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선택이라는 부담은 늘 무겁기만 하다. 특히 아이들이 뭔가를 선택하는 시기에 오면 그 무게감은 부모 입장에서도 똑같게 느껴지기에 어느 때는 피하고 싶기까지 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선 아마 초등학교나 미들 스쿨 진학을 앞두고 어느 사립학교로 진학을 할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선택은 부모에 의해 결정되고 자녀들이 처음으로 자기 의지로 선택해야 할 일은 대학 입학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 전에도 악기를 계속할지, 무슨 운동을 할 지 등의 선택권을 자녀에게 주는 부모도 많지만 대학 결정은 부모 의견보다는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생활해야 하는 당사자인 자녀들이 선택하는 게 좋다.
내게도 대학 원서를 내는 시기, 혹은 합격 후 어느 대학을 가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대학이나 전공의 특성을 다시 한번 검토해준 후 언제나 최종 결정은 자녀들의 몫으로 남겨두라는 말을 해준다.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이 따르기에 그걸 부모나 다른 제3자가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겪게 될 학업의 어려움이나 환경 적응, 독립적 생활 변화에 적응이 힘들더라도 본인이 결정한 것이기에 누군가를 탓하거나 책임을 미루지 않고 극복할 의지를 갖게 된다.
3월 중순부터 시작해 4월 1일까지 대학 합격자 발표가 끝나면 가장 많이 받게 될 질문이 사립 대학과 주립 대학의 선택, 의대 통합 과정과 아이비리그 진학, 학비와 전공, 직업과 대학원 진학에 대한 것이다.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의대 통합 과정을 추천하고 의대나 법대, 경영 대학원 등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면 경제적으로 덜 부담이 되는 대학을 가라고 권한다.
대학원 학비까지 고려한다면 대학은 가장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학을 권하는 입장이다. 사립 대학이 1년에 7만달러 가까이 들지만 주립대에 비해 장학금, 학비 보조가 많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실제로 소득이 10만달러 되는 가정이라면 주립대에서도 지원 받기가 어려워 사립대에서 장학금을 받게 되면 부담은 비슷하다. 학비 부담이 같다면 더욱 자녀의 선호도가 우선시 되야 한다.
하이스쿨 9학년이면 이제 언제라도 주말이면 집으로 올 수 있는 주립대를 갈지, 타 주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할 지 서서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가끔 내 학생들 중에도 하이스쿨 내내 주립대를 가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12학년이 되어서 타 주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케이스도 있었지만 대부분 9, 10학년 때 원하는 대학이 12학년 원서 쓸 때까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0학년만 돼도 학생들의 대학이나 전공 선호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텍사스는 하이스쿨 내신 성적 7-8%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안에 들면 텍사스 대 어스틴 캠퍼스에 자동 입학이 보장되니만큼 목표 대학이 UT Austin 일반 과정이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지 않은 경우는 사실 SAT 공부에 주력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UT Austin을 아너 프로그램이나 ‘플랜 2’에 들어갈 계획이거나 평생 이력에 남는 내셔널 메릿 장학생이 되고 싶다면 PSAT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SAT 공부를 해야 한다.
또한 텍사스 안에 있는 대학도 라이스나 SMU 같은 사립대학은 입학 목적이나 장학금 때문에 SAT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대학원을 진학할 계획이 있는 학생이라면 메디컬 스쿨을 들어가는데 필요한 MCAT이나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LSAT, 일반 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GRE 등의 시험에서 난이도가 높은 독해력 실력을 쌓으려면 하이스쿨 때부터 SAT 공부를 해두는 게 유리하다.
지금까지 하이 2300점을 받은 내 학생들의 경우만 보아도 대부분 미들 스쿨 때부터 SAT 시험 준비를 한 학생들이다. 물론 그 때는 대학 입학 시험으로서의 준비라기 보다는 7학년 때 있는 듀크 영재 캠프나 존스 합킨스 영재 캠프에 가기 위한 SAT 시험으로 준비한 것이지만.
악기나 운동도 재능이 비슷하다면 일찍 시작한 학생이 유리하고 공부도 그렇다. 학교 공부만으로 SAT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따로 준비하지 않고 좋으련만 SAT 시험 공부와 학교 공부는 많이 다르다.
한인 학생 경우는 대부분 학교 성적이 타 문화권에 비해 좋은 편인데 SAT 성적은 그리 높지 않다. 준비 기간도 한인 학생이 더 걸리는 것 같다. 물론 개인차가 있었겠지만 인도, 중국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내린 결론이다.
수학이나 문법은 단기간에도 집중하면 올릴 수 있지만 독해는 어려운 문장을 술술 읽어내고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도나 중국 학생들이 더 영어권이어서 독해에서 유리해 단기간 내에도 고득점을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독해가 약한 학생의 경우는 시간 투자로 수확을 올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
매년 처음부터 독해가 강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학, 과학이 유난히 강하고 독해가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이 있는데 그런 학생 중에서도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수고의 열매를 얻은 케이스도 있다.
9, 10학년인데도 학교 숙제와 공부로 쩔쩔매는 학생들을 보면 벌써부터 이러면 11학년 때 SAT 공부는 어떻게 할까 싶다. 개정 SAT 독해는 더더욱 섬머 단기간 집중해서 될 공부가 아니기에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이라도 투자를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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