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임의 책 사랑이야기 |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한 가문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이란 책을 소개하려한다. 1600년대 초 경주지방에서 처음 가문을 일으킨 최진립에서 광복 직후 모든 재산을 바쳐 대학을 설립한 최 준까지, 10대 300년 동안 거부로 알려진 경주 최 부자가 어떻게 부를 일구고 지켜왔는지를 쓴 책이다. 어느 시대나 정재계를 뒤흔든 졸부들에게 부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대구 가톨릭대학 경영학 박사 전진문 교수가 2004년에 출판한 책이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 경주 개 무덤 최 씨 가문의 유훈과 가훈을 듣고 자랐다. 어머니와 경주 아흔 아홉 칸 교동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부자가 삼대를 가기 어렵다는데 이탈리아에는 메디치 가문이 200년의 부를 누렸다고 한다. 그에 비해 100년을 더 부를 지킨 경주 최 부자의 비밀을 오늘의 현실과 연관시켜 보려한다.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9대에 걸친 진사를 지낸 지식 있는 양반의 부자로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또 그 부를 정당하게 사회에 환원함으로 민중들의 존경을 받은 부자였다.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 69번지는 요석궁터로 전해지고 국가 중요 민속자료 제27호로 지정되었다. 삼백년을 이어온 한 가문의 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재산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노블레스와 오블리주를 실천한 한 가문의 가훈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마라. 조선시대의 특수 신분층의 유일한 욕망은 관직의 벼슬이다. 그것을 획득함으로써 일가의 부귀가 약속되었다. 권력은 다툼에 휘말리게 되고 철저히 보복당해 가문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최진립의 뼈아픈 교훈이다. 또한 글을 읽지 않고 무식한 부자는 부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일러주는 말이다. 
2. 재산은 만석이상 지니지 마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에는 땅을 사지마라. 5.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것이 최 부자 집의 여섯 가훈이다. 
헌종(1617) 최국선의 나이 마흔 한 살 때 삼남에 흉년이 들어 굶어죽는 사람이 허다했다. 그때 최국선은 과감히 곳간을 열어 모든 굶는 사람들에게 죽을 끓여 먹이고 옷을 지어 입히도록 했다. 가훈은 그때에 생긴 것이다. 성종 원년과 2년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 그때 소작료를 탕감해 주고 100석의 쌀을 나누어주고 곡간이 거의 바닥이 났다고 했다. 
가거 십훈은 최 부자 집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삼강오륜의 바탕으로 여색을 멀리하고 술 취함을 경계하고 농업과 잠업에 힘쓰고 경학을 익힌다는 가거 십훈을 다 옮길 수 없다. 가훈이나 가거 십훈 외 육연이 있다. 저는 육연에 더 마음이 갔다. 한 가문에 이렇게 초연히 지켜나갈 수 있게 부를 지켜온 깊은 뜻이 아미 육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육연, 자처초연: 스스로 초연하게 처신하라. 대인애연: 남에게 부드럽고 온화하게 대하라. 무사징연: 일이 없을 때 맑게 처신하라. 유사감연: 일이 있을 때 과단성 있게 하라. 덕의담연: 뜻은 얻어도 담담하게 처신하라. 실의 태연: 뜻을 잃어도 태연하게 처신하라. 이 가문의 오래된 육연이야말로 진정한 자기개발의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어지러운 세상 대우조선 해양의 4조 2천억  서별관 회의로 지원하고 5조 분식회계 사기로 국민세금을 낭비한 사건과 네이쳐퍼블릭 사장 해외도박 사건을 맡은 홍만표 검사, 검사의 꽃이라는 검사장 김경준  비리 의혹과 롯데 재벌가 신영자 구속이라는 사건들이 연일 공중파 뉴스에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 메뉴처럼 올라오는 수상한 세월이다. 
경영 철학이 가족단위의 자산을 불리고 가진 자의 끝없는 이윤추구만 하는 경영체제와 비리 사건이 감자를 캐며 줄줄이 따라 나오는 비리와 배운 자와 가진 자들의 부의 검은 실상이 이러하니 미래의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어딜까.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이 2015년에 5,580원, 2016년 370원 인상해서 6,030원이다. 한 달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을 생각하며, 검사 변호사들의 월급, 수임료만으로도 비교할 수 없이 잘 살 수 있는데 왜 다들 억 억하고 돈의 화약고로 걸어 들어가는지 그 두뇌가 무뇌가 아닌지 풀 수 없는 수학 공식 같다. 세상에서 비천한 자는 없다. 단지 비천하게 보이는 자는 억대의 돈에 돈으로 돈에 의해 추락하는 자들이다. 
최준은 독립운동의 경제적 기반인 독립지금의 공급원이 된 백산상회를 설립하여 이윤을 모두 임정으로 보냈다. 그 외 경주 문화재 도굴을 일인들이 수집 혈안이 되어있을 때 그것을 사들여 고적 보존회를 설립하기도 한다. 그것이 경주박물관 전신이다. 
“재물은 분뇨와 같이 한곳에 모아두며 악취가 난다. 그러나 골고루 사방에 흩어놓으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재물을 모으기만 하고 좋은 곳에 쓰지 않으면 똥통에 들어앉아 있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최준은 젊은 시절 노스님의 하신 말씀을 잊은 적이 없다. 광복을 맞으면서 최준은 그토록 꿈꾸어 온 인생의 목표를 위해 1947년 대구대학(영남대전신)을 세우는데 전 재산을 헌납했다. 1970년 9월 15일 최준은 여든일곱을 일기로 운명했다. 육연에서 자처초연이란 말을 깊이 사색하며 최고의 경영자나 지도자들이 물질의 본질을 왜곡되지 않게 부를 이루고 나누며 초연해지길 바라는 것 또한 과대망상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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