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목회자 칼럼: ‘사랑과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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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후배 목사님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풀이 다 죽은 목소리로 “목사님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조언을 좀 해주세요” 내용을 들어보니 성도님 중에 한 분이 늘 불평만 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겁니다. 
매 주 예배와 친교가 끝날 때면 언제나 목사님을 찾아 와서 ‘오늘은 밥이 너무 질다, 반찬이 너무 짜다’ 부터 시작해서 ‘자기를 무시해서 모 집사가 친교시간에 자기에게만 반찬을 조금 밖에 안 줬다, 밥 먹는데 앞에 앉은 모 자매가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상처가 됐다.’ 그런데 결론은 언제나 ‘목사님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교회가 이 모양 아니냐, 목사님이 지적을 안하니 교인들이 질서가 없는 것 아니냐…등등’ 결국 목사님이 부족해서 교회나 성도가 다 이런 모습 아니냐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는 그냥 휙 뒤돌아 서서 가버린다는 겁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매 주 마다 그렇다는 겁니다. 
예배 때에는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얼굴을 어둡게 하고는 예배에 집중을 안 하다가, 예배 마치고 목사님 앞에서 불평할 때는 신이나는 얼굴로 한참을 불평하고는 기분 좋은 듯이 간다는 거지요. 
예배 잘 드리고, 은혜롭게 나오는 성도님들을 축복하고 밝은 모습으로 맞이하다가도 그렇게 혼자 불평하다 가는 그 성도님 때문에 목회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정말 자신이 많이 부족한 건지, 그래서 교회를 잘 못 이끌어 가고 있는건지 고민이라는 겁니다.
통화를 끝내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 불평하는 성도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의 모습 때문에 때로는 실망도 하고 시험에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머리는 주님이시고 우리들은 각각의 지체이기에 서로를 바라볼 때마다 미움이나 불평 보다는 사랑과 긍휼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말 만난 사람들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랑과 긍휼로 말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몸입니다. 그렇기에 교회를 사랑한다는 것은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 없는 이유는 교회의 주인이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만나러 나오는 곳입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의 통로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매 순간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죄의 속성을 가진 우리들은 또 자기 중심적인 죄를 짓게 됩니다. 진정 교회를 사랑하신다면 하나님 말씀을 가까이 하려는 몸부림이 일상에서, 그리고 주님의 예배를 지키는 모습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주님 앞에 나올 때 순수한 동기로 나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다 자기 이기적인 동기로 나오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런 동기는 반드시 말씀 앞에 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동기로 주님을 영접해야만 합니다.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분의 십자가의 구속의 은혜를 발견한 다음 크게 깨닫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그 동안 자기 자신이 너무나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빌립보서 2장 5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예수님의 마음은 미움을 사랑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잘못을 용서로 바꾸는 마음입니다. 결국 내 이웃이, 내 형제, 자매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 내가 바뀌면 모두 바뀌게 될 수 있다는 거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만나면,  하나님의 심정을 깨달으면, 조금 더 편안하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다스릴 수 있을텐데, 신앙 생활에서도 은혜가 있을텐데, 진정한 예배를 드릴수 있을텐데… 
하나님 진정으로 만나면 하나님의 몸 된 교회를, 하나님이 사랑하는 지체들을, 불평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겁니다. 정말입니다. 
전화를 끊기 전에 빌립보서 2장 5절 말씀을 후배 목사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그냥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긍휼을 베풀어 주세요” 전화를 끊고 보니 그런 말을 한 제 자신도 사랑과 긍휼이 많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그 성도님을 위해 잠시 기도드리는 순간, 많은 회개의 은혜로 인해 사랑과 긍휼의 주님 앞에 조금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817-966-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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