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새 SAT 점수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독해력”

3월 5일 개정 SAT 시험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칼리지보드에서는 예비 테스트 결과 개정 SAT가 특정 계층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교육 전문가들의 분석은 리딩 뿐만이 아니라 수학에서까지 독해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이민자 가정 학생이나 독서가 약한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에게 전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개정 SAT와 기존 SAT를 함께 지도하며 목격한 것은 독해에 아무 어려움이 없는 미국 출생 학생들에겐 기존 시험이나 개정 시험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수학에서 쉽게 만점을 받았던 학생들이 처음엔 개정 수학에서 몇 개씩 틀리기도 해 나도 적잖이 당황했지만 단 몇 번의 연습으로 여기 출신이면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바로 다시 고득점을 얻었다. 
이번 PSAT 시험 결과에서도 반절 이상이 수학에서 만점을 받았다. 문제는 한국에서 온 지 2-3년이 안되는 학생들 경우 기존 SAT 수학 같았으면 만점도 받을 수 있을텐데 개정 SAT 수학에서는 수학적 기량이 다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학 문제를 푸는데 전혀 상관없는 정보들이 영어로 나열되 있어 (거기다 모르는 단어까지 나오기도 하면) 당황스럽단다.  
그러나 그건 비단 독해 문제만은 아니다. 독해가 충분히 잘되는, PSAT 시험에서만 보아도 기존 시험보다 개정 시험 독해 부문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우리집 막내도 개정 수학에서는 기존 수학 시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관찰한 바로는 개정 SAT 시험은 기존 시험에서 수학이나 독해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의 학생이라면 문제가 없는 반면 수학이나 독해 모두 약하다 싶은 학생들은 예외없이 개정 시험을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보다 변화에 익숙한 탓인지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는 개정 SAT도 환영이다. 일단 독해의 변화가 반갑다. 몇 년 SAT를 가르치다 보니 독해나 수학 문제가 새로운 것이 없었는데 새로운 지문이 반갑고 못 보던 수학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긴장을 주어 재미있다.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문을 읽고 대학 때 접했던 문학 작품들을 대할 수 있으니 즐겁다. 과학적 지식도 늘고 기존 SAT부터 있어 왔던 여성 인권이나 인종 차별에 대한 지문은 계속 보아와서 친숙하다. 
함께 공부하는 막내의 제안으로 막내가 속한 과외 그룹은 지난 주부터 65분 분량의 리딩 테스트를 일단 두번에 나눠서 해보고 곧 한꺼번에 해볼 계획이다. 미들 스쿨 학생들 그룹에서는 한 paragraph 씩 돌아가며 읽고 그 내용에 대해 내가 물어보고 설명하고 문제를 풀면 꽤 잘 푸는데 아직은 혼자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 실력은 안된다.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이유식’을 해야 하는 아이와 ‘단단한 음식’을 먹여도 되는  아이들이 있다. 
독해 능력은 단시간에 성취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력에 정복 못 할 것은 없다. 한번에 안되면 두번, 세번 지문읽기에 도전해 보라. 
수학도 마찬가지다. 책 한권만 풀어봐도 벌써 같은 유형의 문제가 매 테스트마다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 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하기 힘든 학생은 개정 SAT에서 더욱이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기존 시험에선 25분 동안만 집중해서 풀고 잠시 쉴 수 도 있었지만 지금은 꼼짝없이 65분간 긴 지문 5개를 읽고 52문제를 풀어야 하니 말이다. 수학이야 25분짜리 계산기 없이 푸는 시험지는 물론이고 55분짜리 시험지도 지루할 겨를이 없지만 말이다. 
지난 가을부터 SAT 시험이 있는 토요일엔 11학년 학생들이 거의 없어 휴강을 하거나 한, 두 학생과  수업을 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몇 년 간의 선배들에게선 볼 수 없는 일이다. 밴드나 오케스트라, 혹은 각종 시합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심할 경우엔 지난 달 SAT 시험을 치른 후 수업에 한 번 정도 참여하고 다음 시험을 치르러 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시험만 계속 보러 다니면 뭐하나 싶어 답답한 건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이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개정 SAT 시험이 시작되는 3월 전에 SAT 시험을 끝내려다 보니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번 11 학년에서도 일찍부터 2390점을 받은 여학생을 선두로 2350, 2340, 2310 등 좋은 성적을 거두어줘 감사하다. 특히 이 중에는 독해에서 원하는만큼 점수를 얻지 못해 집중적으로 독해능력을 공부해 결국 원하는 수준의 점수를 얻어 SAT 총점에서 ‘대박’을 터트린 학생도 있어 더 감격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SAT 성적이나 대입 결과 등을 보면서 터득된 깨달음은 우리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좋거나 절대적으로 나쁜 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선택에 있어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가든, 지역 주립 대학을 선택하든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고 다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주립 대학 나왔다고 다 안 풀리는 것도 아니다. 
또 대학 졸업 후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가든, 사회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뛰어들든, 각자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떡잎’부터 알아볼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기만성’형도 있으니 함부로 학생도 평가하지 말아야겠다는 게 지난 몇 년간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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