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 이건 얼마나 해야 돼요?

보통 2년 정도의 지루했던 교정치료가 끝나게 되면 환자분들은 이제 교정기를 모두 빼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게 됩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제 달라진 외모를 즐기기만 하면 될 시간이 다가온 것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정기를 빼는 것이 완전히 끝은 아닙니다. 교정기를 제거한 후에 다시 예뻐진 치열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유지장치(retainer)를 사용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교정치료가 다 잘되고 끝난 것 같은데 왜 유지장치를 또 해 주어야 할까요? 그리고 유지장치를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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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dentalplans.com>

우선, 교정기를 통해 치아들이 움직이긴 했지만, 아직 치아 주변의 잇몸 조직들은 새로운 변화에 완전히 적응된 상태가 아닙니다. 치아를 잡아주고 있는 주변 조직들은 고무줄처럼 탄성이 있는 조직이라 힘을 빼면 다시 제자리도 튕겨져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탄성 때문에 교정기를 빼고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치아들이 예전처럼 돌아가려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치아 주변 조직들의 탄성이 좀 사그러들고 다시 재생이 되어 치아를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없어질 즈음까지 일정 기간 동안은 잡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개 1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주변 조직이 안정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특히 십대 아이들의 경우, 아직은 완전히 성장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치아들이 잇몸 뼈 골격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골격적인 문제로 생겼던 부정교합은 교정치료를 통해 그 문제가 당장은 해결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아이의 골격 성장이 문제가 되었던 방향으로 다시 더 자란다면, 부정교합도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턱이 커지는 아이들의 경우 앞니가 거꾸로 물리게 됩니다.  
그런데 교정치료를 통해 제대로 물리게 바꿔주었더라도 계속해서 아래턱이 더 앞으로 자라게 된다면 다시 앞니가 거꾸로 물리는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장이 남아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때까지 상황에 맞는 유지장치를 하는 것을 권합니다.  
세 번째로, 워낙에 애초부터 치아의 위치가 상당히 불안정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턱뼈나 구강 구조가 너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주변 근육이나 혀 등의 연조직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 교정치료를 통해 좌우로 크게 넓혀준 경우에는 치료 종료 후에도 아주 불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혹은 앞니 사이가 너무 벌어져 있었던 경우에는 교정치료로 모아주어도 치아 사이에 눌린 연조직의 반동이 너무 세서 쉽게 다시 벌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영구적인 유지장치를 해주지 않으면 재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교정치료를 받았던 안받았던 간에 관계없이,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노화의 과정도 유지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됩니다. 치열의 노화현상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치아의 근심 이동 경향(mesial drift tendency)입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우리의 치열은 세월이 흐를수록 어금니부터 앞으로 조금씩 밀려나오는 힘을 받게 됩니다. 앞으로 밀려나오다 보면 앞니 쪽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윗니들은 앞으로 뻐드러지고, 아랫니들은 서로 겹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치열을 보면 모두 다 앞니가 뻐드러지거나 비뚤비뚤한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잇몸의 건강이 점차 나빠지기 시작하는 40대 즈음에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만약 이런 경우에 앞니 쪽을 유지장치로 단단히 잡아 준다면 이런 노화의 과정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가 있습니다.  
치료 종료 후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유지장치가 사용되고, 또 사용하는 기간도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됩니다. 유지장치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오랫동안 고생해서 얻은 아름다운 치열을 적절한 유지장치를 통해서 오래도록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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