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러분에게 아주 이쁜 쥐 한마리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여성분들은 “이쁘다”라는 단어와 “쥐”라는 단어를 붙여서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끝까지 들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이쁜” 생쥐의 이름은 프레드릭. 실은, 프레드릭은 ‘레오 리오니’의 동화 “프레드릭”의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의 책장에 소롯이 꽂힌 책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프레드릭의 가족은 한적한 시골, 어느 농장의 담벼락 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올가을 추수를 마지막으로 농장이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소식이 들리자 프레드릭의 가족들은 부지런히 곡식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프레드릭만 빼고 말이죠. 지긋이 반눈을 감고는 느긋하게 앉아있는 프레드릭에게 식구들이 묻습니다.
“프레드릭, 너는 일 안해?”
“하고 있잖아.”
“무슨 일?”
“난 지금 햇볕을 모으고 있는 중이야.” 라고 말하는 그 조그만 생쥐의 폼은 영락없이 졸고 있는 자세입니다. 한참 후에도 여전히 복지부동인 프레드릭에게 따지듯 또 묻습니다.
“지금은 프레드릭…?”
“응, 이제 색깔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야. 겨울은 칙칙한 회색뿐이잖아.”
“너 지금 졸고 있는 거잖아?!”
“아니, 이젠 단어들을 모으고 있어. 긴긴 겨울동안 할 말이 다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
드디어, 겨울이 왔습니다. 가을 내내 열심히 곡식들을 모은 덕에 생쥐 가족들은 배곯을 염려없이 편안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 …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엄동설한과는 달리, 그토록 많아 보이던 양식들은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배가 비자 머리도 비어버렸는지 생쥐들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수다조차 떨고 싶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때, 생쥐들은 프레드릭이 생각났습니다.
“프레드릭, 가을동안 열심히 일한다고 하더니, 넌 뭘 모았니?”
“궁금해? 그럼, 눈을 감아봐.”
프레드릭은 그제서야 자기의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가을 내내 눈(目)속에 담아두었던 햇살의 움직임, 형형색색의 단풍과 청명한 가을 하늘 빛을, 이삭줍기에 여념없어서 그 황금 물결 치던 들판의 빛깔을, 고운 언어에 담아 생쥐들에게 들려줍니다. 생쥐 가족들은 프레드릭의 이야기 보따리를 통해서 다시 그 풍성했던 가을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생쥐 가족들은 프레드릭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프레드릭, 이제 보니 넌 시인이구나!”
오늘 하루, 프레드릭과 같은 여유로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삭줍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놓치고 지나가는 일상의 그림들, 인생의 그림들을 마음에 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주변에 인생의 엄동설한을 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분이 계신다면, 아직 새벽 동이 트기까지는 너무나 긴 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삶의 색깔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분이 계신다면, 그런 분들과 이야기 보따리를 함께 나누는 건 어떨까요?
참고: 레오 리오니(1910~1999)는 네덜란드 출생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탈리아를 거쳐 1939년 미국으로 건너 온 후, ‘포츈’지(the Fortune)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을 하다가 1962년 다시 이탈리아로 건너간 후, 거기서 일생동안 어린이 동화 작가로서 평생을 활동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프레드릭”은 1967 ‘칼데곳 상’ 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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