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관련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이혼 후에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텍사스 주에서 이혼을 진행하시려는 분들은 일단 위자료 문제와 관련하여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위자료 문제는 여성의 돈벌이가 쉽지 않았던 시절 남편이 아내에게 주던 역사의 유물 정도로 보는 견해가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제는 경제활동 능력에 남녀 구분이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위자료 (Alimony)라는 말 대신 “배우자 생활 유지비” (Spousal Maintenance)라는 용어를 남녀 구분없이 쓰고 있다. 한마디로 아내고 남편이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받을 수 있고, 별 이유가 없으면 못 받는다. 그러면 이혼 후에도 상대방에게 생활 유지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일단 배우자 생활 유지비를 받으려면 결혼기간이 최소 10년은 돼야 한다. 여기에 세가지 예외가 있다. 첫째,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신청 전 최근 2년내 혹은 이혼소송 진행중 가정폭력으로 유죄선고를 받았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이다. 둘째, 배우자가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불구로 인해 생활비를 벌 능력이 없는 경우이다. 셋째, 그 부부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심한 불구상태이고 배우자가 그 아이를 돌보느라 생활비를 충분히 벌 수 없는 경우다. 이 세가지 경우, 결혼기간이 최소 10년이 안 됐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배우자 생활 유지비를 요구할 수 있는 일차 자격요건이 생긴다. 첫번째 예외사항은 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텍사스 주가 가정폭력에 대해 얼마나 강력히 대처하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텍사스의 이혼법정은 위에 언급한 일차적인 자격요건만으로 배우자 생활 유지비 요구를 들어주진 않는다. 생활 유지비를 요구하는 배우자 자신이 최소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이 없거나 소득 능력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 즉, 자신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생활 유지비를 받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불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그 불구상태가 적절한 생활비를 버는데 어떠한 식으로 문제가 되는지 밝혀야 한다. 또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력한 흔적 혹은 적어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재능 등을 개발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보여져야 한다. 한마디로 일할 수 있으면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살아가라는 논리다.
배우자 생활 유지비 요구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혼법정은 그 금액과 기간 및 지급 방법 등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먼저 생활 유지비 금액산정 방법이다. 일단 생활 유지비를 지급해야 하는 배우자의 월 총수입 (gross monthly income)을 본다. 흔히들 세전 수입이라고도 하는데, 몇몇 정부 사회보장 보조금 등을 제외한 여러 다양한 수입이 대부분 여기에 모두 포함된다. 그러한 월 총수입의 20%를 계산하면 그것이 그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월별 생활 유지비가 되는 것이다. 만약 그 계산된 금액이 월 5,000불을 넘는다면, 그냥 5,000불이 월별 배우자 생활 유지비가 된다. 즉, 당사자간의 합의가 없는 한, 월별 생활 유지비 금액이 최고 5,000불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혼후 배우자 생활 유지비를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정폭력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는 최장 5년이 될 수 있다. 그 밖의 경우는 결혼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인 경우 최장 5년, 결혼 기간이 최소 20년인 경우 최장 7년, 결혼기간이 최소 30년인 경우 최장 10년 동안 받을 수 있다. 한편 생활 유지비를 받는 배우자가 심한 불구상태에 있거나, 불구 상태의 자녀를 돌보고 있는 경우라면 그 지급기간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그러나 텍사스의 이혼 법정은 전체 지급기간을 되도록이면 짧게 허용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이혼법정은 배우자 생활 유지비를 통해 이를 받는 배우자가 하루 빨리 자립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배우자 생활 유지비의 지급방법은 이혼법정의 고려사항에 따라 다양하다. 매달 같은 금액을 지급받도록 할 수도 있고, 처음 1년과 2년, 그리고 3년째 되는 해 각각 지급받는 금액을 차등화시킬 수도 있다. 즉, 처음 1년은 월별 2,000불씩, 2년째는 월별 1,500불씩, 그리고 3년째는 월별 1,000씩 등으로 차등화시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별로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일정한 금액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이혼법원과 당사자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다.
이혼법정에서 내린 배우자 생활 유지비 지급 명령은 이혼 후 각 당사자의 상황 변화에 따라 변경 신청이 가능한다. 주로 배우자 생활 유지비를 줄이거나 중단하려는 측에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자신들의 이혼 소송을 다루었던 법원에 명령 변경신청을 해야 한다. 그 밖에 다음 세가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법원의 배우자 생활 유지비 지급명령은 종료된다. 첫째, 두 배우자 중 하나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다. 둘째, 생활 유지비를 받는 배우자가 재혼을 하는 경우다. 그리고 셋째, 생활 유지비를 받는 배우자가 연애 및 애정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주지에서 동거생활을 지속하는 경우다. 물론 세번째 경우 당사자간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는 관계로 법원에 제출할 증거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겠다.
반복해서 언급하지만, 배우자 생활 유지비 문제도 당사자간에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이혼법정은 그 내용에 대해 굳이 반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당사자간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이다. 즉 생활 유지비를 받으려는 측과 주지 않으려는 측의 입장이 서로 상충하는 경우다. 결국 설득력 있는 논리와 신빙성 있는 증거자료 준비가 관건이다. 논리와 자료는 비단 법정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법정 밖에서도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다. 가끔 궁지에 몰린 쪽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지는 합의도 있는 것이다.
황인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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