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애 l "나도 요리사"

요즘 한국 TV에서 인기 있는 프로중의 하나가 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이다. 예전의 요리 프로는 요리교실 형태로, 요리연구가가 나와서 시청자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양프로 수준이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에서 이제는 요리도 새로운 예능의 트랜드 화가 되어가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한식 대첩’등 수많은 쿡방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일부 유명 쉐프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까지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인기에 편승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달라스에 백종원의 홍콩반점이 문을 열었을 때 재료가 떨어져서 내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되돌아가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
쿡방의 가장 큰 요인은 사회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는 2000년 226만 가구(전체가구 대비 15.6%)에서 2015년 506만 가구(26.5%)로 급증하였고, 2035년에는 763만 가구(3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 백수나 노령으로 혼자 사는 가구들에게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 보다는 유명 요리사의 레서피를 공유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맛있는 요리를 스스로 해먹는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방송을 통해 배운 요리법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좋은 레서피는 입에서 입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곤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지인이 백종원의 만능 비빔장을 만들어 내게 선물했다. 그거 하나만 있으면 별 볼일 없는 식당에서 파는 냉면이나 국수보다 훨씬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멘트와 함께 말이다. 먹어 본 결과 ‘사람들이 이렇게 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식당들은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만큼 맛이 괜찮았다. 요즘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최고의 요리법들이 줄줄 쏟아져 나온다. 또한 쉬운 조리법과 맛이 보장된 비법을 전수해주는 요리사들이 많아져서 요리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옴으로 인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직접 요리를 시도해보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시 세끼’란 프로에 나오는 차승원의 차줌마 효과는 남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칼질을 하는 것이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으로 요리학원에 등록하는 남성들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제 요리라는 영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명한 쉐프 중에는 남자가 많다. 지인의 아들도 장래가 촉망되는 쉐프 중 하나이다. 
한 요리 하던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부엌일에 주춤했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전처럼 정성스러운 요리를 하지 못했고, 식당 신세를 자주 지기도 했다. 며칠 전 시차적응이 안되어 새벽에 잠이 깨었다. 나 때문에 덩달아 잠이 깬 남편과 함께 쿡방을 보게 되었다. ‘와, 맛있겠다.’를 연발하는 남편이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다시 요리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비누거품처럼 뽀글뽀글 올라왔다. 주부는 아무래도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기쁨이 하나의 정성이 되고,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면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달라스에 한인이 들어오면서 생긴 최초의 한인 식당은 이강복씨가 세운 한인식품점 고바우와 함께 지금의 마킹버드 근처에서 시작했다고 지인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아마도 그 식당은 한국음식이 그리웠던 이민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을 것이다향수와 식당음식에 대한 갈증을 덜어 주었을 테니 말이다요즘은 식당이 많아져서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식당에 가보면 외국인 손님도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아무쪼록 기존에 알려진 한국음식뿐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 메뉴도 개발하고메뉴판에 잘못된 번역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서비스도 개선하여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 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음식은 힐링이고 문화다음식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우리 집 부엌에도 조만간 새로운 바람이 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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