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미국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고 내가 그리워하는 모국은 총선과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등으로 한 동안 몸살을 앓았다. 필리버스터란 생소한 단어가 한국 뉴스의 전면에 나오는 걸 보면 한국도 경제는 물론 민주정치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놓은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모국에서조차 논의되었던 필리버스터!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필리버스터란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의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16세기의 ‘해적사략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라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 한 것은 1964년 당시 야당 초선의원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한편,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16년 2월24일부터 27일에 걸쳐 10시간 18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11시간 39분 동안 연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시간 31분 동안 무제한 토론 등을 진행한 진기록을 세웠다.
필리버스터의 부작용도 있으나 잘 활용하면 대의나 여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다수파가 입법화, 정책화 하려는 시도를 소수파가 저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권한이 만약 내게 주어진다면 대출이자율만 보고 대출계약서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간과한 채 대출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장시간(?)의 설명을 통해 대출계약 행위를 저지하고 싶다.
중도상환수수료란 대출계약기간 중간에 당초 계약서에 정해진 원리금 외에 추가로 원금을 상환하는 경우 내는 수수료로 통상 대출기간이 5년이고 금리가 고정인 경우 은행에서는 5/4/3/2/1%의 룰(대출한 지 1년 내 중도상환하는 경우 5%, 2년 내 중도상환하는 경우 4% 등)로 고객으로부터 청구한다. 대출이자율이 고정금리일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높게 부과하는데 그 이유는 은행이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인 경우에는 고정금리 대출에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보다는 저렴하게 부과한다. 대표적인 변동금리 대출인 SBA대출은 Prime Rate연동되는 변동금리대출로 기간이 15년 이상 장기인 경우에 5/3/1%의 룰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Home Mortgage는 고정금리대출에 해당하나(물론 일부은행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혼합한 하이브리드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음) 미국정부의 소비자금융정책상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보통 고정금리대출인 경우 메이저 은행에서는 이자율 스왑시장에서 고정금리 이자(지급)를 팔고 변동금리 이자를 사는(수취) 스왑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고객과 그 반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금리변동 리스크를 이자율 스왑시장 참가자(투기자)에게 전가하고 은행 및 고객은 대출기간 중에 발생하는 금리변동 리스크를 헷지(Hedge)하게 된다. 대출받는 시점에서 채무자가 예상한대로 대출 만기까지 대출계약서에 정해진 대로 원리금을 내면 중도상환수수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중간에 부동산을 팔거나 목돈이 생겨서 대출금을 미리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자율 스왑계약 해지에 따른 거액의 Penalty를 물어야 한다. Penalty를 계산하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해지하는 시점의 스왑시장의 스왑가격에 따라 Penalty금액이 다를 수 있으며 중도상환금액의 10% 이상을 Penalty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메이저은행으로부터 대출기간 7년, 10년의 대출상품을 낮은 고정금리로 제안을 받게 되면 복잡한 산식의 이자율 스왑계약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포함되어 있으면 대출기간 중에 부동산을 팔거나 여유자금으로 대출을 중도에 상환하게 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중도상환수수료를 검토할 때는 대출기간 중에 부동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지, 또한 여유자금이 생길 수 있는 지 등을 미리 예측해보고 향후 자금흐름에 부합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조건을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 고정금리로 만끽한 이득을 토해내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Community Bank에서 판매하는 대출 상품은 경우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에 비교적 관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기간 중에 담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또는 여유자금이 예상된다면 미리 이러한 부분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줄이거나 면제 받을 수 있도록 은행과 협상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러한 지혜를 십분 활용, 중도상환수수료 등의 비용 절감을 도모하시고 더 나아가서는 그 자금이 여러분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고창오 부행장은 신한은행 기업 여신심사 팀장, 신한은행 아메리카 심사본부장을 역임, 현재는 한미은행 달라스 론센터 부행장으로 재직 중인 기업대출 분야 전문가다. 문의 201-988-3539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