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pring Break가 학군에 따라 3월 둘째 주와 셋째 주로 나누어져 있어 그런지, 아니면 연일 내린 비 때문인지 Spring Break 휴일이란 느낌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Spring Break는 가르치는 부모와 교사로서는 오히려 정말 신나는 시간이었다. 일명 ‘홈스쿨링 플래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학교 수업처럼 45분 공부하고 10분 쉬기를 3-4번 정도로 해서 학교 놀이를 하고 악기 연습도 시킬 계획으로 들떠 있었고 아이들도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벅찼던 시간이었다. 당시 Spring Break가 시작되는 금요일에 아이들이 제일 먼저 가자고 조른 곳은 언제나 퍼블릭 라이브러리였다. 양팔 가득 한아름 책을 안고 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흥분과 즐거움으로 들떠 있었다. 차를 타면 종알거리는 아이들이 이 때만큼은 각자 자기가 빌려온 책 읽기에 바빠 조용했다.
당시 나도 이틀 정도 아이들이 실컷 책을 읽게 해 준 후 내가 세워 놓은 스케줄대로 공부할 책도 한 두 권 끝낼 수 있었다. 그 때 공부했던 책들이 한국 ‘기탄’ 수학, 미국 Spectrum 수학 7, 8학년, 501 Algebra Questions, Milliken 출판사 Algebra I, II, 클래식 북 등이다.
내 세 아이들 다 5학년 Spring Break를 이용해 6월 초에 보는 수학 CBE(Credit by Exam) 시험 준비를 시켰다. 이제 혼자 남은 막내에게 Spring Break 동안 AP Word History 시험 공부 플랜을 짜서 슬슬 워밍엎하며, 프리 칼큐러스, SAT 공부도 좀 더 시간을 내서 해 보라고 했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어렸을 때는 홈스쿨링 놀이를 하자며 꼬셨는데 이젠 엄마랑 놀아 줄 나이는 아닌 것 같다. 혼자 방에서 뭘 하는지 과일이나 간식을 챙겨 방에 들어가서 조금만 둘러 보고 있어도 놓고 나가라는 눈치를 준다. 빨랫거리가 있는지 핑계를 대며 들어가 볼 때마다 공부를 하는 것 같지 않아 물어보면 막 공부를 끝내고 쉬고 있는데 내가 들어 온 거란다. 내 눈에 들어 온 아들의 모습은 주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문자를 하는 모습인데 말이다. “공부도 하면서 해라” 두 번 말하면 잔소리가 되니 말도 아껴야 한다. 큰 애가 하이스쿨에 다니던 시절에는 집에 컴퓨터도 하나밖에 없어 서재에 와서만 컴퓨터를 쓸 수 있었는데 이젠 컴퓨터만 문제가 아니라 셀폰, 노트북 등으로 아이들도 책을 읽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한 명문 사립대 입학은 해마다 최다 지원자, 최저 합격률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학 등록금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편인데 미국도 대학 졸업자들이 다 취직을 하지는 못한다. 한국은 이미 인문계 전공자들은 설 땅이 없어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들어간다는 말도 나돈다.
인도, 중국 학생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마도 유학이나 이민 초창기부터 메디컬, 엔지니어, 컴퓨터 이 세가지 전공에 집중돼 있다. 로스쿨은 일반 대학원 시험인 GRE로 지금까지 로스쿨의 관문이었던 LSAT을 대체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로 지원자 수가 감소하는 실정이고, 학문의 꽃은 인문학이라 하지만 이제 그 꽃은 이 시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숨길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모든 학생이 이공계쪽으로 전공을 해야 하는게 아닐까? 갈등도 있다.
내가 미국에 와서 만난 인도, 중국계 학생들 부모들은 거의 백프로 엔지니어나 메디컬, 컴퓨터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자녀들 또한 세 전공 중 하나를 택하고 있다. 둘째의 절친 인도계 학생은 지난 번 크리스마스 휴가에 12명의 사촌들이 모였는데 그 중 9명이 현직 의사나 의대생이었고, 나머지 3명도 하이스쿨이나 미들 스쿨 학생들인데 의대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걸 듣고 놀랬다. 친구 아버지는 컴퓨터 회사 오너여서 친척들 중 가장 유복한데 자녀들과 조카들이 다 의사가 되는 케이스다. 어떻게 저렇게 한 길로 갈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서울에서 병원을 하고 있는 의사 시동생은 내가 큰 애는 의대를 갔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형수님 왜 딸을 고생스럽게 의사 만들려고 하세요? 자기 좋아하는 거 하고 살게 해 주세요“고 했다.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정말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고 살게 옆에서 격려해 줘야 할지, 처음부터 실리를 따져 전공하라 해야 할지 끊임없이 드는 질문이다.
내 학생 중 가끔 특이하게 잘하는 학년이 있다. 지금은 올해 11학년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올 가을부터 어얼리 지원을 시작하고, 1월 3일까지 레귤러 지원을 마칠 올해 11학년 학생들은 성적, 스팩면에서 현재 12학년이나 10학년들보다 월등히 우월하다.
처음엔 내 과외 학생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이들을 통해 듣는 각 하이스쿨 11학년 학생들의 성적과 스펙이 장난 아니다. 내 11학년 학생들만 해도 내신 전교 1, 2등에 스테이트 상 겸비, 지난번 가을에 본 PSAT 1480 이상, SAT 하이 2300대, 학생 회장등의 리더십 등 어디 나무랄데 없는 스팩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이런 지원자들이 많으면 결국 대학은 하나라도 쳐지는 부분이 있으면 가려내는 방법을 쓰든지, 아니면 특이한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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