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측교정’ 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치과에서 하는 교정치료인 것 같긴 한데 조금은 생소한 용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설측’이라 함은 혀를 뜻하는 ‘설(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글로 풀어서 설명하면 ‘혀’쪽에 붙이는 교정 장치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교정장치가 치아의 보이는 쪽, 혹은 입술 쪽에 붙이는 반면, 설측교정장치는 치아의 뒷면 쪽에 붙여서, 정면에서 보면 교정 장치가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장치는 70년대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미국에서 크레이븐 쿠르츠(Craven Kurz)가, 일본에서는 킨야 후지타(Kinya Fujita)라는 분들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그래서 제일 유명한 설측교정장치의 브랜드명 중에 하나가 후지타(Fujita) 장치입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계신 미국과는 달리, 한국, 일본, 그리고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교정치료를 받는 것을 남 모르게 비밀리(?)에 하고자 하는 요구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티 나지 않게 교정치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고, 그 결과 설측교정에 대해서는 미국 보다는 아시아나 유럽 국가들에서 상당히 발전되어 왔습니다.
설측교정이 일반적인 교정치료에 대해 가지는 장점은 단연 그 심미성입니다. 그러니까 밖에서는 교정기가 안 보이기 때문에 교정치료 하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업상 교정기가 드러나면 안 되는 연예인들이나 방송인들, 외모에 민감한 젊은 성인 여성들이 설측교정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최강의 장점 외에는 사실 일반적인 교정치료에 비해 여러 가지 단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우선 치료비용이 많이 비쌉니다. 그 이유는 설측교정장치는 그 환자 한 사람에게만 딱 맞게 완전히 맞춤으로 제작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장치 제작 공정 자체가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치아의 바깥 면은 대부분 편평하기 때문에 바깥쪽에 붙이는 교정장치는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해도 어느 누구에게나 별 문제 없이 잘 맞습니다. 하지만 치아 안쪽의 모양은 정말 각양 각색입니다. 당장 여러분들이 혀로 치아 안쪽 면을 느껴보시면 표면이 울퉁불퉁 복잡하기가 그지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 치아마다 본을 뜨고 틀을 만들어서 그 사람에게만 딱 맞는 형태의 교정장치로 준비하는 작업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교정장치를 준비하는 데에만 수천 불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교정장치를 그 좁은 입 안쪽에 붙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좁은 공간에서 장치를 부착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의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설측 교정 하다 보면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치료비가 더 나온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 입니다. 진료시간도 더 걸리고 의사의 노력과 스트레스도 더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진료비도 올라가게 됩니다.
치아 바깥쪽에서는 쉽게 접근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비좁은 입안에서 하려면 시간과 과정이 더 걸리는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치료 기간이 일반교정에 비해서 더 오래 걸립니다. 대개 6개월 정도 더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혀랑 맞닿는 위치에 교정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보니 발음도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 하는 혀 짧은 소리가 날 수 있는데요. 교정장치가 치아와 혀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로 혀와 치아 안쪽 면이 맞닿아서 소리를 내는 치조음들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ㄷ/, /ㄸ/, /ㅌ/, /ㄴ/, /ㄹ/, /ㅅ/, /ㅆ/ 이런 발음들이 어색해지곤 합니다
역시 비좁은 입 안에 장치가 가득 붙어있어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칫솔질이 정말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치아 바깥 면에 붙이는 장치 주변도 깨끗하게 칫솔질을 하려면 아주 번거로운데, 치아 안쪽 면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칫솔질이 잘 안되면 잇몸이 쉽게 붓고 교정장치를 덮을 정도까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늘어 놓다 보니 설측 교정의 단점만 너무 부각시킨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단점들을 많이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교정기 자체의 사이즈가 많이 작아져서 혀의 불편감이나 발음 문제도 많이 개선이 되었고, 또 장치 디자인도 좀 더 단순해져서 의사 입장에서 치료 과정이 많이 수월해지기도 했습니다. 철사나 브라켓 재료 자체의 발달과 보조적인 술식들의 개발로 치료 기간도 좀 더 단축된 점도 고무적입니다. 아직도 비싼 비용은 넘어야 할 산이긴 합니다만 다른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기술이 더 발달되면 비용도 내려가리라 기대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정말 꼭 설측 교정이 필요한 분들, 직업상, 사회생활 문제로 다른 선택이 없는 성인분들에게는 저도 설측 교정을 권합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교정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십대 자녀들에게는 사실 거의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바깥쪽에 붙이는 일반적인 장치로 되려 설득하는 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십대들 사이에서 교정장치를 하고 있는 게 Cool하다고 생각을 한다니, 그래서 매달 올 때마다 각양 각색의 색깔로 교정기를 묶어 달라는 아이들이니까요.
설측교정, 그래도 티가 나지 않게 교정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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