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고 온통 난리다. 이번에는 수소폭탄이었다. 수소폭탄이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훨씬 크다는 전문가 말도 있으니 더 공포스러울 수밖에. 이제는 북한이 핵을 보유할 리 없다든지, 그건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라고 옹호하던 한국 지도자들도 반성할 때가 됐다. 보란 듯이 핵무기의 집념을 불태우는 북한 행보를 더 이상 부정할 길 없으니.
더욱 가공스러운 건 이제 북한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 국가의 견제를 무시한 지는 오래됐지만 최후 보루인 중국의 의중마저 깡무시하고 핵실험을 했다는 점이 실로 무섭다.
하긴 이미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런 중국 공연 취소와 돌연 귀국에서도 이런 성향은 감지됐다. 북한 핵실험 찬양 묘사가 있었고 이를 반대하는 중국에 대한 항의로 공연을 취소했다는 추측. 그리고 며칠만에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핵실험이 이뤄졌다.
이제 그 누구도, 심지어 친북파들이라 해도 핵실험 자제 요청을 북한에 해봐야 전혀 먹히지 않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니, 두렵다고 말하는 게 결코 오버는 아니다. 사실 전쟁에서, 그리고 전투 전력상에서 핵 보유는 말 그대로 ‘올킬’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최신 무기와 전투기, 함정 등을 많이 보유한다 해도 핵무기 앞에선 무용지물이란 말이 맞다.
물론 일부에선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이 망하게 될 핵무기를 사용하겠냐고 말한다. 핵무기가 있다는 걸 과시하고 그래서 각종 다른 정치, 경제적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또 실제 전쟁이 나도 핵무기가 있으니 남한에서 마구 공격하고 대드는 것을 못 하게 해서 전쟁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이용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
그럼 남한은 이대로 미국의 핵우산이나 바라면서 ‘무슨 일이 나지 말라고 기도만 하면 되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요구다. 실제 전문가들은 남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 개발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긴 핵폭탄 제조 기술은 최신 기술도 아니다. 이미 수십년 된 기술이다. 한국보다 과학 기술력이 뒤쳐지는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는 걸 보면, 또 이미 서방국가들도 수십년전 핵무장에 성공한 걸 보면 핵무기 보유는 의지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려있는 문제도 아닌 듯 싶다.
알려진 바처럼 프랑스도 미국에 의해 핵무기 개발을 저지 당했다. 미국이 대신 보호해줄테니 독자적으로 보유하지 말라는 압력에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는 말은 유명하다. 결국 미국은 프랑스 핵무기를 허용했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서울을 지켜주려고 LA를 포기할 수 있느냐고 압박하며 빨리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거듭나자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독일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교수가 “핵무장한 적국과 싸우는 나라는 일본처럼 대들다 죽든지 혹은 항복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던 것도 다시 거론한다.
뭔가 운명의 초침이 째깍째깍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이 불안감. 어니스트 볼크먼이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하나의 환상에 사로 잡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과학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비정치적, 중립적 가치이므로 위험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것. 그 환상이 이제 북한의 핵으로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인간 발전에 기여하려던 과학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마치 노아의 홍수 때와 같은 위기감의 재현이다. 홍수로 모두 가라앉을 것이니 피해야 한다며 한 쌍씩을 모으는 노아를 비웃으며 대비를 무시한 이들은 모두 물 속에 매장됐다. 핵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그나마 ‘물’은 몇날 며칠이라도 내리며 여유를 줬겠지만 ‘불’은 그런 여유마저 없다.
핵 이야기에 눈을 가리는 도피적 자세도 문제다. 마치 꿩같은 모습이다. 꿩은 갑자기 놀라면 머리를 땅에 박고 고개를 들지 않는 습성이 있다. 자기 시야를 스스로 가림으로써 공포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새 사냥꾼들에게 쉽게 잡히고 만다.
핵 앞에서는 꿩이 되면 안된다. 그렇게 숨고 도망갈 일이 아니다. 핵 대비를 위해선 자중지란도, 의견 대립도 분분할 이유가 없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핵무장한다면 세상은 오히려 전쟁이 없는 곳이 될 것이다”는 미국 교수 케네스 왈츠 말에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주장해도 이제 반박하기도 어렵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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