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겸 목사 목회자 칼럼: 영리한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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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난생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말을 타고 숲속을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이리저리 고삐를 돌리는대로 방향을 바꾸고, 원하는대로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는 말등 위에서, ‘참 영리한 동물이군!’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실제로 말은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이 높은 군에 속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1904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영리한 말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한스’. 오스트리아의 학자 폰 오스텐에 의해 훈련된 이 말은 시계를 읽을 줄 알았고, 전에 본 사람의 얼굴을 사진에서 찾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방정식의 답까지 맞출 줄 알았습니다. 한스는 말굽 끝으로 사물을 가리켰고, 바닥을 두르려 숫자를 표시했으며, 독일어 알파벳도 말굽을 두드려 전달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한스를 데려가 갖가지 실험을 했는데, 어떤 실험에서도 이 영리한 말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오스텐 박사와 모종의 암호를 주고 받아서 문제를 푸는 것일 거라는 의심에 박사를 제외한 채, 한스만 데리고 실험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쯤 되자, 세상은 한스의 지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비밀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스가 비범한 동물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같은 해 9월12일, 13명의 전문가 그룹은 한스의 능력이 사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과 맞먹는 지능을 가진 동물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한스의 지능의 비밀을 밝혀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바로, ‘오스카 푼크스트’라는 오스텐 박사의 조수였습니다. 그는 한스가 어떤 경우에 오답을 내놓는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한스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들이 그 답을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틀린 답을 내놓았습니다. 또, 자기 혼자 사진이나 문장들을 대하고 있을 때는 대답이 제멋대로 였습니다. 푼크스트 씨의 제안대로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눈을 모두 가리고, 문제를 내자 한스는 갈팡질팡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한스의 지능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녀석의 지극히 높은 수준의 ‘주의력’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쉽게 말해, 초고단수의 ‘눈치’를 가지고 있었던것입니다. 한스는 말굽으로 바닥을 두드리면서 참관한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나 표정의 변화를 감지했던 것입니다.
‘영리한 한스 효과’(Clever Hans Effect) 라고도 불리는 이 해프닝은 훗날 심리학에서 ‘관찰자 기대 효과’(Observer-expectancy Effect)라고 하는 연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례로 손꼽힙니다. 
한스는 비록 지능이 탁월한 동물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눈치를 감지할 줄 아는 천부적인 소질은 타고 났던 것 같습니다. 
나의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한 채 달려가는 스스로에게 ‘내 코가 석자다!’ 라고 하면서 면죄부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요. ‘눈치’는 너무 빨라도 얄밉지만, 너무 없어도 안 됩니다. 
옆 사람이 뭘 말하고 있는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오늘 하루, ‘한스의 눈치’를 조금 흉내 내보는 건 어떨까요?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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