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변호사의 이혼법정 이야기 (2) – 재산분할 2편

성난 모습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며 말한다.  “그 파란색 빈 향수병은 내거야!”  서로에게 마냥 화가 나서 창고에 있는 대못 하나까지 싸우며 나누던 부부가 생각난다.  결혼과 이혼을 둘러 싼 이야기는 어쩌면 엉킨 실타래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쓰다보면 서로 꼬이고 엉켜서 잘 풀리지 않는 곳이 있다.  이때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엉킨 부분을 하나하나 풀던지, 아니면 그 부분을 싹둑 끊어 버리던지.  이혼법정도 이와 비슷하다.  증거자료를 잘 준비해 재판까지 가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번 이혼법정 이야기 (1) – 재산분할 1편에서는 텍사스에서 개인재산과 혼인상 공동재산을 구분하는 원칙을 똘이 엄마의 예로 간단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실제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재산상 이러한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얼마나 많은 부부가 서로 재산을 분명하게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가?  과연 모든 거래내역과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있는가?  이렇게 가르며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저 사람 정말 믿어도 될까?  참 복잡한 인간사다.  그래도 이혼을 고려하거나 준비중인 분들을 위해 몇가지 예를 통해 텍사스 주법을 살펴보자.
30세 총각인 장 모씨는 텍사스 주 캐롤튼시에 자신의 명의로 자그마한 주택을 하나 구입했다.  주택저당 대출금도 당연히 장씨 명의로 돼 있었고 장씨 자신이 매달 갚아 나갔다.  4개월 후 장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모씨를 만나게 되고 연애 2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장씨가 구입했던 주택에서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서로 열심히 맞벌이를 했고 함께 주택저당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아 왔다.  그런던 중 둘 사이에 불화가 찾아왔고 둘은 결혼생활3년만에 이혼법정에 서게 된다.  여기서 이 주택은 혼인상 공동재산일까?  아니다.  텍사스 주법은 어떤 재산이 개인재산인지 혼인상 공동재산인지 그 성격이 불분명할 경우, 그 재산의 취득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이 예에서 그 주택은 결혼하기 전 장씨가 자신의 명의로 구입한 개인재산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가 함께 살았다거나 주택저당 대출금을 부부의 공동재산인 서로의 수입으로 함께 내 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택이 혼인상 공동재산이 되지는 않는다.  한씨의 입장에선 참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텍사스주 이혼법정은 장씨의 개인재산인 그 주택을 어떻게 해 볼 법적 권한이 없다.  이혼법정은 혼인상 공동재산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씨는 그간 갚아 온 주택저당 대출금 원금부분에서 부부의 공동재산이 쓰여진 금액만큼에 대한 상환을 요구할 수는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한씨는 이혼소송을 신청하기 넉 달 전쯤 800불 짜리 컴퓨터를 구입했다.  구입할 당시 700불은 남편의 월급에서 냈고, 나머지 100불은 자신의 지난 생일날 친정 아버지가 주신 선물로서 그간 책장속에 숨겨 두었던 현찰로 냈다.  과연 이 컴퓨터는 개인재산일까, 공동재산일까?  다소 쉬운 문제였던 것 같다.  남편의 월급은 결혼기간 중에 생긴 수입으로서 텍사스 주법에 의하면 공동재산이다.  따라서 그러한 공동재산으로 결혼기간 중 취득한 컴퓨터도 역시 공동재산이다.  그러나 그 컴퓨터의 구입가 800불 중 100불은 한씨의 개인재산이 쓰여진 관계로, 그 컴퓨터의 8분의 7 (7/8)만이 공동재산으로 간주된다.  나머지 8분의 1 (1/8)은 한씨 자신의 개인재산 몫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그 컴퓨터를 실제로 톱으로 잘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혼법정은 다양한 재산목록들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대한 공정하게 재산을 분할하려 한다.  각자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 내다 팔아야 할 것들, 금전으로 계산해서 서로 털어내야 할 것들, 그 밖에 여러가지 재산분할 방법이 있다.  단, 이 칼럼에서의 예는 이혼소송 각 당사자들의 권리와 각각의 공정한 몫에 대한 개념적인 설명일 뿐이다.
이번에는 한 은행구좌를 사용하며 잦은 입금과 인출로 서로의 재산이 마구 섞여있는 상황이다.  텍사스 주법은 이러한 경우 부부의 공동재산에 해당하는 부분이 먼저 인출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더 이상 인출할 공동재산 부분이 없을 때 비로소 개인재산 부분이 인출되는 것으로 본다.  재미있는 것은 개인재산이 인출된 이후 입금하는 새 자금이 이미 인출된 개인재산 부분을 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장씨와 한씨가 서로의 월급을 한 통장에 함께 넣어 왔고 현재 잔고가 3,000불이다.  어느날 한씨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한씨 앞으로 1,000불을 남겨 주셨다.  한씨는 이 1,000불을 남편과 함께 쓰는 통장에 입금했다.  현재 은행 잔고가 4,000불이며, 이 중 3,000불은 혼인상 공동재산이고 1,000불은 한씨의 개인재산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던 중 집안에 위급상황이 생기게 되고, 이 둘은 그 통장으로부터 3,500불을 급하게 인출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그 통장에서 있는 공동재산 부분인 3,000불이 일단 먼저 인출된 것으로 본다.  그리고 더 이상 인출할 수 있는 공동재산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인출한 3,500불 중 500불은 한씨의 개인재산 부분인 1,000불로부터 빠져 나온 것으로 본다. 따라서 현재 통장의 잔고 500불은 한씨의 개인재산인 1,000불에서 남은 500불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달 뒤 장씨와 한씨는 자신들의 월급에서 다시 4,000불을 같은 통장에 입급했다.  이제 은행 잔고가 4,500불이다.  텍사스 주법으로 보면, 이 중 한씨의 개인재산은 여전히 500불이고, 나머지 4,000불은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간주한다. 차후에 입금된 4,000불 중 어느 부분도 전에 이미 인출된 한씨의 개인재산 500불을 메꿔넣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는 실제 상황을 아주 간략히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만약 오랜 결혼생활 끝에 찾아 온 이혼이라면 재산의 성격을 밝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혼소송의 대부분은 양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마무리된다.  애초부터 합의이혼을 작정한 사람도 있고, 이혼 진행 도중에 지쳐서 합의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엔 합의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싸우지 않고는 안 되겠더라는 사람도 있고, 아예 초반부터 싸울 태세로 끝까지 가 보자는 사람도 있다.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 것인지, 엉킨 부분을 싹뚝 자르고 갈 것인지는 각자의 결정이다. 그런데 그 결정이 그냥 한 순간의 기분 때문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최대한 상식과 이치에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혼전문 변호사와 상의하고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황인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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