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일본 남단 규슈에서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무허가 판자촌 지역에서 태어나 ‘조센진’이라며 차별과 멸시를 받던 재일교포 3세 소년, 번지 수도 없는 판자집에서 살 정도로 가난했던 소년, 그의 할아버지는 1914년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건너가 광산노동자로 일했고, 식민지 생활로 인한 차별과 냉대 속에 돼지와 닭을 키우며 생활하였다. 고교 1학년 때 이 소년은 아픈 아버지를 두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과정을 마치고 1975년 홀리네임즈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1977년 명문 버클리대 분교 경제학부로 편입하는 한편,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면서 업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러서 세계적인 인터넷 재벌로 부상한 그 소년은 손정의다.
1970년대 American Dream을 가지고 미국으로 이주했던 미국 이민 1세대 또한 손정의씨가 겪었던 인종 차별과 언어 장벽, 수중에 있는 자금의 한계 등으로 밑바닥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였고 각고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로 지금은 미국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수 민족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당시 한국에는 인사말로 “식사하셨어요?”가 쓰여지기도 했는데 워낙 가난해서 하루 끼니도 못 먹고 굶어 죽는 사람이 제법 있다 보니 이웃 간 서로 살펴보는 차원에서 주고 받던 말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그럼, 당시 한국의 원화가치는 얼마였는지를 살펴보고 환율에 대한 이해를 갖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국의 위상과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으니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여 한국의 화폐가치가 크게 상승(환율 하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반대로 원화가치는 너무나 많은 요인으로 인해 꾸준히 하락(환율 상승)하여 왔다.
원달러 환율은 1970년대 초반 310원에서1986년 900원까지 상승하였다. 1989년 669원으로 하락하였다가 이후 1990년대 미국 경제가 급성장하자 원달러 환율은 800원대 초반까지 꾸준히 상승하였고, 그러다 1997년 IMF사태 이후 1,700원 위로 올라갔다. 2000년 초반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1,100원대로 하락하였다가 현재는 1,100~1,200원대의 박스권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중이다. 10,000달러를 미국으로 가지고 오기 위해서 1970년대 초반에는 3,100,000원의 원화가 필요했으나 지금은 11,500,000원의 원화가 필요한 셈이다.
국가간의 거래과정에서 사람들은 거래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자기나라 돈과 외국 돈을 교환하게 되는데 이 때 서로 다른 두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이 필요하다. 이 교환비율을 환율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국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한국)의 환율은 1달러 = 1,200원으로 표시하는 자국통화표시법을 따른다.
따라서 원화의 가치와 환율의 움직임은 정반대이다. 예를 들면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환율은 하락한다는 것을,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환율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은 외환의 수급에 영향을 주는 대외거래, 물가, 경제성장, 통화량 등의 경제적 요인과 정치, 사회적 요인 등에 의해 변동된다.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의 가치는 상승하여 원화 환율이 하락하게 되며 반대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원화가치는 하락하여 원화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한 나라의 물가수준이나 경제성장률, 통화량이나 금리 등도 환율을 변동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물가가 외국보다 많이 오르게 되면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반면 수입상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게 되어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게 되어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밖에 한국의 통화량이 증가하면 한국 돈의 가치가 하락하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며 한국 금리수준이 외국보다 높으면 높은 이자수익을 얻기 위해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 있는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채권을 사려고 할 것이므로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실제 2015년 12월 미국이 금리를 0.25%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자 각국에 있는 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각국의 달러 감소(달러가치 상승)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세계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친 경험을 알고 있을 것이다.
환율은 정치,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정치가 안정된 나라의 돈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올라가는 반면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의 돈은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2016년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의 SDR(IMF의 특별인출권) 편입에 따라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금융사와 연구기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1,130~1,300원 범위에서 달러화 강세를 점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원화와 달러간 환전이 필요한 사람이 환율 재테크를 한다면 원화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빨리 환전하여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늦게 원화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환율, 금리, 주가의 움직임은 하나님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긴 하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서 무방비로 항해하는 것보다 나름 나침반과 손전등을 갖추고 항해하는 것이 조금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고창오 부행장은 신한은행 기업 여신심사 팀장, 신한은행 아메리카 심사본부장을 역임, 현재는 한미은행 달라스 론센터 부행장으로 재직 중인 기업대출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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