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의 미술 스케치: 때를 기다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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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을 꿈꾼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날마다 비타민을 부여하는 것이다. 찬란한 봄, 시니어들의 합격 소식은 나의 삶에 비타민이 되어주고 있다. 개인에 따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이 년 동안 대학 준비를 위해 열심히 함께했던 그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느낀다.  어떤 날은 스승과 제자 사이를 떠나 호되게 혼내기도 했었고 또 어떤 날은 십 대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에 같이 아파하며 눈물 흘린 날도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아이들이 짐을 정리하여 화실을 떠났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텅 빈 자리가 허전하다. 매년 겪는 일인데 아직 난 이별에 익숙해 하지 않다. 새로운 학생들을 위해 시니어 방을 정리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미국에서의 내 생활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생각해 보니 대학원 시절부터 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은 미술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해왔다. 여행 역시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대학 탐방이 많았다. 
처음 미국 내 유명미술대학을 호기심에서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나의 대학탐방 여행은 학생들과 함께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실제로 해당 대학을 방문하고 학교 내에서 행해지는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을 피부로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워크숍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얻거나 재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포트폴리오를 지도하는 이의 입장보다는 오히려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대학 합격 여부가 끝나는 사월은 많은 학생이 학교 선정으로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월 일 일까지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고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합격한 학교 중 두 세 개의 대학을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갈등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면 거침없이 해당 대학을 방문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물론 일반적인 견해로 학교를 선정한다 해도 큰 무리는 없겠지만, 특히 미술대학의 경우는 일반대학과는 달리 외관상 보이는 대학건물부터 다른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막연한 꿈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순간부터 당황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미술대학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대학 캠퍼스 그 자체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 마치 오피스 건물처럼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빌딩이 대학건물인 경우도 많다. 자녀들을 위해 첫 대학 방문에 함께 동반한 부모들이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학생들보다 더 놀라워하기도 한다. 

“대학 그러면 뭐니 뭐니 해도 넓은 캠퍼스인데…… 비싼 등록금에 비해……” 그래서 학부모들은 전공에 따라 갖춰져 있는 대학시설이나 수업 내용보다는 외관상 보이는 건물만을 보고 대학의 상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기 전 직접 대학을 방문해 본다면 의외로 대학 선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술대학의 경우는 전공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졸업 후의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 받게 된다. 대학마다 전공별 인기도가 다른 것은 바로 해당 대학이 어느 전공분야에 탁월한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며 얼마만큼의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이번 연도 대학입시에서도 모든 시니어가 각자 전공할 분야의 최고의 대학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끝까지 믿고 최선을 다해준 그들이 마냥 대견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그들에게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에 미안함이 앞선다. 
미처 챙겨가지 못한 포트폴리오 작품을 정리해 본다. 작품 한 점 한 점 마다 그들의 열정과 고뇌가 담겨 있고 함께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묻어있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림마다 각 학생의 꿈이 그대로 배어 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소망이 하나의 색이 되거나 형태가 되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에겐 이러한 꿈이 있다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해 왔노라고……”

날마다 꿈을 향해 나가는 학생들, 그들과의 생활은 언제나 새로운 소망을 갖게 한다. 한 해가 지나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올해보다는 더 흡족한 마음으로 시니어들의 작품을 정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지금 이 시간이 그들에게는 내일을 향한 큰 도약의 시점이 되고 나에게는 또   새롭게 시작될 학생들과 새로운 꿈 이야기를 담고자 커다란 그릇을 마음 한 켠에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 된다. 문득 그들이 보고 싶어져 시니어 단체 톡을 노크해 본다.

“How’s it going?”

문 정
MFA. Academy of Art University San Francisco
The 8th university (Universite, Paris-VIII)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선대학교 미술 대학원
국립 목포대학교, 광주 교육대학교, 국민 대학교 강사 엮임
개인전 3회 및 국내외 그룹전 및 공모전 다수
현) 드림아트 미술학원 원장, H Mart 문화센터 원장
Tel. 469-688-9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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