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디아트 고른이 이야기) | 아직은 안 해도 됩니다

3.jpg이제 여덟 살인 제 딸아이의 절친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가 작년에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게 되어 제 딸아이가 참 많이 아쉬워했었습니다. 딸아이 친구이다 보니 이사 가기 전까지 제가 치과 검진도 해주고 교정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아이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진한 것이 일년 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앞니가 나오면서 약간씩 비뚤비뚤하지만 당장 교정치료가 필요하진 않은 경미한 상태로 나중에 영구치가 다 나오면 다시 한번 보자고 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사를 가서 최근에 그 지역의 한 치과를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지금 당장 교정치료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이고 이대로 두면 나중에 큰 고생을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아이의 부모님이 다시 제게 연락을 주셨고, 제 대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말씀 드린 적이 있듯이 어린 나이에 가능한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하는 문제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발견하자마자 고쳐 주어야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골격적인 문제나 심각한 이슈 없이, 단순히 앞니, 특별히 아래 앞니들이 조금 비뚤비뚤한 것은 미리 치료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실 혼합치열기-유치와 영구치가 교환되는 시기-에 앞니가 조금씩 비뚤비뚤한 것은 정상입니다. 오히려 앞니가 나오면서 완전히 가지런한 경우 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선, 아이들의 치아를 담고 있는 치조골의 너비가 대개 10살 까지는 더 자라고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8살 때 보기에 좁아 보일지라도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자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교정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좀더 지켜보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치조골이 자라서 넓어지는 것 외에도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유치와 영구치의 사이즈 차이입니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유치 어금니들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나오는 영구치는 작은 어금니라 불리는데, 이때 빠지게 되는 유치들보다 나오게 되는 영구치들이 사이즈가 더 작습니다. 
이 차이로 인해 덤으로 생기는 공간을 Leeway Space라고 하는데, 이 남는 공간을 결국 앞니들이 나중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공간이 적게는 한쪽당 2mm부터 크게는 4mm 까지도 되기 때문에 앞니들이 어느 정도 비뚤비뚤하다 해도 나중에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해 줄 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 출처: http://pocketdentist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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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dr-alp.it/>
 
영구치가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정 불안하면 이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유지해주는 정도의 간단한 장치 같은 것만 사용해 주어도 충분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교정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교정치료는 정말 필요한 시기에 가능한 짧은 기간에 마무리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불필요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이 지루하게 긴 교정 치료에 질려버린 나머지 나중에 정말 필요한 시기에 치료하기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고, 어린 나이에 치아 위생관리도 잘 못하는 아이들의 연약한 치아 및 주변 조직이 교정치료 때문에 더 쉽게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각박한 경제 때문인지, 딸아이의 친구가 만난 의사의 행동은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가 아는 한, 달라스 지역에서 우리 한인들을 돌보시는 치과 의사선생님들께서는 이런 원칙을 잘 알고 계시고 무리한 조기 치료를 권하지 않으십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믿을만한 주치의와 잘 상의하셔서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치료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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