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한 교통사고였고 내가 받은 배상금인데 이혼법정은 이 돈을 이혼하는 내 배우자에게 나눠 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여간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고를 직접 당한 배우자 입장에서는 정말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교통사고 및 인신상해 등을 둘러싼 배상금 혹은 합의금을 과연 텍사스 이혼법정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자.
이번 칼럼을 통해 아주 중요한 법률 논리를 하나 머리속에 넣어두기로 한다. 법 조문을 읽다보면 가끔씩 “이러 이러한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식의 구절이 나온다. 자세한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기 전에 “일단 그냥 증거없이” 이러 이러하다고 볼테니, 상황이 이러 이러하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그러한 증거자료를 대라는 것이다. 텍사스 주법에는 “혼인기간 중 혹은 이혼하는 시점에 부부 각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간주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즉, 부부가 현재 갖고 있는 모든 재산을 “일단 그냥 증거없이” 혼인상 공동재산으로 본다는 것이다.따라서 어떤 재산이 공동재산이 아닌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하려면 그것을 밝힐 수 있는 증거자료를 대라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 주법이 “혼인기간 중에 한 배우자의 인신상해로 인해 받은 배상금은, 그것이 그 배우자의 소득능력 상실에 대한 보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배우자의 개인재산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교통사고나 인신상해 관련 배상금은 그냥 해당 배우자의 개인재산인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꼭 그렇지가 않다. 위에 얘기했던 중요한 법 논리를 다시 보자. 텍사스의 이혼법정에선 부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일단 그냥 증거없이” 공동재산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따라서 어떤 재산이 개인재산임을 주장하려면 그 증거자료를 대야한다. 여기서 혼인기간 중 받은 배상금이 상해를 입은 배우자의 개인재산임을 주장하려면 뭘 증명해야 할까? 그렇다. 그 배상금 혹은 적어도 그 배상금의 일부분이 상해를 당한 배우자의 소득능력 상실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텍사스의 주법과 과거 사례들을 보면, 배상금 성격이 상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혹은 상해로 인해 야기되는 배우자 관계의 훼손 등에 대한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면 그것은 주로 개인재산인 것으로 분류돼 왔다. 한편, 배상금이 상해를 당한 배우자의 잃어버린 소득 혹은 소득능력, 치료를 위해 들어간 의료비, 상해로 인해 훼손된 신용도, 그리고 공동재산 (가족이 타던 자동차 등)에 대한 피해보상, 산재보험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경우, 텍사스 법원은 주로 이러한 배상금을 혼인상의 공동재산으로 인정해 왔다. 만약 배상금이 지급되는 이유와 각 이유에 대한 배상 금액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면 문제는 간단할 것이다. 얼마만큼이 의료비 명목이고, 얼마만큼이 그간 받지 못한 월급 부분이며, 또 얼마만큼이 그간 받아 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인지 말이다.
문제는 그러한 구분이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일시불로 지불되는 배상금의 경우 그 구분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텍사스주 이혼법정은 어떤 배상금이 한 배우자의 개인재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자료가 없는 한, 그러한 배상금을 일단 혼인상 공동재산으로 간주하게 된다. 한편, 별도의 증거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배상금의 어떤 부분이 개인재산의 성격에 해당하는지 두 부부가 서로 아무런 문제없이 인정하고 동의하는 경우라면, 이혼법정은 그러한 이혼 당사자의 입장을 증거로 받아들여 배상금의 성격을 개인재산으로 인정한 사례는 있다.
결국 교통사고나 인신상해로 인해 받은 배상금이 개인재산인지 혹은 공동재산인지 구분하는 문제는 한 마디로 답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텍사스의 이혼법정은 배상금을 일단 혼인상의 공동재산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인재산임을 요구하는 당사자가 얼마나 명백하고 설득력있는 증거자료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이혼 당사자들간에 배상금 성격에 대해 서로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간단할 수 있다. 텍사스의 이혼법정은 이혼당사자 상호간에 서로 반대없이 인정하고 합의하는 부분에 대해 별다른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려 한다. 하지만 상호간에 입장차이가 큰 경우라면 변호사와 상의하여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주장의 타당성과 증거자료의 유무, 그리고 설득력 있는 변론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호 변호사
T. (972) 670-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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