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의 미술 스케치: 사바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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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지난 퇴근길,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늦은 시간 까지 북적거리던 한인타운은 철 늦은 크리스마스 장식만이 앙상한 가지 위에 빛나고 있다.  
아침에 학원문을 들어서서 귀가시간까지 바깥바람 한번 쐬지 못한 체 정신없이 보냈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그거라도 먹고 올걸……’ 퇴근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물을 부어 놓았던 컵라면이 교실 뒷정리를 하다 보니 어드덧 퉁퉁 불어서 결국은 먹지 못했었다.  오늘 하루 동안의 일이 무거웠던 내 어깨에서 와르르 쏟아져 내려진다.
대학 입시 포트폴리오 전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은 바쁜 날의 연속이다. 매년 보는 익숙한 일이지만 시니어 학생들 못지 않게 마음 조리며 예민해져 있는 학부모들의 애절한 모습에 새삼스레 부모라는 위치가 다시금 생각되어지는 하루였다.
오늘은 학원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현재 미국내에서 우수 미술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는 대학 중 하나인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 디자인(Savannah College of Art & Design, 이하 SCAD) 입학 사정관이 학원을 방문해 주었다. 일반 사설 교육기관인 드림아트로서는 대학 관계자가 직접 학원을 방문하여 학원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개인별로 심의해 주며 학부모들과 대학진학를 상담해 주어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본 드림아트 학생들의 우수한 대학 진학률이 빗어낸 결과였기에 선배 진학생들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두 달전 SCAD 관계자로부터 학원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서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매년 실시되는 내셔널 포트폴리오데이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는 대학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해당 대학에 프리 리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힘든 대학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년도 입시생들 중 절반 학생이 SCAD에 관심을 갖고 이미 지원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SCAD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사바나에 본 캠퍼스가 있다. 대부분의 유명 미술대학이 뉴욕을 중심으로 동부 지역이나 또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인 캘리포니아에 위치에 있는 반면 SCAD는 남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1978년에 (리차드로완Richard G Rowan, 폴라 왈라스 Psula S Wallace, 메이 May L, 그리고 폴 포이터 Paul E. Poetter 가 예술 부문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설립한 학교로 역사가 그리 오래된 학교는 아니지만 여느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학 못지않는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미술 대학이다.
 대학 규모도 일반 종합대학 못지 않는 형태로 개설 학과만 해도 40여개의 학과가 넘는다. 보통 디자인 대학이 미술에 중점을 두지만 위 대학에서는 “세계적인 예술인 양성”이란 교육목표로 미술, 음악, 방송, 영상, 영화 및 일반 예술 이론학과와 비지니스 학과도 최상의 커리큘럼을 자랑하고 있다. 본 캠퍼스인 사바나에 이어 아틀랜타, 그리고 프랑스 와 홍콩에도 분교를 두고 있어서 각 전공 분야에 따라 해외에 원정 교육이 동일하게 이루어져 학생들에게 보다 풍부한 교육환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타 미술 대학이 갖지 못한 장점이기도 하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사바나 캠퍼스의 경우 10,000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중인걸로 칼리지 보드에 보고되고 있으며 현재 졸업생들의 취업률도 미국내 미술대로서는 85%가 넘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더구나 학교의 인지도와 높은 커리큘럼에 비해 저렴한 등록금과 장학금 지원은 실질적이며 효율적인 대학생활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꼭 지원하기를 권하고 싶다.
오늘 포트폴리오 리비유 중 입학 사정관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포트폴리오반 학생들과 함께 직접 해당 대학을 방문하여 입학사정관을 만나고 전공별 교수님들로부터 포트폴리오를 심의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비록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직접 방문하게 해주는 경험교육은 제공하지 못했지만 학교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과 포트폴리오 심의는 오히려 해당 학생들에게 큰 격려와 자신감, 그리고 학생들의 진로 방향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확신하게 해주는 설명회였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의 마지막 심사평에서 강조한 말이 바로 “다양함” 과 “철저한 기본력에 근거한 절제된 표현’ 이었다. 각 전공에 상관없이 순수 미술의 기본력이 잘 갖춰져 있는 학생은 결국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절대적인 공감을 갖는다. 
피천득 선생이 딸에게 이르기를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을 강조했던 것처럼 나 역시 포트폴리오반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보고, 제대로 느끼며, 제대로 표현하는 학습’을 강조한다.  이는 결국 깊은 관찰력과 사색에서 보다 창의적인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독보적인 포트폴리오 작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보는 학습은 생각의 풍요로움을 갖게 한다. 주변에서 보여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게 되고 존재성의 의미를 부여 넣게 된다. 미술의 창의력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다. 그저 아무렇게나 여겨지고 제대로 보이지 않던 사물들에게 나의 시각으로 생명력과 존재성을 담아주는 사색력, 그 자체가 미술의 창의력인 것이다.
순간 짙은 어둠 속에서 내일 다가올 일들이 하나 둘 형상화 되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 적용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려 진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이 이렇게 어둠속에서도 느낌이라는 불빛을 타고 형상화 되어지는 기쁨을 맛본다.
오늘 하루도 수고해 준 학부모들과 입시생 학생들을 떠올리자 지친 몸과 마음에 엔돌핀이 쏟아진다. 

문 정
MFA. Academy of Art University San Francisco
The 8th university (Universite, Paris-VIII)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선대학교 미술 대학원
국립 목포대학교, 광주 교육대학교, 국민 대학교 강사 엮임
개인전 3회 및 국내외 그룹전 및 공모전 다수
현) 드림아트 미술학원 원장, H Mart 문화센터 원장
Tel. 469-688-9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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