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땅을 정복한 후 200여년 동안, 이스라엘자손들은 그때까지 정복되지 않은 가나안 원주민들과 잘(?) 융화되어갔다. 주변의 낯선 족속들과 혼인관계도 맺고, 이방아내들이 가져온 다양한 신(神)들을 거리낌없이 섬기기까지 하였다. 날이 갈수록 그들의 마음은 부패하였다. 민족의 거룩성은 물론 동족간 결속력도 현저히 상실되아갔다. 그 결과, 이스라엘백성은 또 다른 시련을 겪는다. 즉,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거주하는 미디안(Midianites)족속에게 끊임없는 약탈과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당하다가, 종국에는 전 민족이 완전히 예속되어 7년동안 노예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백성의 수호자 ‘여호와’는 아브라함과 맺은 그들과의 언약을 파기할 수 없었다. 그가 택한 백성의 노예살이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으셨다. 그들을 미디안족속으로부터 해방시킬 구원자를 예비하신 것이다. 그가 바로 ‘기도온’(Gideon)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12지파 중, 므낫세(Manasseh) 지파에 속하였으며 당시 오브라(Ophrah)라는 작은 성읍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100년전 이스라엘 지도자로서 사명을 받은 모세가 그리하였던 것처럼, 기드온은 이 임무를 감당하기가 몸씨 부담이 되고 두렵기까지 하였다. 동족을 피탈하는 야만적인 적으로부터 민족을 해방시켜야 하는데, 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어느날, 기드온은 여호와의 천사로부터 “너 강한 용사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라는 신탁을 받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기드온은 여호와 샬롬(Yehowah-Shalom:평강의 하나님)을 의지해 민족회복 작전을 결행한다.
미디안족속의 압제로부터 민족을 구하기 위하여, 기드온이 치를 이 전쟁은 일명, ‘이스르엘계곡(Valley of Jezreel) 전투이다. 이스르엘계곡은 이스라엘 북단 므깃도(Megiddo) 우편에 위치해 있다. 역사상 많은 고대(古代)전투가 이 곳에서 치러졌을 정도로, 이 곳은 대규모 부대가 집결 및 기동하기엔 더없이 적합한 장소이다. 따라서, 기드온은 이곳으로 적을 유인한 후, 차후 작전에 돌입하기로 한다. 첫 과제로서, 적을 단시간에 자극할 수 있는 방책을 착안해야 한다. 기드온은 장고(長考)심 끝에 묘안을 찾았다.
적(Midianites)의 민족적 중심(重心)을 폄하하기로 한 것이다. 즉, 미디안족속이 가장 신성시 하는 신상을 훼파하여 그들의 정서를 자극한 다음, 선제 군사도발을 부추길 계획이었다. 이것은 현대전의 ‘전쟁의 원칙’중 ‘창의성’(Creativity)에 해당되는데 작전 환경에 맞추어 잘 적용하면 의외로 성공율이 높다. 기드온은 즉각 실행에 옮겼다. 휘하의 부하 열명을 인솔하여 마을에 세워진 미디안 족속이 신성시 하는 ‘바알제단’(The Alter of Baal)과 ‘아세라상’(The Asherah Pole)을 모조리 파괴해 버렸다.
이에 대한 적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미디안족속은 기드온의 행위에 대단히 분노하여 이스라엘을 징벌하기로 한다. 이 기회에, 이스라엘을 아예 결단을 내려고 군사를 동원할 참이다. 그리하여, 그들 주변에 거주하던 아말렉족속과 요단강 동쪽에 거주하는 여러 소부족들을 설득하여 군사동맹을 맺었다. 이어서, 각 족속의 군사지휘관들은 집결지와 이동방법을 결정했다. 집결지는 이스르엘 계곡에 위치한 모레산(Mt. Moreh)앞 평지가 결정되었다. 또한 이동로에 비하여 병력이 지나치게 많으므로 혼잡을 피하기 위하여 각 족속단위로 집결지에 모이기로 약조하였다. 이렇게 해서, 수일 후 계획된 집결지에 도착한 미디안 연합군의 총 병력은 135,000명이었다.
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여, 기드온은 동족 므낫세, 아셀, 스불론, 납달리지파에게만 전령을 보내어 병력지원을 요청하였다. 이 지파들은 지리적으로 이스르엘 골짜기 인접에 거주하였으므로, 신속하게 소집에 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이 이미 집결을 완료하여 전투태세에 있으므로 기드온으로서는 최대한 작전반응시간을 단축시켜야 했기에, 다른 지파의 도움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휘관들은 이스르엘 골짜기 남단 하롯샘(the Well of Harod)으로 병력을 인솔하였다. 기드온이 집결한 병력을 점호하니 총 32,000명이다. 규모면에서는 적의 1/4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아군이 집결한 하롯샘가는 작전지역으로서 두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선, 병력에 대비 장소가 지나치게 협소하여 공격대기지점으로서는 부적합하였다. 적이 일시에 몰아치면 아군이 한 장소에서 동시에 몰살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진영의 우편과 뒷편이 산맥으로 둘려쌓여 아군의 퇴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여, 적이 동시 다발적으로 압박할 경우, 회피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일단 갇히면 마치 ‘독안에 든 쥐’ 같은 형국이 된다.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가?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기발한 전략을 주셨다. 그것은 위장작전이 병행된 ‘기만작전’이었다. 기만작전의 핵심은 미디안 연합군의 공동 최고사령관인 세바(Zebah)와 살무나(Zalmunna)로 하여금, 이스라엘이 이스르엘 평지에서 정면공격할 것이라고 오판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미디안 연합군의 맞은편에 32,000여명의 이스라엘병력이 속속 집결함으로서 적으로 하여금 더욱 정면공격의 신빙성을 더해 주었던 것이다.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기드온은 정예의 특공부대운용을 계획한다. 병사 32,000명 중 물을 먹을 때 ‘손으로 움켜 입을 대고 핥는 자’ 300명을 선발했다. 현대군의 3개 중대규모의 병력이다. 이들에게 칼과 창 대신에 ‘나팔’과 ‘횃불을 넣은 항아리’를 휴대토록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작전지시를 했다: (1) 3방향으로 나누어 적의 숙영지로 침투하여 최대한 근접한 곳에서 매복하고 대기할 것. (3) 공격개시 시간은 적의 경계병이 교대할 시간인 새벽 1시. (3) 공격신호는 ‘나팔’ 일성임, 이상.
기드온이 인솔하는 특수부대가 선두로 행동을 개시하여 적의 숙영지에 다다랐다. 적 보초가 상호 인수인계로 어수선함 틈을 타, 기도온은 신호를 보냈다. 삼면에 매복해 있던 용사가 일제히 나와 나팔을 불고 휴대한 항아리를 깨트린 후, 횃불을 들고 휘져었다. 잠결에 항아리 깨어지는 소리에 놀란 적병은 비몽사몽간에 천막밖으로 뛰쳐 나간다. 사방이 깜깜한데, 횃불이 생물처럼 여기저기 움직이니, 병사들은 대규모의 적이 야습한 것으로 착각하였다. 수 많은 병사들이 무질서하게 소리지르며 대오를 이탈한다. 사태파악이 되지않는 상황에서 도망병이 속출하는 등, 진영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자 적의 지휘통제체계는 삽시간에 무너졌다. 이에, 미디안동맹군의 지휘부도 앞다투어 퇴각한다. 기드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령을 급파하여 돌려보낸 병사들과 에브라임지파로 하여금 퇴각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여 섬멸토록 명령하였다.
질서없이 패주하던 미디안 보병부대는 이내 추격을 당하여 이스라엘군에 의하여 전멸 당하였다. 이때 죽은 미디안 병사는 무려 120,000명이었다. 이 상황에서, 미디안 두 왕 ‘세바’와 ‘살문나’는 그들의 호위부대와 정예부대 15,000명과 함께 요단강을 건너 모압땅 갈골(Karkor)까지 퇴각하여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들이 넋을 놓고 있는 중에, 기드온이 적의 측면으로 접근, 기습공격함으로 두 왕을 사로잡고 그의 모든 군대를 격파하여 전쟁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로써, 민족을 미디안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키는 기드온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요약하면, 기드온은 매사에 신중한 일개 촌부(村夫)였다. 매사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정도로 소심했다. 그가 장수(將帥)로 변신하여 미디안연합군을 맞아 승리한 것은 “여호와께서 미디안 군대를 너희 손에 붙이셨느리라”는 신탁을 믿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는 이미 시작전에 결정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이다. 이 전쟁을 통하여, 이스라엘의 신은 그의 백성에 대하여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도자 기드온과 그의 백성은 금세 이 은혜를 잊는다. 승리에 도취된 기드온은 그의 백성이 바친 금으로 에봇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우상이 되게 하였으며, 더불어 그 백성들은 바알브릿(Baalberith)을 자기들의 신으로 삼아 우상숭배의 길로 빠져든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올무가 되어 또 다른 시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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