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규모 리콜” … 일본차가 주 대상, 한인들도 확인 필요
2014년 11월 시작된 다카타 에어백 결함 리콜이 더 확대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4일(수)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다카타 에어백 중 건조제가 포함되지 않은 에어백이 장착돼 있는 자동차들을 리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타 에어백 중 건조제가 들어있지 않은 에어백의 경우 철 및 플라스틱 부품이 에어백을 뚫고나와 운전자의 몸에 박혀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카타는 2019년 12월까지 매년 불량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에 대한 보고서를 도로교통안전국에 제출할 것을 명령받았다. 도로교통안전국은 다카타로부터 보고서를 받으면 리콜 대상 차량들을 소비자들에게 발표하게된다.
이번 보고서 제출 명령으로 2014년 11월 2천8백8십만대에 이른 다카타 에어백 결함 관련 리콜 조치에 이어 최대 4천만대의 차량이 추가 리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다카타 에어백 리콜의 문제의 심각성은 혼다와 다카타가 2004년에 에어백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데 있다.
상원 상무, 과학, 교통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2010년 내부 보고서에 의하면 다카타는 혼다에 공급하는 에어백 디자인이 실험 단계부터 문제점을 드러낸 것을 알았지만 회사 측이 이를 은폐하고 생산에 들어가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들어났다. 도로교통안전국은 2015년 11월 다카타에게 에어백 결함과 관련한 정보를 즉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 다카타 에어백, 무엇이 문제인가? =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3개독립 조사 기관에 다카타 에어백 연구조사를 의뢰했고 지난 4일(수) 연구조사 결과를 밝혔다. 에어백내 팽창기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과도한 폭발을 일으켜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건조제가 포함돼 있는 다카타 에어백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에어백의 원인을 밝혀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미국 50개주를 기온과 습도량에 따라 세 지역(Zone A, B, C)으로 나누고 다카타가 자사 에어백을 납품한 회사와 차량 모델들을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가장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지역인 Zone A에 있는 주들에 대해서는 5월 보고서에 2011년 제조 차량까지 리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지금까지 리콜된 차량들은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 차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제조 차량까지 리콜이 확대됐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17년이 되면 텍사스를 비롯한 Zone A에 포함돼 있는 남부주들의 경우 2013년 제조차량까지 다카타 결함 에어백 장착 차량을 리콜 보고서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카타의 세계 에어백 시장 점유율은 22%다. 이는 스웨덴의 오토리스(25%)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다수의 기업 재무 전문가들은 다카타가 이번 에어백 결함으로 인한 교체비용 및 단체 소송 비용 등을 자체적으로 감당해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언론들은 다카타가 긴급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하거나 최악의 경우 회사 매각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다카타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 다카타 에어백 사고 사례 =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올해 5월 10일(화)까지 미국에서 1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9명은 불구자, 2명은 실명이 될만큼 피해자들 중 일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하이밍슈 씨는 2013년 9월 캘리포니아 앨함브라에서 2002년 아큐라 TL을 몰다가 차가 건물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하이밍슈 씨는 사고 현장에서 숨졌다. 부검결과 하이밍슈 씨는 사고 당시 에어백내에 있던 철과 플라스틱 파편이 몸에 박히면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들어났다.
크리스티 윌리엄스 씨는 2010년 4월 애틀란타에서 2001년 혼다 시빅을 몰다가 빨간 신호를 받고 대기중이었다. 갑자기 혼다 시빅의 에어백이 작동하면서 파편이 에어백 천을 뚫고 윌리엄스 씨의 목동맥을 잘라버렸다. 뇌로 피를 공급하는 뇌동맥이 잘리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 윌리엄스 씨는 응급진이 도착할 때까지 두 손가락으로 출혈을 막았다. 중환자실에서 2주간 발작과 뇌졸증을 겪으며 세차례의 수술 끝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차량 충돌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도 노후한 에어백의 경우 장기간 고온 다습한 환경에 놓이면 에어백이 오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사고였다.
스테파니 얼드먼 씨는 2013년 9월 자신의 인생을 평생 바꾸는 사고를 당했다. 2002년 혼다 시빅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에어백내 쇳 조각이 오른 눈에 박히고 코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것.
그녀는 2014년 11월 상원 상무, 과학, 교통 위원회에서 당시 사고에 대한 경험을 증언했다. 그녀는 증언회에서 “쇳 조각이 오른 눈에 박히는 순간 오른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피는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내 시력은 영원히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내 인생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며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알렸다.
◎ 문제 에어백 장착 여부 확인 및 교체 방법 =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작년 12월까지 리콜 대상차량의 1/3만 문제 에어백 교체작업이 완료돼 아직 수백만명의 운전자들이 가벼운 접촉사고로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사망까지 이르는 참상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로교통안전국은 본인의 차가 불량 에어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리콜 대상 차량은 safercar.gov에서 차대번호(Vehicle Identification Number)를 기입하면 알 수 있다.
현재 리콜 대상에는 최소 14개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번 리콜은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리콜이다.
문제의 다카타 에어백이 가장 많이 설치된 자동차 회사는 혼다다. 지금까지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숨진 미국인 10명중 9명은 혼다차를 몰다가 사망했다. 혼다는 자사 고급 브랜드인 아큐라를 포함해 8백5십만대의 차량에 대해 리콜 발표를 한 상태다. 2001-2007년형 어코드, 2001-2005년형 시빅, 2001-2011년형 CR-V 등 2000년대 혼다 대표 차량들이 총망라된 리콜조치다.
도요타는 2003-2008년형 코롤라와 2002-2010년형 렉서스 SC 등 6개 차종이 리콜 발표됐다. 한인들이 많이 타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들이 리콜 대상 차량수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인들은 자신의 차량이 리콜 대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루트 라일리 혼다 서비스팀 근무자는 “새로운 에어백 교체 예약은 부품이 들어와야 가능한데 6월중에 새로운 부품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리콜 대상 차량들이 많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 6월 첫째주에 혼다 딜러 서비스팀에 전화를 걸어 부품이 들어왔는지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부품이 들어와있으면 예약을 하면된다. 비용은 별도로 받지 않으며 에어백 교체는 하루정도 걸린다”고 부품 조달 어려움과 에어백 교체 방법을 알려줬다.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혼다와 아큐라는 리콜 대상 차량 소유주들이 에어백 교체 때까지 딜러를 통해 렌터카를 대여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리콜 대상 차량이 적은 관계로 에어백 교체 작업을 당장 진행할 수 있다. 플레이노 도요타 서비스팀 관계자는 “지금 전화를 주면 이틀에서 사흘뒤 에어백 교체 예약을 잡을 수 있다. 교체는 반나절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콜 조치에 대해 한 모씨는 “2006년 혼다 오딧세이를 몰고 있다. 지금까지 소모품 교체한 것 외 문제가 없었던 차다. 최근 뉴스에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에 대한 추가 리콜 조치가 있을거라는 것을 봤다. 내 차량도 불량 에어백이 있는지 걱정돼 혼다 딜러에 전화를 했더니 아직 리콜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불안하긴 하다”고 전했다.
모든 차량 리콜 절차가 그렇듯 미국 도로안전교통국은 차량 리콜이 결정되면 제조사가 차량 소유주에게 리콜 통보 편지를 발송하도록 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차량 등록 주소지로 통보 편지를 보낸다. 리콜 통보를 받으면 차량 소유주는 딜러에서 문제 부품을 교환하면 된다.
한편 차량 소유주들은 도로교통안전국 홈페이지에서 타이어, 아동 카시트, 차량에 대한 리콜 통보 이메일을 신청할 수 있다.
석종욱 기자 press4@newskorea.com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