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을 읽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마하트마 간디가 죽은 지 68년, 인도사람 아무 것도 지닌 것 없는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그 깡마른 자의 무소유가 고개를 숙이게 했던 내 청춘의 첫 남자라며 고희에 만난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직 대통령 전기를 읽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을 세계의 전 현직 대통령들에 헌사하고 싶다.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그는 누구인가. 1935년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는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혁명가) 리드로 활약했고 1970년대 13년간 독방에서 수감 탈옥 석방 민중운동, 한국의 정치사와 비슷한 환경에서 우루과이 40대 대통령으로 취임, 2015년 3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다시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중남미 브라질과 칠레 사이에 있는 작은 농업 국가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지만 1986년 우루과이 푼타델에스란 도시에서 세계무역 자유협상을 체결한 곳이라 하여 우루과이 라운드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수교 50년이 되었다.
6개월간 광범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하여 완성한 무히카 대통령의 평전을 쓴 사람은 우루과이 작가 미겔 앙헐 캄포도니코이다. 스페인어 중남미학과 울산대 교수 송병선, 김용호 공동 번역이다.
최연충 전 우루과이 한국대사가 가까이에서 본 무히카 대통령을 소개하는 글에서 우루과이 인물사전에 직업이 농부라고 기록되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주말에 후줄근한 작업복 차림으로 자신의 농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평화롭고 유유자적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 궁에서 자기 집(농장)으로 퇴근하여 동네 가게에서 이웃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베일에 가리어 혹은 뉴스의 이슈가 되는 대통령들과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고 한다,
독서하지 않은 혁명가는 없다. 나폴레옹, 링컨, 마오쩌둥은 독서로 권력을 훔쳤고 톨스토이 간디는 독서로 권력에 맞섰다. 프란츠 파농은 36살에 죽었다. 그리고 27살에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책을 쓴다. 이런 책은 지식만으로 쓰여지지 않는다.
혁명가 무히카는 감옥 7년 독방에서 독서를 금지 당했다. 그는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가 해낸 많은 일들이 그때 책을 읽을 수 없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들의 결실이라고 참 신기한 일이었다고 한다. 인간은 때로 좋은 일보다 고통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 무히카는 혁명가로 활동하면서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읽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히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현자라 불렀다. 한 국가의 통치권자의 무한 권력은 그에게 정치는 국민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의 정치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한 정치관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좋다”다.
정경유착으로 돈에 대한 꼬리를 끊어 내지 못한 욕망의 사슬에 감겨 몰락한 우리 정치사의 사건 비화들, 그는 말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
이 얼마나 기막힌 명언인가. 그는 월급의 90프로를 기부하고 자기를 가난한 대통령이라 말하는 것이 내가 작은 집에 살고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에 낡은 자동차를 몰아서 이게 어떻게 뉴스거리가 되는가 지극히 정상적인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가난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 뿐이라고 자신은 가난의 옹호자가 아니라 낭비와 탕진하며 사는 삶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호세 무히카의 인생과 정치, 지구환경과 참된 삶의 가치에 대해서 그의 어록 수록과 유엔 연설 전문을 읽으며 나는 지구에 마지막 존재하는 생존자처럼 살을 베어내는 아픔이 태풍처럼 밀려온다.
지구상의 이러한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지구의 미래처럼 느껴진다.
책이 나에게 와서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에 새 기둥이 되어 주었다. 이 집은 나의 정신의 집이다. “진정한 자유는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무히카가 외계인 같이 느끼는 우리는 자유의 개념을 착각하고 사는 물신론자들인가? 내 자신이 참으로 작고 낮아지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자서전을 쓰시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흰 종이 위에 무엇을 기록하실까? 궁금하다.
넘치도록 풍요로운 세상을 사는 지금 우리들에게 호세 무히카는 폭염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통쾌함과 지혜, 가난과 자유가 무엇인가를 소중하고 겸허하게 이야기 하신다. 결코 위선은 없다.
이 책 한권을 꼭 독자들에게 권해드리고 싶다, 호세 무히카와의 예정되지 않은 만남은 나에게 평온한 적요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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