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카부슈 선생님은 주말이면 하루 종일 작업실에 있어요. 어디선가 주워 온 톱니바퀴와 기계 부품으로 갖가지 발명품을 만들지요. 학생들과 함께 만들고 싶지만 카부슈 선생님은 수줍음이 너무 많고 말까지 더듬어요. 그래서 학생들은 특별한 재능의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지요.
어느 날 집으로 오는 길에 선생님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요. 밤새도록 끙끙 앓았지요. 이튿날 아침. 카부슈 선생님은 몹시 힘겹게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갔어요. “아! 아악” 선생님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어요.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진거예요. 출근 준비를 하고 길에 나섰지만,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수군거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손가락질 했어요. “세상에 머리가 어쩜 저렇게 크지?” “왕머리통 왕머리통~~”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죠.
선생님은 겨우겨우 학교에 도착했어요. 선생님의 머리를 보고 학생들은 모두 얼어 버렸지요. 선생님에게는 아주 힘든 나날이 계속 되었어요. 이제 머리를 감는 건 아주 큰 일이 되었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도 아주 흠뻑 젖었지요. 자동차에는 아예 올라타지도 못해서 걸어 다녔어요. 영화관에서는 맨 뒷자리에 앉아도 큰 머리 그림자가 화면을 가려서 사람들이 노려보았어요. 선생님은 점점 더 자주 넘어졌어요.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지요.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선생님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마침내 큰 머리를 지탱할 엔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어요.
선생님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었어요. 밤이 되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선생님은 집밖으로 나왔어요. 버팀대가 달린 희한한 엔진에 올라타고서요. 비가 점점 거세졌지만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엔진을 작동했어요. 시동이 걸리자 선생님은 만족해하며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유로운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어느덧 날이 밝기 시작했어요. 밤새 비가 억수같이 내려 거리는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선생님은 무심코 빵집 앞을 지나가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멈춰섰어요. 굴뚝을 통해 들이치는 비로 빵집 안이 난리였지요. 선생님은 곧장 지붕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우산 세 개 모양 엔진 기구를 벗어 굴뚝에 씌웠어요. 이제 더 이상 비가 들이치지 않자 사람들이 감탄했어요. 사람들이 인사도 하기 전에 선생님은 자리를 떠났지요.
똑똑똑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선생님 집 문을 두드렸어요. 문밖에는 동네사람들이 서 있었어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찾아온 거예요. 그 뒤로도 선생님은 마을사람들을 위한 기발한 발명품들을 만들어 주었지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작업실이 좁아졌어요. 빵집 주인은 선생님에게 커다란 창고를 선뜻 내주었어요. 이제는 발명 연구소가 되었어요. 학생들도 스스로 만든 발명품을 가지고 선생님을 찾아왔어요. 이제 누구도 선생님의 큰 머리에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한 목소리로 말하지요. “카부슈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야”
잔 타보니 미제라지 라는 작가의 동화이야기 일부입니다. 몸보다도 커진 머리는 불편함을 넘어 수치와 부끄러움을 주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네요. 수줍음 많고 말도 더듬는 약점을 가진 선생님은 어디하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편함과 부족함이 오히려 기회가 되어 선생님이 가진 장점이 빛을 발하게 되지요. 부족함과 불편함을 극복한 선생님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의 통로가 되고 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한해의 시작을 알린지 몇 주가 지난 지금. 이전의 수치와 약점들로 새로운 출발을 주저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에게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용서와 은혜를 선언하시는 예수님의 복음이 주저함으로 앉아있는 모든 분들에게 선포되기를 소원합니다.
현재의 답답해 보이고 불편해 보이는 상황들과 약점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손에서 빛을 발해 귀하게 사용되는 통로가 되기를.. 실패와 눈물의 시간들이 오히려 약자들을 품어주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고린도후서6:10)
박은아 사모
그리스도연합감리 교회
‘사랑이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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