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 l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오늘은 화요일, 흐음~ 육룡이 나르샤 하는 날이군.' 유아인의 연기력에 푹 빠진 나, 삼식씨들 아침을 챙겨주고 설겆이가 끝나자 마자 스마트폰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합니다. 삼식이 1호인 아버진 아버지대로 삼식이2호인 남편은 남편대로 각자 스마트폰과 데이트중입니다. 이러는 우리 가족, 스마트폰 중독이 아닐까? 아마 이번 발렌타인데이 때엔 스마트폰에게 쵸콜릿 선물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친구집도 예외가 아닙니다. 앉으나 서나 당신(스마트폰) 생각/떠오르는 당신모습 피할 길이 없어라/ 노래까지 개사해 부르는 친구 남편의 스마트폰 사랑에 친구의 걱정이 늘어 갑니다. 잠도 설쳐가며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사느라 카펜터널 신드롬에 안구건조증까지 생겨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포기를 못한다고 합니다. 대화중엔 단어들이 생각 나지 않아 한참씩 더듬거리는 남편이 '디지털 치매'에 걸린 것 같다고 한숨을 쉽니다. 남편이야 할아버지이니 그렇다치고 하나 밖에 없는 손주녀석 스마트폰 사랑은 할아버지를 뛰어 넘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뺏으려는 아들과 자기의 심장이나 되는 것 처럼 뺏기지 않으려는 손자 때문에 매일이 전쟁이라며 걱정입니다. 잠 잘 시간에도 불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임에 빠져있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에 갈 때나 밥 먹을 때는 물론이고 이동중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으려는 손주는 몸과 마음이 송두리째 스마트폰에게 빼앗겨 집중도 잘 못하고 뇌가 굳어져 가는 것 같다고 한탄 입니다. "난 남편과 손주를 스마트폰에게 뺏겼다. 찾아 올 방법이 없겠니?"하고 물어 옵니다만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습니다.
이민온지 10년만인 2006년 12월에 우리 부부가 한국에 나갔을 때 입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 했을 때 부터 놀람의 연속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중 제일 놀랍고 민망한 변화는 전 국민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세살바기 정도 되어 보이는 딸과 함께 전철을 탄 젊은 엄마가 딸 손엔 책을 쥐어주고 정작 본인은 게임을 하는지 손가락이 스마트폰 위에서 날아 다닙니다. 딸이 책을 읽어 달라고 엄마 옷깃을 잡아 다녀 보기도 하고 '툭툭' 엄마를 치기도 하고 고사리 손으로 엄마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 보기도 하지만 엄마 손은 더욱더 스마트폰 위에서 춤을 출뿐 아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계속 보채며 책을 읽어 달라고 하자 벌컥 화를 내며 "조용히 하고 책이나 봐" 합니다. 참 기특한 엄마였습니다. 전철안의 사람들만 보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앉으나 서나 스마트폰 생각뿐인 것 처럼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 시대라고 합니다.식당을 가도 전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얼굴 보자고 모여 앉은 회식 자리에서조차 각자 손바닥을 향하는 시선은  모두가 '고개수그리' 포즈로 스마트폰 삼매경이었습니다. 소통과 공감을 원하면서도 눈을 마주칠 일이 없는데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 할 수 있을까요? '함께'이면서 '따로'인 세상이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 국가가 되어 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구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젊은 부부들이 먹고 살기 바빠 출산율이 저조한 것도 있지만 잠자리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느라 출산율이 저조 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혼률 또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하이퍼커넥티드 (hyperconnected; 과잉연결) 환경이 가져다준 부작용들인 것입니다.
자다가 깨어 보니 남편이 보이지 않습니다. 12시가 넘었는데 말입니다. 어둠 속에서 파란 불빛이 보인 곳을 보니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보는지 남편이 어둠속에서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안자고 뭐해요? 뭘 보느라 그렇게 웃고 있어요?" "으응, '냉장고를 부탁해' 보고 있었어" "으이구~그런 것을 보면 흉내라도 내서 밥이라도 한끼 차려 주어야 스마트폰에게 남편 빼앗긴 보람이 있지, 한 번도 해 주지도 않으면서 보기는 마누라 보는 것 보다 더 열심히 보네요" "시끄러워요. 그만 잔소리 하고 잠이나 잡시다" "누가 할 소릴, 자는 사람 깨워 놓고 이제 혼자 자려구요?" "깨우긴 누가 깨웠다고 그래요. 당신이 일어 난거죠" "당신이 안자고 있으니 내가 깬거 잖아욧." 한낱 디지털기기 때문에 분신과도 같은 남편과 한 밤중에 아웅다웅... 후회가 됩니다만 현실입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가족과 갈등이 있으면 중독 수준이라는데 이 괴물을 (스마트폰)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엣세이를 쓰고 전송까지 하는 나, 지금도 '고개 수그리' 모드로 두 시간 째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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