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SAT 공부 못하겠다면”

치아 치료 때문에 잠깐 한국에 다녀왔다. 미국이 워낙 치과비용이 비싸다 보니 그 비용이면 비행기 타고 날아가 치아 치료받고 부모님과 친지들도 볼 수 있다. 역시 한국의 경제와 국가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럽의 각종 음악 콩쿨 국제 대회에서도 한인 젊은 음악도들이 최종 결승자의 반절 이상을 차지한다는 소식도 들으면서 역시 연습엔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나 고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이, 초등학생들부터 비싼 사교육에 몸살을 앓는 것을 보며 우리 집 아이들이나 내 학생들이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 하이스쿨 공부도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와 기쁨을 준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한국은 다 열심히 하니 뛰어나기가 더 힘든 거 같았다. 내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고교 영어 교사들이어서 학교 교육 현장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주는데 들어보니 기막히다. 학교 공교육은 저녁에 사교육을 받기 위해 잠깐 쉬었다 가는 곳으로 학생들에게 인식된단다. 엎드려 자는 학생이 끝까지 엎드려 자주면 그나마 다행인데 중간에 깨서 떠들면 그냥 자던 잠이나 자라고 한단다.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면 너 어느 학원 다니니? 학원 바꿔야겠다고 말해 준다니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한국의 몇 학원들은 엄청난 금액을 받고 SAT시험 문제지 3-4년치를 넘겨줘 답만 외우면 만점도 받게 할 수 있다는 홍보로 관련 학원 원장이나 강사가 수백억대 부자가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렇게 안 해도 시중에 나오는 책 3-4권 다 소화해내고 만점이나 만점 가까이 받은 내 학생들이 장하고 기특할 뿐이다. 
최소한 공부에 요행은 없다. 공부만큼 정직한 결과를 내는 것도 삶에서 드물 것이다. 돌아보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교 공부는 누구나 다 한다. 학교 공부는 매일 매일 내주는 과제물과 퀴즈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돼있다. 반면 SAT나 ACT 시험 준비는 학교에서 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시간을 내서 해야만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하이스쿨 학생의 경우 주중에는 학교 숙제와 퀴즈에 치여 SAT 책 들여다 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는 소린데 토요일에는 봉사활동이나 시립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 가서 사는 경우도 많기에 주말에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거기다 학교에서 밴드까지 하면 더더욱 SAT 공부할 시간이 없다. 
이 시간문제 해결의 답안은 여름 방학이다. 여름 방학 때 목표를 SAT 책 두 권 독파와 단어 정복, 독서 3권 이상 읽기로 세운다면 공부에 있어서는 학기 중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에 좋은 전략이다. 공부만큼 정직한 결과를 내는 것도 삶에서 드물 것이다. 올 섬머엔 이제 내게 하나 남은 막내를 위해 나도 SAT 공부에 올인할 각오다. 우리 집 아이들의 특징도 혼자는 절대 안 한다는 것. 
그래도 그룹 과외에서 친구들과 경쟁하며 하는 건 즐기는 편이다. 처음 과외 시작도 내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주변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공부한 걸로 시작이 됐다. 당시 나는 아이들에게 “올 여름 텍사스 날씨보다 더 뜨겁게 같이 열공할 학생들 모이세요” 라고 권하곤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학생들의 SAT 고득점과 PSAT에서의 성과로 내셔널 메릿 장학생이 된 것 모두 섬머에 함께 했던 열공 덕분이었다. 
3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줬던 학생들도 있다. 나는 섬머를 앞두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께 엄포 아닌 엄포를 놓는다. 숙제를 해 올 마음이 없는 학생들은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모가 강요해서 오는 학생들도 사절이다. 내가 원하는 학생은 현재의 실력과 상관없이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학생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빴던 학생도 없었고, 배짱이처럼 게으르게 놀면서 성적 잘 받은 학생도 없었다. 좋은 결과의 학생들은 다 그들의 노력의 열매를 얻은 것이다. 공부를 할 때는 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해야 한다. 9학년이라고 앞으로 기회가 많으니 올해는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 9학년이라도 올 여름 실력을 다져 일취월장해 놓으면 다음엔 다음 단계의 계획들도 나아갈 수 있다. 
늘 하는 진부한 말이지만 대입 준비에서 학업 실력은 기본이다. 그 위에 수상 경력, 과외 활동, 봉사활동, 에세이 등을 쌓는 것이다. 독해나 문법 실력은 엉망이면서 에세이 지도를 해 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가끔 쓴 소리를 하게 된다. 남이 다 고쳐 주는 에세이보다 지금은 독해와 단어 공부로 먼저 실력부터 쌓으라고. 
학교 수학이나 SAT 수학 문제도 excellent하게 못하면서 수학 경시대회 소개를 부탁하는 부모들에게도 학교 성적이나 SAT 성적을 물어보고 기본기부터 다지라고 말해주게 된다. 대학 지원 때 에세이 소재는 얼마든지 일상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 소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더 허다하다. 
SAT 공부 때문에 미들 스쿨부터 내게 왔어도 몇 달 해 보고 돌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미 실력을 다 갖추었는데 굳이 SAT 준비를 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면 올 여름 SAT 공부에 올인 해야 한다. 과외 활동과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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