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의 미술 스케치: 준우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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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의 여름나기
“선생님, 질문있는데에……” 
부산 사투리가 섞인 준우의 말에는 특별한 리듬과 정감이 있다. 그래서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선생님” 하는 말 한마디에 준우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여름방학과 함께 화실에서 매일 그림삼매경에 빠져 있는 준우는 다가오는 팔월이면 시니어가 되는 학생이다. 이제 막바지 대학입시 준비를 앞두고 있어서 언제나 긴장감 속에 생활하고 있다. 다행히도 미리 준비해 놓은 SAT 성적과 11학년까지의 내신 성적이 좋아 다른 학생에 비해 안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준우와의 인연의 시작은 삼 년 전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전공은 시키지 않을 거라는 엄마의 단호한 말에 아이의 미술공부에 얼마만큼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시간을 아쉬워하며 조금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하며 겸연쩍게 묻던 준우와의 첫 수업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림을 바라보는 준우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준우의 그림공부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매일 준우와 하루의 절반을 같이 보내고 있다. 대학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준비를 통해 준우의 성격, 성향을 보다 깊이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본인이 뭘 하고 싶은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게 된다. 워낙 성실한 성품을 지녔기 때문에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한다 해도 무리 없이 잘 따라갈 수 있는 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부모님이 왜 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저 미술을 지도하고 있는 나에게도 준우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둔 부모들은 “내 아이가 이 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데……”라는 자만 감에 예체능 과목은 그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미술이라도 전공할까 염려되어 오히려 미술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다.
물론 아이비리그 입시 현황이 현저히 바뀌어지고 있는 것을 감지한 부모들은, Electric creative class 중 하나로 미술 대회를 준비시켜서 대학 Resume 에 다소 도움을 갖게 하거나, 나아가서는 사이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대학입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번 가을에 대학에 진학하게 될 한 학생의 경우는 학교 GPA만점에 SAT도 수학 한 문제를 실수한 최고점을 가진 학생이었다. 주변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사회봉사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에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 온 학생이었다. 그러나 대학입시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적으로 보아서는 어느 아이비리그 대학도 다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대학의 입장은 보다 전인적으로 기본 파운데이션이 갖추어져 있는 학생을 우선으로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그 학생이 전인적 학습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학생들 각자에게 기계화된 컴퓨터 지능의 학생이 아닌 인성학습이 된 내용을 보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술과 관련된 학과를 지원한다고 하면 무조건 미래 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개개인의 생각의 차이는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사회가 얼마만큼 변화되었고 그 가운데 미술과 관련된 일들이 얼마나 많은 지 그 중요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게 되는 딸 아이를 보며 그림공부에 그렇게 투자해 줄 일 있어요 하며 오히려 안타까워해주는 지인들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살수 있는 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딸 아이의 선택을 적극 후원하기로 했다.
기성세대들이 공부했던 것처럼 대학진학을 위해 내 성적이 맞는 대학을 선택했던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부모의 대리만족의 일환으로 아이의 진로를 결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살아가게 될 그 사회는 더욱더 개인존중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분야, 그래서 자신들이 선택한 진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인도해 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방학 동안 제작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작품을 보며 준우의 부모님 생각도 많이 바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준우가 저렇게 좋아하는 거라면 미술과 관련된 학과로 대학원서를 내고 싶다는 말씀에 내 가슴이 떨렸다. ‘그래, 바로 부모의 마음은 그런 거야……’ 아이들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부모의 절대적 바램이었던 것이다.
“선생님, 질문있는데에~” 그림 한 점을 들고 내게 다가오는 준우의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다. 작업도중 뭐가 잘 안 풀리는 모양이다. 자신이 그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의 얼굴을 내밀며 열심히 설명을 한다. 붓을 들고 작품을 해설해 나가는 준우의 모습에서 하스야요가 Meera Hashimoto 의 열정을 보게 된다. 자신의 그림 속의 주인공 못지 않게 모든 사람에게 존경 받는 훌륭한 미술심리학자를 기대해 보면서 오늘도 준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 본다.

문 정
MFA. Academy of Art University San Francisco
The 8th university (Universite, Paris-VIII)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선대학교 미술 대학원
국립 목포대학교, 광주 교육대학교, 국민 대학교 강사 엮임
개인전 3회 및 국내외 그룹전 및 공모전 다수
현) 드림아트 미술학원 원장, H Mart 문화센터 원장
Tel. 469-688-9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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