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 l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잊어 버리지 않고 외우고 있는 시와 시인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윤동주의 서시 입니다. 이 시를 처음 접한 때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인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시,동시,시조등 가릴 것 없이 많은 시를 외우고 계셨습니다. 시를 적은 낡은 수첩을 항상 가지고 다니셨는데 어느 날 방 바닥에 그 낡은 수첩이 펼쳐져 있어 읽어보니 적혀있는 수 많은 시 중 '서시' 였습니다. 막 글자를 익혀 읽는 재미에 빠져 있던 나는 활자만 보면 무조건 읽고 보는 습관 때문에 그 시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와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해석 없이도 초등학교 일학년이 읽고 감동할만큼 윤동주의 시는 쉽고 명료하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꼬꼬마의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특별한 의미로 아로 새겨지는 마법같은 시 였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시를 외우시는 아버지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 서시를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재회했을 때의 감동은 또 달랐습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넑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인이셨던 국어 선생님께서도 윤동주를 좋아하셨는지 입 양 옆에 하얀 거품이 고이도록 열변을 토하시면서 윤동주를 전하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별 의미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듯 해찰하는 (전라도 말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 학생들이 안타까우셨는지 "윤동주는 시인이자 일제와 맞서 싸웠고 그로 말미암아 감옥에서 스물일곱 해의 짧은 생애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마 윤동주는 이 땅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문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친일의 길을 가고 있을 때, 윤동주는 스스로에게 가혹할 만큼 엄격했고 그런 시인의 태도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진정성과 특별한 울림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론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하지만 일제의 생체실험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의혹이 있어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짧은 삶이 던져주는 의미가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선생님께선 눈을 감고 수업종이 치는줄도 모르시고
<서시> <별 헤는밤>을 낭독해 주셨습니다."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 한 구절만이라도 가슴에 담아두고 살으라시며 깊은 한숨과 함께 교단을 내려 가시던 모습과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윤동주의 다큐멘터리도 방영 되었고 이제 영화로도 만들어져 달라스영화관에서 단 7불이면 윤동주와 마주 할 수 있는 행운이 텍사스에 사는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행운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스틴에 사는 저로서는 한 달음에 달려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 졸이고 있는 중입니다. 제발 내가 달라스에 갈 때까지 영화를 상영해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3월달 달라스 문학회에 참석하러 달라스에 가셨다가 이미 그 영화를 보고 오신 아버지께서 한 마디 하십니다. "내가 신예랑 (내 여동생이면서 아버지의 둘째 딸 입니다) '동주' 보러 갔더니 극장이 텅텅 비어있더라, 나랑 신예랑 단 둘이서 전세내서 봤다. 아니~세상에~ 이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데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에잇!막 화가 나더라~" "아마도 네가 가기전에 조기마감 될 것 같다"며 찬물을 끼얹습니다.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고 중국에서도 조선족 자국 시인이라고 우기고 있는 마당인데 영화를 통해서나마 윤동주의 '젊은 날의 초상' 을 성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관을 꽉꽉 채우는 것도 우리가 우리 시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중 하나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도 이 번 주말에 '동주' 보러 달라스까지 납실 예정입니다. 물론 '연'기사님과 함께 말입니다. 동주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길을 걸어 갔듯이 나도 그 길을 동주와 함께 걸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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