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다’는 말과 ‘성장기’ 라는 표현은 보통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나 혹은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들 입니다. ‘성장기’ 중년의 신사라든지, ‘자라나는’ 40대라는 표현은 억지로 만들어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막연히 키가 크고 몸이 자라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딱 한 때, 그러니까 유년기 시절에 있었다가 완전히 끝나버린 추억쯤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몸은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해서 18세 즈음에는 거의 성인의 몸과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만, 우리의 ‘성장’은 단지 미미해질 뿐 완전히 사그러들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얼굴만큼은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 Behrents라는 분이 미시건 대학에서 40년간의 장기간 추적관찰 연구를 한 바에 따르면, 성인이 되어서도 얼굴이 정말 자라더라는 것입니다. 한해 한해 변화만을 보면 정말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작은 변화지만, 이것이 40년이 쌓이고 보니 그 양이 꽤 되더라는 것입니다. 옆 그림을 보시면 검정색 선은 20세경의 얼굴이고, 빨간색 선은 60세 경의 얼굴입니다. 그 차이가 상당함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남녀 간에 성별차이도 있었습니다. 얼굴이 전반적으로 커진 것은 남녀 공통적이지만, 남자의 경우는 옆에서 봤을 때 좀더 얼굴이 앞뒤로 길어지는 방향이었고, 여자의 경우는 옆에서 봤을 때 좀 더 위 아래로 길어지는 양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그림처럼, 옆에서 봤을 때는 얼굴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커진 반면, 정면에서 봤을 때, 그러니까 얼굴의 너비는 나이가 들어도 그 변화가 미미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 그림에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앞뒤로 커지는 양보다는 위아래로 길어지는 양이 더 확연하게 컸다는 것입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얼굴이 더 커지는데, 얼굴이 위 아래로 길어지긴 해도 양 옆으로는 별로 넓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몇몇 연구들이 있었는데 결과는 Behrents의 연구 결과와 비슷했습니다.
<성인의 얼굴성장변화= 좌측: 남자의 얼굴변화, 우측: 여자의 얼굴변화>
출처: 미국교정학회학회지
교정치료를 하는 저로서는, 평생에 걸친 얼굴의 변화라는 것은 참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환자분의 전체 일생에서, 제가 교정기를 통해 환자분의 인생에 개입(?)하는 시간은 불과 2~3년정도이지만, 저로서는 환자분들 얼굴이 현재는 어떻고 미래에는 어떻게 될 거라는 것까지 예상하고 있어야 그에 제일 걸맞는 교정치료를 해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얼굴 길이가 정상보다 긴 여자 아이가 교정치료를 받으러 왔다면, 전체적인 교정치료 계획을 할 때, 가능한 얼굴이 짧게 되도록 하는 성장조절장치와 치료기술을 동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미래에 수십 년간 얼굴이 천천히 더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얼굴 길이가 짧아지도록 해 두어야 성인이 되어 나중에 얼굴이 더 길어지더라도 괜찮아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시진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 기존에 알고 계시던 대로, 신체 성장의 대부분은 사춘기 전후에 다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교정치료도 사춘기 전후에 그 성장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고 치료의 결과도 좋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교정치료를 미루어도 된다는 말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 회차에는 더 나아가서 그러면 얼굴의 연조직, 그러니까 살갗과 피부 형태는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 한번 다루어 볼까 합니다. 단순히 늙어서 퍼지고 주름이 늘어날 거라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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