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조선학교 학생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되길”
일본에는 60여만명의 재일교포들이 살고 있다. 남북한의 정치적 이념 대립이 한반도 뿐 아니라 재일교포들을 둘로 나눴다. 재일교포들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지지자들과 남한 정부가 지원하는 재일본 대한민국거류민단(민단) 지지자들로 양분돼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조총련과 민단에 상관없이 한민족으로 다 같이 잘 지내지만 정치적인 이슈에 있어서 두 조직은 대립각을 세운다.
조총련은 민족교육을 강조해 일본 내 조총련 학교들을 세워 조선어 교육, 조선 역사, 조선의 풍습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 학교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으며 현재 일본에 60여개가 있다. 한때 1백여개에 이르렀으나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및 일본 정부의 조총련 고등학교에 대한 무상화 교육 중단 등의 이유로 조총련 학교가 많이 감소했다.
조총련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한 영화감독과 프로듀서가 조총련 조선학교 학생들의 학교 생활 및 북한 수학 여행에 대한 영화를 제작해 2016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에 출품해 상영작으로 선정돼 화제다. 올해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에는 총 300여편의 영화들이 출품됐으며 이 중 33편이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재일교포 3세인 박영이 감독과 윤지수 프로듀서는 <하늘색 심포니>(The Sky-Blue Symphony: The Story of the Korean Schools in Japan)라는 영화를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공 들여 제작했다.
<하늘색 심포니>는 이바리기현 미토시 소재 조총련 고등학교 3학년생 11명의 북한 수학여행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한 영화다.
박영이 감독은 “재일교포 중 조선인의 뿌리를 잃지 않으려고 조총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조총련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북한에 수학 여행을 가는데 이 영화는 수학 여행가서 겪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고 밝혔다. <하늘색 심포니>의 영화 시간은 1시간 35분. 이중 1시간 20분 이상이 평양, 황해도 신천, 원산, 백두산, 금강산, 판문점 등에서 촬영됐다.
이바라기현 미토시 소재 조총련 조선학교 고등학생들은 일본에서 어렵게 지켰던 조선인의 정체성을 북한 수학 여행 2주간 북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재확인하면서 뜨거운 감정의 북받침을 경험하게 된다.
박영이 감독은 “일본과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미사일 공격, 납치 문제, 공산주의 체제 등 부정적인 모습과 얘기만 한다. 영화를 통해 조총련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북한 사람들의 밝고 따뜻한 교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북한을 14번 방문했고 한국을 13번 방문한 한 경험이 있다. 최근 남북한을 방문했을 때 느낀 점을 알려달라는 기자 질문에 그는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다. 북한 사람들은 ‘나’보다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남한에서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이 북한 사람들보다 강하다”고 했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을 방문하면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박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은 아직 개인주의보다 사람들간의 정이 더 강한 나라다”고 전한다.
일본 교육 관계자들이 조총련 학교를 방문해 놀란다고 한다. 조총련 학교 학생들은 모두 잘 되려고 학습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을 다른 학생들이 가르쳐주는 모습을 자주 보게되는데 일본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영화 제작을 위한 비용은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하늘색 심포니>는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북한의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북한 주민들의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박 감독은 조총련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민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한다. 조선인을 차별하는 일본에서 조선인의 뿌리를 지켜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준 학교를 북한 정부가 지원해줬기 때문.
<하늘색 심포니>는 지난 4월 2일 도쿄의 유로스페이스 영화관에서 3주간 상영됐다. 3주간 1,500여명의 관객이 찾아 극장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한다.
일본 영화 관계자들은 현재 최악의 관계를 보이고 있는 북-일 정세를 감안했을 때 상영관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텐데 영화가 3주간 상영됐고 관객들의 예상 밖 호응에 이틀을 연장 상영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박 감독은 전한다. 그 후 이바라기현, 나고야시 등에서도 영화가 상영됐다.
한국에서는 서울 홍대에 있는 작은 카페와 부산 민주항쟁기념관 소극장에서 7월초에 시사회가 있었다. 북한과 적대 관계에 있는 한국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조총련 학생들과 북한 주민들의 다른 모습을 그린 <하늘색 심포니>를 선보이고 싶다는 박 감독.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 상영관을 찾는게 쉽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에 출품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미국에서도 북한을 미화한다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됐으니 한국에서도 상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박 감독의 뜻이 자리잡고 있다. 박 감득은 이달 말 DMZ 영화제에 <하늘색 심포니>를 출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윤지수 프로듀서는 “이 영화를 통해 남북의 이념을 떠나 일본의 조선학교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조선학교들은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도 조선말, 조선 역사, 조선 문화와 풍습을 후세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 내 조선학교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재일교포 3, 4, 5세들은 조선인의 뿌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종욱 기자 press4@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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