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브라질 리우에서 폐막된 제 31회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양궁에 걸려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따내는 쾌거를 거두었다. 한국이 올림픽에 양궁이 추가된 이후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두어 왔지만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 제 2회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였던 양궁은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1972년 뮌헨 대회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한국은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 서향순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특히 여자 종목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금년에 개최된 리우 올림픽까지 모두 9차례의 올림픽 중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것을 제외하고 8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더 압도적이었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88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상대를 압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남자부에서도 단체전에서는 적수가 없었지만 개인전에서는 단 2차례밖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오진혁이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고 2016 리우에서는 구본찬이 그 뒤를 이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올림픽 양궁에서 총 34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그 중 23개를 한국이 가져왔으니 한국이 양궁의 최강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인이 유독 양궁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으로 활을 잘 쏘는 인자를 타고 났을까?
“수성(守城)에 능한 자 고려 같은 나라가 없으며, 공성(攻城)에 능한 자 또한 고려 같은 나라가 없다”. 당나라 이후 중국인들이 우리 민족을 두고 한 말이다. 수 나라가 고구려 정복을 꾀하다가 실패해 망했고, 당 태종이 고구려를 공격하다가 죽은 이후에 생긴 유행어이다. 성을 지키거나 공격하는 싸움은 근접전이 아니라 원거리 싸움이다. 이 원거리 싸움에서 가장 필요한 공격술이 바로 활쏘기이다. 한국은 산지가 많기 때문에 주로 산성을 중심으로 전투가 이루어졌고 따라서 원거리 전투에 필요한 무예인 활쏘기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은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중국인들이 우리 민족을 동이(東夷)라 불렀는데 이(夷)자를 풀어 보면 대궁(大弓) 즉, 동쪽의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니 우리 민족이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존경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우리 민족을 활 잘 쏘는 민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듯하다. 백제에서도 활쏘기는 민간의 일상적인 풍속이었고 신라에서도 인재를 선발할 때에는 활쏘기를 통해서 뽑았을 정도로 활쏘기를 중시했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활쏘기의 명수로서 용비어천가에는 왜구 17명의 왼쪽 눈만 골라 맞출 정도의 명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활쏘기에 우수한 인자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올림픽을 8연패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일까?
양궁은 말 그대로 서양에서 개발되고 발전되어 온 스포츠로서 서양인들의 체형에 더 알맞은 종목이다.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활은 국궁이라 하는데 양궁과는 차이가 많다. 가장 큰 차이는 사거리이다. 국궁은 최대사거리가 145m나 되지만 양궁은 겨우 90m밖에 되지 않는다. 활 모양도 양궁의 활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D자 모양인데 반해 국궁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옆으로 세운 W자 모양이므로 탄력이 훨씬 커서 먼 거리까지 화살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 때문에 국궁은 쏠 때 흔들림이 있어서 양궁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양궁경기에서는 얼마나 과녁의 가운데를 맞추었느냐가 중요하지만 국궁 경기에서는 작은 과녁을 맞추었는지 맞추지 못했는지만 본다. 또 국궁은 화살 끝에 달려 있는 전사라고 하는 깃털도 사거리를 늘려 주는 역할을 하며, 양궁은 옆으로 서서 활을 당기지만 국궁은 정면을 본 상태에서 허리를 돌려 활을 당겼다가 놓기 때문에 허리의 반동력도 사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국궁은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만 하며 손위나 선배를 보면 항상 예의를 갖춰 깍듯이 인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예를 갖추는 것은 만일에 일어날 감정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활을 쏘기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인성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 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란 선수들이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감독진의 치밀한 전략 아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올림픽 전 실제 경기장을 그대로 본따서 훈련장을 꾸미고, 현지 답사를 통해 신호기부터 전광판, 풍향기를 똑같이 만들어 적응 훈련을 시켰고, 경기 중간 울려퍼지는 휴식용 음악까지 그대로 틀어주면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담력훈련을 위한 번지점프, 집중력 향상을 위한 GOP 근무, 산길 제주도 체력 훈련,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연마하기 위해 소음이 난무하는 야구장에서 훈련하는 등 다양하고 엄격한 훈련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국제 양궁 연맹은 한국의 독보적 질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올림픽 때마다 경기 규칙을 바꾸어서 한국을 견제해 왔다. 심지어는 우리 선수들이 사용하는 활의 공급을 중단하면서까지 한국의 독주를 막으려 해 보았지만 이번에는 전 종목 석권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는 연맹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또 어떻게 변경된 경기 규칙으로 한국을 견제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차봉
엘림에듀(Elim Education Cent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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