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 목소리, 자기만 생각치 말라는 꾸중듣다<이준열 국장>

태평양 건너 모국이 진동하고 있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쏘아올렸다.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로 규정한 한국과 미국 모두 강력한 제재 조치를 약속했다. 
한국은 북한 개성공단의 완전 철수를 감행했다.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사드는 핵무장이 안된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전면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수비 전략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짓을 하지 않게 만들면 더 좋겠지만 결국 쏘는 일이 있다 해도 그것들을 마중나가 고고도 공중에서 제 때 요격시키는 방어망이라도 있으면 분명 안심할 수 있을 터.   
개성공단 철수에 대해 한편 아깝지만 또 한편 속시원한 마음도 생겼다. 그 판에 핵무장이라도 해서 강력한 국가가 됐으면 했던 아쉬움이 그나마 사드 배치로라도 모국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이 풀리려나 싶던 찰나, 더 황당한 뉴스가 뒤통수를 친다.
사드 배치 때문에 님비(NIMBY)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내 뒷마당에는 안돼(Not In My Back Yard)”라는 뜻의 님비를 한국 일부 국회의원과 지역 시장 등이 외친다는 소리다. 그것도 사드에 대한 괴담과 함께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을 야기한다느니 내장이 파열되고 몸이 녹는다는 등의 지극히 선동적인 인터넷 괴담이다. 미국이 해외에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가 그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처럼 꾸며낸 황당한 이야기다. 
적의 미사일로부터 5천만 남한 인구의 목숨을 지키려는 방어책을 앞에 놓고 이런 엉뚱한 괴담도 한심하지만 이에 부화뇌동해 우리 지역에는 배치하지 말라고 악쓰는 건 또 뭔가. 그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자기만 살자는 것인가. 모두를 살리는 방법보다는 자신의 편리함과 이기심만 챙기면 된다는 말인가. 더구나 주한미군이 그들 경비로 한반도 방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데, 마치 한국이 위험한 물건을 국고 낭비하며 설치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세력도 있으니, 정말 뭐라도 한방 맞아야 정신 차릴건가. 
님비는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아니한 일을 반대하는 극단적 지역 이기심을 말한다. 1987년 뉴욕에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어 당국이 쓰레기 3천톤을 싣고 미 남부 해안까지 1만 킬로미터를 항해하면서 버릴 곳을 찾으러 다녔지만 실패하고 6개월간 방황하다 돌아와 결국 자기 지역에서 소각한 일 때문에 생긴 단어다. 반대되는 말로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가 있는데, 이 단어도 님비처럼 결국 지역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말로 쓰인다. 좋은 건 나에게, 나쁜 것은 남에게라는 이기심이 똑같아서다.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를 방문해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던 중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중심을 잃은 교황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머리와 부딪히며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교황은 그 장애인의 얼굴에 사과의 입맞춤을 한 뒤, 자신을 잡아당긴 이에게 굳은 표정으로 두번 소리쳤다. “자기만 생각하지 말라”고. 교황 예복을 만져서 자신에게 축복을 ‘땡겨보겠다’고 이기적으로 억척스런 짓을 하는 이에게 던진 일성이다. 님비를 외치는 한국의 그들에게도 하는 말이리라.  
미국 애플의 최근 행태도 고민스럽다. 총기난사로 14명을 살해한 테러범의 아이폰 교신을 파악하려고 그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시도하다가 안된 FBI가 보안 해제를 애플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애플은 거절했다. 고객들의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체계를 공개하거나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FBI라 해도 이 잠금 해제 번호를 알아내려면 최대 144년이 걸린다니 미칠 일이다. 한쪽은 국민을 위한 테러 색출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한쪽은 수억의 고객 프라이버시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니 뭐가 맞는건지. 
한국이든, 미국이든, 세계든 들려오는 소식 기저에 깔린 인간의 이기심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중국 순자의 말처럼 “새는 궁하면 사람을 쪼고,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할퀴며, 사람은 궁하면 남을 속인다”더니, 결국 인간도 수세에 몰리면 모두 다 이기적이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자신만 살고자 한다.
이곳도, 그곳도 정착하지 못한 채 조금 비껴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는 이방인 같은 이민자로서 종종 미안하면서도 염려스러운 심정 감출 길 없다. 그저 나지막하게 외쳐볼 뿐. 나만 생각하지 말자고. 
<이준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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