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변호사의 이혼법정 이야기 (6) – 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부모간의 싸움에 종종 자녀들을 개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구랑 살거야?”  부모들의 화가 아이들을 몰아부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이혼법정에서 목소리 높여 얘기한다.  “전 우리 아이들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아이들만이 내 행복이예요.  전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모들의 이기심도 보이는 것 같다.  과연 아이들이 부모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서 왜 자기가 원하는 것만 주장하는가?
텍사스 주 이혼법정에서 만12살 이상의 자녀는 어떤 부모와 같이 살고 싶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이혼 법정이 자녀 양육권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아이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 특정 부모에 대한 두려움, 혹은 아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당사자들의 요청과 판사의 재량에 의해 간혹 이러한 식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의견이 자녀 양육권 분쟁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참고사항일 뿐 최종 결정은 결국 이혼 법정이 내린다.  그러나 아이가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압박과 불안, 심리적 동요를 겪는다는 문제가 있다.  어떤 경우엔 십대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상황을 역이용하여 부모의 분쟁을 자신들이 편한 쪽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두 부모가 모두 아이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녀양육에 함께 관여해야 한다는 것은 자녀 양육의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이혼법정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다.  별 이유가 없는 한 두 부모 모두에게 자녀 양육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고자 한다.  그런데 부모사이의 관계가 적대적이거나, 의견충돌이 잦거나, 서로 사는 곳이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특히 자녀의 거주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정폭력 때문일 수도 있고, 부모와 자녀간의 유대관계 문제일 수도 있고, 자녀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이혼하는 배우자 집에 자주 드나드는 남자 혹은 여자친구에 대한 불안감, 자녀양육 능력에 대한 서로간의 막연한 불신 등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녀 양육권을 다루는 이혼법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다.  바로 어떤 것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지를 찾는 것이다.  모든 고려 사항이 이 기준에 의해 분석되고 결정된다.  예를 들어, 부모중 어떤 한 사람이 아무리 그 아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혼법정은 그런 입장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주장은 단지 그 부모의 이해관계, 즉 그 아이가 있어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식의 얘기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중요하다는 식의 요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과 입장이 왜 아이에게 더 좋은가, 왜 그것이 아이의 가장 큰 이익이 되는가를 효과적으로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12세 이상된 자녀들의 개인적인 의견도 마찬가지다.  판사가 볼 때 아이들의 생각이 결국 그 아이들의 궁극적인 이익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편, 재판으로 가기 전 이혼 당사자간의 조정절차를 통해 상호간 합의를 시도해 보는 대안도 있다.  또한 이혼법정으로 하여금 아이를 대변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변호사와 보다 편한 환경에서 먼저 만나 얘기할 수 있고, 변호사와의 질의 응답을 통해 아이도 자신의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표현력과 설득력을 갖춘 변호사가 주로 아이의 입장을 정리하여 간접적으로 대변하기 때문에 부모의 분쟁에 아이가 직접적으로 서지 않는다는 심리적 완충작용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혼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를 통한 자녀양육 평가서를 이혼법원에 제출하기도 한다.  단,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혼소송은 당사자 모두에게 행복하지 않은 경험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데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런데 자녀 양육권 분쟁을 크게 치르고 난 부모들은 가끔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과연 자기 자녀들에게 있어 가장 큰 이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혼법정이 내린 결론에 모두 별 문제없이 동의할 수 있는가?  판사보다도 변호사보다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부모가 그 자녀들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데 왜 자녀 양육권에 대한 결정을 그들의 판단에 맡겨 놓았을까?   자신들 앞에 나온 결론에 대한 혼란이 앞으로의 자녀양육 문제에 대한 더 큰 의문점들을 남겨 놓을 수도 있다.

황인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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