거를 탈 때를 상상해 봅니다. 상상게임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이쁜 소녀로 자라서 팔짱을 껴오며 아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 힘겹지만 살아갈 소망을 찾고, 삶의 보람을 찾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 판도라가 호기심의 상자를 열어본 후, 온갖 종류의 불행과 슬픔과 고통이 상자 속에서 튀어나와 세상에 퍼져갔지만, 상자 밑바닥에는 ‘희망’이라는 녀석도 웅크리고 있었다는 내용처럼, 우리의 상상력으로 이 판도라의 상자 속의 소망을 집어 올린다면 우리의 앞날에서 오히려 밝은 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은 불안을 부채질하기도 하지만, 행복의 뗄감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이 능력을 어떻게 길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미래 대한 이 지각능력(상상력)을 즐겁게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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