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검진한 것이 일년 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앞니가 나오면서 약간씩 비뚤비뚤하지만 당장 교정치료가 필요하진 않은 경미한 상태로 나중에 영구치가 다 나오면 다시 한번 보자고 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사를 가서 최근에 그 지역의 한 치과를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지금 당장 교정치료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이고 이대로 두면 나중에 큰 고생을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아이의 부모님이 다시 제게 연락을 주셨고, 제 대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말씀 드린 적이 있듯이 어린 나이에 가능한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하는 문제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발견하자마자 고쳐 주어야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골격적인 문제나 심각한 이슈 없이, 단순히 앞니, 특별히 아래 앞니들이 조금 비뚤비뚤한 것은 미리 치료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실 혼합치열기-유치와 영구치가 교환되는 시기-에 앞니가 조금씩 비뚤비뚤한 것은 정상입니다. 오히려 앞니가 나오면서 완전히 가지런한 경우 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선, 아이들의 치아를 담고 있는 치조골의 너비가 대개 10살 까지는 더 자라고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8살 때 보기에 좁아 보일지라도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자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교정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좀더 지켜보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치조골이 자라서 넓어지는 것 외에도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유치와 영구치의 사이즈 차이입니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유치 어금니들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나오는 영구치는 작은 어금니라 불리는데, 이때 빠지게 되는 유치들보다 나오게 되는 영구치들이 사이즈가 더 작습니다.
이 차이로 인해 덤으로 생기는 공간을 Leeway Space라고 하는데, 이 남는 공간을 결국 앞니들이 나중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공간이 적게는 한쪽당 2mm부터 크게는 4mm 까지도 되기 때문에 앞니들이 어느 정도 비뚤비뚤하다 해도 나중에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해 줄 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구치가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정 불안하면 이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유지해주는 정도의 간단한 장치 같은 것만 사용해 주어도 충분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교정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교정치료는 정말 필요한 시기에 가능한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불필요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이 지루하게 긴 교정 치료에 질려버린 나머지 나중에 정말 필요한 시기에 치료하기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고, 어린 나이에 치아 위생관리도 잘 못하는 아이들의 연약한 치아 및 주변 조직이 교정치료 때문에 더 쉽게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각박한 경제 때문인지, 딸아이의 친구가 만난 의사의 행동은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가 아는 한, 달라스 지역에서 우리 한인들을 돌보시는 치과 의사선생님들께서는 이런 원칙을 잘 알고 계시고 무리한 조기 치료를 권하지 않으십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믿을만한 주치의와 잘 상의하셔서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치료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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